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영어를 잘 못하는 두 가지 이유와 대안
최근 나는 베를린으로 넘어와 Software engineer로 취직했는데 (React Native 개발자) 베를린은 최근 몇 년간 유럽 전역에서 IT 개발자가 몰려들고 있어 유럽의 스타트업 허브로서, 독일어를 못하는 사람이 많다. 영어만 하면 된다. 이번 글에선 구직전부터 영어를 준비한 과정을 적어보고 취업과정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번 글에서 다뤄보겠다.
참고로 영어 시험 점수를 올리는 것에는 이글이 도움이 되지 않으니 바로 글을 닫아도 좋다. 내 토익점수는 300점 정도니까. 그리고 내 나이는 30대 중반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보다 어린 나이라면 이보다 좋은 방법들이 또 많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수없이 많은 미드, 외화를 열심히 봐왔고, 외국생활이 수년째인데도 말을 하려고 하면 더듬더듬 말하느라 진땀을 빼는 사람이 많다. 나도 그래 왔고. 긴말 필요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이번 글에서는 사족을 최대한 줄이고 핵심만을 이야기하려고 노력해보겠다.
우리가 영어를 잘 못하는 이유는 2가지다.
1. 네이티브가 사용하는 표현을 모른다
2. 혀가 준비되지 않았다
우리 한국사람이 사용하는 표현은 네이티브에겐 생전 처음 들어보는 낯선 표현인 경우가 많다. 문법을 머릿속에서 조합하기 때문인데, 그렇게 영어를 하게 되면 늘지 않는다. 언어라는건 너무나도 방대하기 때문에 이 학습 그래프가 결국에 가선 J커브를 그려야만 하는데, 문법을 조합하는 방식으로는 Linear 한 그래프가 만들어지고 결국 언어를 전부 습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말'(문장) 그 자체를 그대로 습득해야 하고 그것들이 나중에 합쳐져 모르던 표현까지도 (문법을 모른 채 감각적으로) 하게 되는 지점까지 이르러야 한다. 더듬더듬하는 식으로 영어를 하면 10년 후에도 더듬거리는 영어를 하게 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영어의 비밀은, 말할 줄 아는 만큼 들린다는 것이다. 수없이 듣기를 해도 어느 지점에서 막히는 이유다. 그리고 말할 줄 안다는 것은 단순히 문장을 만드는것 뿐만 아니라 억양과 강약, 스피드까지 알고 있으며 내 혀가 그 말을 네이티브처럼 할 수 있어야 한다. 중요! 실제로 따라 하기를 해보면 혀가 못 따라가는 표현이 굉장히 많다. 반드시 따로 혀를 트레이닝해야 한다. 왜? 말할 줄 아는 만큼 들리니까. 들리는게 늘면 말하는 것도 느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
결국 영어를 잘 하는 방법은
1. 듣고 따라 말하기
2. 읽기
의 꾸준한 무한 반복 순환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총량을 늘리는 것과 의식을 갖고 학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시간을 사용해도 시간의 총량이 다르다. 최대한 많이 듣고, 많이 말하고, 많이 읽어야 한다. 유튜브에서 인기 있는 영어채널 중에 10분 정도 영상시간의 거의 대부분이 한국말 설명이고 결국 영어 2,3 문장 정도 알려주는 채널들이 많은데 도움이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또 같은 시간을 써도 의식을 갖고 학습 중에 무언가 발견해야 한다. '어 이런 상황은 이렇게 표현을 하는구나', '엇 알고있는 문장인데 말할 때는 억양이 이렇구나, 많이 다르네', 따라해 보면서 '와 내 혀가 전혀 못 따라가네' 와 같이 그날그날 포인트를 의식적으로 짚으면서 해야지, 멍하니 시간을 보내면 효과가 없다.
전화영어나 네이티브 스피커와 하는 언어교환도 좋지만 의외로 효과가 적은 이유가, 할 줄 아는 표현이 적은 상태에서 바로 실전을 하다보니 결국 머릿속에서 (영어가 아닌) 말을 만드는 더듬이가 된다. 한번 더듬이는 안 나아진다! 더 최악인 건 네이티브는 절대로 우리의 영어를 바로 고쳐주지 않는다는 것. (미소를 띠며 와 잘한다며 응원은 해준다.) 결국 총량의 문제인데 같은 시간에 학습과 연습의 양을 늘려야 한다. 연습과 실전을 병행하는게 가장 좋겠다.
실전으로 들어가서 내가 사용하는 방법을 소개해본다. 가장 좋은 방법은 영문 스크립트가 준비된 녹음파일을 통째로 외우고 말해보는 것인데 가령 음성파일이 있는 오바마 연설문이나 드라마 대본 같은 것. 이게 가장 좋다. 좋긴 좋은데 문제는 외우는게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유튜브를 이용하는데 유튜브는 미드나 영화에 비해 공백 없이 오디오가 꽉 차있다! (총량을 늘려라) 또 유튜브가 베스트인 이유는 오디오를 분석해서 자동으로 영어자막을 생성해 주기까지 한다는 것! 굳이 학습용으로 자막이 입혀진 영상을 볼 필요도 없다. 좋아하는 해외 유튜버의 영상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채널 중 하나는 이외에도 미국인 박개대 채널 이 있다. 10분 내내 오디오가 꽉 차 있고 빠르고 영문자막이 있고 분량을 채우기 위해서인지 한말을 또 해서 좋다. (머릿속에 한글이 들어오면 안 되므로 한글자막은 숨기자. 영어의 말 그 자체를 받아들여야 한다) 흥미로운 주제를 얘기하니 재미도 있다. 각자 취향을 맞춰 찾아보자.
내가 하는 방식은 볼륨을 최대한 크게 틀고, 바로 크게 따라 말하면서 익숙하지 않은 표현이나 혀가 못 따라가는 지점을 발견하면 그 부분을 반복하고 이어나가는 방식이다. 영어는 한국어에 비해 감정표현이 풍부하다. 조금 과장된 연기 하듯이 따라 하면 더 효과적이다.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
처음엔 잘 안되는데, 잘 안되면 정확히 말하려고 하지말고 그냥 "으으음~" 하면서 따라가는게 좋다. 높낮이와 강약만은 놓치지말고 따라하자. 10분 내내 노래하듯 따라가도 좋다. 미국사람끼리도 정확하지 않은 말은 억양과 리듬으로 알아듣는다. 우리도 마찬가지고. 그렇게 하다보면 거기에 슬슬 단어가 입에 붙는다. 꾸준히 해보자.
읽기는 개인적으로 책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안 해본 게 없는데, 미드 대본도 다운받아보고, New York Times 도 구독하고, Medium도 읽어보고 여러 가지 해봤는데 컴퓨터 앞에 앉아서 30분 이상 다른 거 안 하고 집중력을 유지하는게 정말 쉽지가 않다. 뉴욕타임스는 가입은 그렇게 쉽더니만 해지가 너무 어려워서 결국 계좌를 동결해서 해결해야 했다... 책은 일단 컴퓨터랑 분리되어 시간을 보내기에 좋고, 매일 읽을거리를 찾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 가장 좋다. 그냥 무조건 들고 다니면 전철에서든 보게 된다. 카페 같은 곳에서 영어책 보고 있으면 스스로 뿌듯하기도 하고 기분도 좋다 ^^; 물론 다른 방법으로 잘 된다면 선호하는 방식으로 하면 되겠다. 내가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
지금은 두 권의 책을 번갈아가며 읽고 있는데 첫 번째 Wonder는 아이들도 보는 책으로, 매우 쉽고 무척 재밌다. 책은 워낙 취향을 타지만 내용이 너무 좋아 꼭 한번 보길 권한다. 선천적으로 얼굴에 장애를 가진 아이의 이야기이다. 두 번째 BROTOPIA는 실리콘밸리 마초 문화의 민낯을 여실 없이 보여주는 책인데 어휘가 어렵지만 같은 업계의 이야기이고, 무언가 배울 수 있는 책이어서 좋아한다. 이런 식으로 서로 다른 특징이 있는 책을 병행하는 게 질리지도 않고 해서 추천하고 싶다. 여기서도 역시 중요한 것은 내가 모르는 표현이 있으면 의식하고 넘어가는 게 중요하다. 그냥 한 번씩 집어가며 넘어가면 된다.
모르는 단어는 보면서 하나씩 찾기보다는 처음 볼때는 단어의 뜻을 추측해보고(중요), 나는 보통 책에 표시해 놓았다가 한 번씩 한꺼번에 뜻을 찾아 적어넣는다. 왠만하면 영어단어를 영어로 기억할 수 있다면 제일 좋다. 예를 들어 ego 란 단어를 익히는데, ego는 '자아'라고 아는것보다 ego 는 ego, 이렇게 머리속에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많이쓰는 단어면 뒤에 또 여러번 나오니, 대충 뜻만 익히고 넘어가자. 외워도 좋겠는데 나는 그렇게 해보진 않았다. 재미가 없어서. 나이가 들어서 잘 외워지지도 않았다..
영어는 아무래도 꾸준히 하는게 중요하기 때문에, 기록을 해나가는게 도움이 된다. 나는 Todo앱을 찾아보다가 용도에 100% 맞는 앱은 찾기 어려워서 직접 하나 만들었다. 앱을 매번 켜서 기록하는 것 자체가 귀찮아서 알람이 오면 거기서 바로 기록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앱스토어에 내일: 나의 오늘을 기록해 라는 이름으로 올려놨는데 아이폰 사용자라면 무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물론 수만 가지 투두 앱이 있으니 취향에 맞는 걸 찾아볼 수 있겠다.
더듬이 영어로도 해외취업은 가능하고, 일도 충분히 잘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영어를 잘하고 싶은 이유는, 언젠가 해외 개발 세션에 스피커로 서는 일이 있게 될 때, 유창하게 말하고 싶어서이다. Softbank 의 손정의 회장이 한 컨퍼런스에서 인터뷰를 하는데 내게 조금 충격을 주었다. 영어는 잘 하는데 말이 너무 느리다. 손정의나 되니까 사람들이 듣고 있지. 어쨌든 영어를 하고자 하는 이유가 중요하고 나아가는데 도움이 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앞으로 40년은 더 살 텐데 한해라도 더 가기 전에 열심해해서 남은 시간에 영어 하며 살고 싶다.
대학교 때 중국어가 한번 배워보고 싶어서 중국어과 1학년 전공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교수님이 학원강사처럼 한 학기 수업시간 내내 따라 말하기를 시켰다. 너무 재밌어서 다음 학기에도 총 3번을 수강했는데 웬 컴공애가 온 게 기특했는지 처음엔 A+를 주시더니 두 번째 세 번째에는 B, D를 주셨다. (시험은 한자시험이라 관심이 없어서...) 성적과 관계없이 너무 재밌었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배운 문장들이 기억이 난다.
마지막으로 미국을 한 번도 가보지 않고 오직 유튜브로만 네이티브 수준이 아닌 네이티브보다 더 영어를 잘하는 인도네시아 천재 래퍼 Rich Brian 영상을 봐보자. (보고나면 동기부여 팍팍 될테니 꼭 보기를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