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 c 컨트롤 v 를 배우다
이직을 준비하며 면접을 몇 번 봤는데 면접관들이 하나 같이 엑셀을 할 줄 아냐 묻는다
그간 이런저런 일을 했어도 딱히 엑셀을 사용할 일이 없었는데 큰일났다 싶었다
엑셀은 완전 생초보라 면접 때마다 못한다 말하는 게 자존심이 상하고 난감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떨어지는 자존감 멱살을 붙들고 한글+엑셀 기초 입문반에 등록했다.
마음 같아서는 엑셀만 듣고 싶었지만 회사 마치는 시간을 고려해야 해서 수강 과정을 선택할 여지가 없었다
첫 수업 날, 나는 당황하고 말았다
기초 입문반이라 해도 어느 정도 수준이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야말로 컨트롤 c , 컨트롤 v를 배우고 있었다. 그것마저 놓쳐서 헤매는 수강생들 ...
수업을 수강하는 대부분이 50대 이상이었다 많게는 70대도 되어보이는 어르신들이었다.
서툰 타자로 연습 문제를 작성하고 강사님 말을 따라하며 모니터와 키보드를 오가는 눈이 바빴는데도 종종 진도를 놓쳐 수업이 자주 중단되기도 했다.
"선생님! 죄송해요 놓쳤어요"
머쓱해하고 얼굴이 발개지며 민망하게 웃기도 하고 옆 사람이 하는 걸 곁눈질로 열심히 따라하기도 하고. 그 모습이 귀여워보이기도 했다.
몇 번의 수업이 진행되고, 사진 넣기를 배우는 시간. 사진을 한글 문서에 넣고 이리저리 회전하는 걸 배웠는데 사진이 45도로 휙 돌아가자 갑자기 모두가 짠 듯이 "와아!" 하고 함성을 터뜨리는 거다
너나 없이 너무 재밌다고 신기하다고 아이 같이 웃는다
그분들이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풉 웃었다
몰랐던 걸 배우는 기쁨, 잘 못해서 헤매다가도 해냈을 때의 즐거움 그분들은 그걸 느꼈으리라
엑셀을 배우려면 아직 몇회차 수업이 더 남았지만 엑셀 수업에서는 아마 나를 포함해 매우, 많이, 자주 헤매겠지만 배우는 재미가 있다
이건 기초, 입문반만이 가진 매력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