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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활주로가 있는 밤 Jan 01. 2023

우리 회사는 떠돌이입니다.

공기업에 다니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떠돌이입니다. 여러 지역이 있지만, 공항에서 근무하는 저는 공항으로 떠돌게 됩니다. 공항은 한자로 빌공에 항구항자를 써서, 텅 빈 공간을 비행기로 채우는 항구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항구를 관리하는 우리들도 정처 없이 떠돌게 되는 걸까요?


적게는 2년, 많게는 3,4년 차 즈음 되면 다음 공항이 어디일지 고민해야 합니다. 저는 아직 한 번도 다른 공항에 가보지 않은 어린 감자이지만, 여러 선배들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부장님이 가십니다. 저에게는 첫 부장님이 시군요. 솔직히 말하자면 좋았습니다. 부장님은 일하는 걸 좋아하셨습니다. 30년간 같은 회사를 다니다 보면 비슷한 비슷한 일들 사이에서 지겨움을 느낄 만도 한데, 그러시지 않고 몇 시간이고 제가 틀렸던 부분을 잡아주셨습니다. 그런 부장님의 모습에 많이 힘들어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저는 좋았습니다. 일에 대한 사랑이 느껴진다고 할까요?"뭐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얼렁뚱땅 넘어가는 안일한 정신에 긴장을 불어넣어 주셨습니다. 나중에 알았으면 등골이 절로 서늘해져서 크게 혼났을 일들을 고쳐주셨네요. 그래서 그럭저럭 만족하며 일할 수 있었습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부장님이 전보 가기 전, 회식자리에서 아직은 머리가 벗어지기 이전의 신입사진을 보여주셨습니다.

부장님 연세가 되면 머리가 안 벗어진 분들을 찾는 게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만큼 고민이 있으셨던 게 뭘지 돌이켜 보면 사회초년생이 했던 비슷한 고민이지 않았을까요?


예를 들어, 일 하기 싫은데 내일 까지 해도 될까? 이건 왜 이렇게 하면 안 될까? 오늘 집에 가서 어떤 저녁을 해 먹을까? 뭐 그런 것들 도죠. 그 시기에는 걱정되지만 막상 닥치면 중요하지 않고 시시해 보이는 일들이죠. 래도 회사 옷으로 깔맞춤 하고 동기들과 웃으면서 등산하던 사진에서 추억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나와 무척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장님도 어려서부터 가꾸었던 생활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또 전보를 가시는구나. 익숙해질 듯해 보이시지만 섭섭함과 설렘이 공존하는 회식자리라는 것도 있었습니다.


이제 전보를 가신분들을 보내고 새로 오실 분들을 기다립니다. 한 해가 전부 가고 새로운 해가 밝아 오는 것처럼 올해는 어떤 분들과 함께 새로운 일을 할까 궁금해지네요. 그건 그렇고, 야근은 덜 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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