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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집짓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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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한무 Nov 03. 2023

입주 후에도 집 짓기는 진행 중

입주 후 집안 곳곳에 미비한 부분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마루나 도배 등을 비롯해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 사전 점검 때 잘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입주해 생활하면서 눈에 잘 들어온 것이다.


주차장 바닥과 2층 데크 바닥 마감을 해야 하는 등 미처 완료하지 못한 공사도 남아 있었다.


고단한 집 짓기를 마치고 이제는 새 집에서 주택살이를 즐기며 좀 쉬고 싶었는데 아직도 집짓기 중이라니~!! 솔직히 말하면 지긋지긋한 심정이었다.


집 짓는 동안 겨우겨우 참고 견뎠다.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을 봐야 하고, 제대로 시공이 잘 되었는지 확인하고, 수정을 요청하는 걸 반복하는 일을 말이다. 그런데 입주 후에도 여전히 계속되는 거 실화입니까?!


입주 전과 달리 버틸 힘이 뚝 떨어졌다. 급기야 아침에 눈을 떠서 보는 새 집이 하자투성이로만 보이고 애정이 생기지 않았다. 입주의 기쁨을 덮어버리는 무기력과 우울의 바다에서 꽤 오랫동안 허우적거렸다.


현장소장님은 남은 공사를 신속히 하지 않았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미뤘다. 현장소장님에게 수정을 요청하는 것에 한계를 느껴, 하자 목록을 정리해 건축사무소와 시공사 측에 보내기로 했다. 남은 공사와 수정할 부분 사진을 모두 찍고 사진마다 설명을 달아 정리했다.


집안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사진 찍는 김에 이사 후 뒤엉켜 있던 짐들도 방마다 다시 정리했다. 내친김에 마당 공사도 계획해 보고, 가구도 사지 않아 텅 비어 있던 집에 필요한 가구 목록도 다시 꺼내 점검했다. 이 모든 일을 하는 데 일주일 정도가 걸렸다. 입주 후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공사 요청 목록을 정리하고 나니 나니 몇 가지 수정 사항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모호한 하자투성이인 것 같은 집에서 명확히 해결 가능한 집으로 변한 거다. 건축사무소와 시공사 분들이 목록을 보고 수정을 계획하고 빠짐없이 서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되었고, 완료 체크리스트도 되었다.


파일을 보내고 현장소장님께 연락을 했는데, 생각지 못한 소식을 전해 들었다. 시공사를 그만두고 다른 회사로 간다는 것이다. 우리 집의 마무리는 다른 분이 와서 하게 될 거라고 했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시공사 대표님과 비용 문제로 인해 갈등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 집 마무리를 놓고 대표님과 현장소장님 사이에 서로 책임을 미루느라 마무리가 지지부진했던 것이다.


나는 현장소장님을 더 이상 안 봐도 된다고 하니 솔직히 너무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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