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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닉스 불나방 Sep 13. 2016

I'm still "Working" Mom

1994년 2월부터 2015년 6월까지 무려 21년간(육아휴직도 근무기간으로 친다면 22년간) 이런 저런 회사들을 다녔고, 맨 마지막은 회사내 서열 No.2에 준하는 꽤나 높은 직책에도 있어본 후에 나의 직장생활은 마무리 되었는데, 그 중 11년은 소위 '워킹맘'이라는 표딱지가 따라다녔다.  


내가 워킹맘이던 시절, 일과 육아, 가사를 병행하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말하고 싶지도 않고, 말하지도  않는다. 다만, 누가 내게 물어오면 난 단 한마디로 끝낸다.  

'도우미 아줌마들에게 수년간 준 돈을 합치니 이 넘어요'라고... 

물론 돈의 액수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아줌마 비용뿐만 아니라 드러나지 않는 나의 엄마와 시어머니의 노동력에 대한 댓가성 용돈까지 합친다면, 직장과 가정을 잘 꾸려나가기가 얼마나 어렵고 고액의 비용을 요하는 일인지는 한큐에 설명될 수 있을 것 같다.  


누가 내게 일하세요? 라고 물으면, 이젠 일하지 않아요, 전업주부예요(이곳에서는 Home mom이라고 말한다) 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오늘 오후 3시 아이들의 스쿨버스를 기다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내가 일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맞나?

아이들이 아무일 없이 학교에 다녀오도록 보살펴주고, 밥을 만들어 먹이고, 빨래하고, 청소하는데에 난 ''이 넘는 비용을 지불했는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것들은 왜 일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걸까?


직장 다니면서 하는 새벽운동은 자기계발이고, 아이들이 학교 간 사이 하는 아침운동은 아줌마의 유희인가? 

직장 다니면서 하는 어학공부는 자기계발이고, 아이들이 학교 간 사이 하는 어학공부는 아줌마의 문화생활?  

직장 다니면서 하는 동호회는 자기계발이고, 아이들의 학교 간 사이 하는 모임은 그저 수다인가?


나는 여전히 바쁘게 일하는 게 맞다.

내가 하지않으면 누군가의 노동력으로 고스란히 비용화될 수 밖에 없는 집안의 일이라는게 왜 일이 아니란 말인가?  집에서 한시도 쉬지 못하는 엄마들의 경제적 가치를 제로로 만들어 버리는 저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은 누가 도대체 만들어 낸것이란 말인가?  


나는 22년차 워킹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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