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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종무 Jul 24. 2022

스타트업 취업 가이드 그 후 5년

왜 이 글을 쓰게 되었는가

스타트업 취업 가이드란 글을 쓰게 된 건 2016년 5월 경이었다. 


아직도 잘 영업하고 있는 모 교육 기관에서 IT 계열 직군의 부트캠프 과정을 기획/운영하는 팀에서 일 하고 있던 나는 우리가 가르치는 내용들을 배우면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는지 소개하는 글을 썼었다. 


들으면 스타트업에 취업하기 좋은 개발자/마케터/디자이너/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될 수 있습니다. 

들으러 오세요! 


하는 글인데, 이걸 들어야 되는 사람들은 스타트업이 뭔지도 모르니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는 말도 사람들이 모를 때였다.(알파고 쇼크가 2016년 3월, 머신러닝 딥러닝이란 단어를 쓰면 업계인이었고, 그냥 다 빅데이타 빅데이타 할 때였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이 글을 발행한 뒤로 한 2~3년 뒤부터 이 글이 계속 검색 유입되서 이 글을 읽으러 오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거다. 그 사이 대기업/공기업 취업시장은 점점 안 좋아졌다. 대기업들은 문과 공채를 거의 닫기 시작했고, 역으로 이름난 스타트업은 점점 늘었다. 유니콘 기업들도 점점 늘고 수백명 수천명까지 성장하다보니 다들 스타트업 채용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러다보니 난 몇년 전에 쓴 글인데 자꾸 이 글이 '스타트업 취업' 키워드로 검색되서 읽히는 거다. 사실 그래도 별 상관없다고 생각하긴 했다. 들어와보면 몇 년 전에 쓴 글이라는거 다 알거고, 뭐 대단한 내용도 없다. 발행 초기에는 이런 내용의 글이 거의 없었지만 요새는 스타트업 취업 정보를 얻을만한 데도 많다. 그냥 대충 보고 나가겠지 싶었다. 


근데 몇년을 잊고 있다가 문득 이 글이 게재된 브런치며 블로그로 다시 들어와 보니 아직도 이 시리즈의 검색 유입이 계속 늘고 있는거다. 


덜컥 겁이 났다.


 '어 인제 이거 읽고 뭐 하면 망하는데, 이건 아주 고리짝 시절 이야긴데' 


사실 그 전에 스타트업이 잘 나가고 취업해도 별 지장없고 그럴 때는 정보가 좀 잘못되도 별 상관없었다. 긍정적이고 속 빈 이야기 듣고 담대하게 취준해서 취업하면 되는거니깐. 근데 이제는 아니잖아?


경제 상황은 2년 간 떡락 확정, 부동산 버블, 블록체인 버블, 스타트업(IT) 버블, 개발자 연봉 버블 다 줄줄이 꺼지고, 대기업은 여전히 입 꾹 닫고 있고, 공무원도 줄이고, 스타트업은 투자 겨울이 왔다고 꽁꽁 싸매라며 비명을 지르고 있는 시절이다. 내가 그때 썼던 직무들은 이제 그때의 직무와는 아주 전혀 다른 무언가들이 되어버렸고, 취업 시장은 훨씬 엄혹해졌으며, 경제 상황은 최악이다. 이런 시절에 혹시라도 정말 만에 하나라도 내가 2016년에 써놓은 글을 읽고 취업 준비에 뭔가 영향을 받는 일이 있다면 난 그 사람한테 큰 죄를 짓는 기분이 들거다. 


그래서 그냥 글들을 다 지워버려야 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젠 나는 채용 시장 쪽에서 일을 하고 있지도 않으니깐. 


하지만 찾아보니 내 글이 전부가 아니었다. 지난 몇 년 간 스타트업 씬은 정말 좋은 시절을 보냈고, 그 사이 힙한 스타트업에 취업 하는 법을 담아놓은 글이 수십 수백개는 있었다. 그때는 사실이었지만 지금은 사기가 되어버린 내용도 많았다. 고용노동부에서 양성한 수천 oo 취업 컨설턴트분들은 이런 글들을 엄청나게 공유해주셨고, 여기저기에서 쉽게 스타트업 취업에 대한 글들을 읽어볼 수 있었다. 


'아 내 글 하나 지운다고 되는게 아니구나'


그리고 꼭 내 글이 아니어도 '취업 가이드'란 제목이 붙은 글이 검색량이 늘어난다? 점점 취업이 어려워지기 땜에 그런거다. 몇년 전부터 이렇게 취업하기 어려울 때가 또 있었나 얘기는 계속 나오지만 바닥엔 언제나 더 바닥이 있고, 내일 더 바닥을 파게 될진 몰라도 일단 지금이 가장 바닥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론 최소 2년 정도는 더 깊은 바닥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스타트업 오세요!! 스타트업 좋아요!! 하는 글들이 돌아서는 다들 낭패를 볼 수 밖에 없다. 특히 요즘처럼 실패가 용납되지 않고 재기는 더더욱 어려운 세상에서는.


이것이 내가 새롭게 스타트업 취업 가이드를 쓰려는 이유이다. 


좀 더 힘들어지고, 어려워진 취업, 2016년과는 비교도 못하게 복잡해진 스타트업 씬, 더 어려워진 IT 직무에 대한 소개와 준비하는 법 등등을 정리해서 내 글들을 덮어야 겠다. 적어도 내가 싼 글들은 내가 덮어야지. 


다음 회차 부터는, 이 글을 읽기 전에 알아놓아야 할 사실, 앞으로의 내용, 스타트업 시장의 대략적인 변화, '채용 트렌드' 라는 것을 파악하는 법. 스타트업 쪽 취업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걸까 등등의 순서로 글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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