brunch

매거진 집짓기3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수한무 Oct 28. 2023

사용승인 득, 입주 완

9월 공사를 시작해서 폭풍 같은 4개월여를 보내고 해를 넘겨 1월이 되었다. 


공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이 되니 그제야 마음의 여유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좋아하는 도서관에도 들러 행복을 만끽했다. 시공 기간 동안은 시간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 무엇 하나 즐기지 못했다. 집 짓는 일정을 따라가고 사람들과 부대끼며, 집이 과연 잘 지어질까 압박감에 시달리느라 내내 고생이었다. 


입주를 앞두고 건축사무소 소장님과 시공사 대표님, 현장소장님과 현장에서 만났다. 미팅의 분위기는 나름대로 좋았다. 그동안 서로 실수도, 서운한 일도 있었지만 얼굴을 마주했을 때는 모두 좋은 쪽으로 말을 했다. 서로서로가 말이다. 되도록 좋게 마무리 짓고 싶어 한 마음은 모두가 같았겠지. 


사용승인 절차는 생각보다 신속하고 깔끔하게 처리되었다. 입주 허가를 받은 날, 아직 마무리되어야 할 공사가 남아있긴 했지만 공적인 승인을 받았다는 것이 홀가분하고 행복했다. 건축 사무소 과장님은 메일로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웃는 얼굴의 이모티콘을 보냈다. 지난 1년 동안 집 짓기를 함께 하면서 다소 딱딱한 분위기의 과장님이었는데 웃는 얼굴 이모티콘이라니. 소장님도 축하한다고 전화를 주셨다. 남편 회사 이사님도 입주 축하 화분을 보내주셨다. 여러 사람의 축하에 너무 기분이 좋았다. 내 평생 축하가 부끄럽지 않고 그렇게 기뻤던 적은 처음이다. 그 순간만큼은 모두 잊고 기뻐하고 싶었다. 그래서 옆에 있던 아이와 손을 잡고 방방 뛰며 주책을 떨었다. 


집 짓기를 결심하고 땅을 보러 다니기 시작해 4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결혼 후 처음 갖는 내 집, 그것도 마당이 있는 집이라니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았다. 정말 우리가 단독주택에 살게 되었다고? 우리가 집주인이 되었단 말여?! 집 지어 들어온 지 5년이 넘어 6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사실 가끔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 너무 간절히 꿈꾸었기 때문인지 아직도 꿈속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는 거다. 


첫 삽을 뜬 지 다섯 달 반이 지나고 2월 중순 입주 당일, 오피스텔에 있던 짐을 2톤 트럭에 싣고 새 집에 부려놓았다. 큰 짐 없이 잔 짐 위주라 2톤 트럭으로 이사가 가능했다. 새 집은 침대, 소파, 식탁등 가구가 아직 안 들어온 상태라 텅텅 빈 상태. 네 달 동안 10평 남짓한 오피스텔에 살다 1,2층이 있는 40평 넘는 공간으로 순간 이동을 하니 저절로 여기저기 휘젓고 다니는 우리였다. 입주날 기분은 그랬다. 기쁘면서도 어색하고 , 감사로 벅차기도 하면서 막연한 불안감이 스며드는 복잡한 기분.  

매거진의 이전글 집의 외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