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닉스 불나방 Sep 13. 2016

몸 장애, 맘 장애

몸도 맘도 아프지 않도록...

얼마전 리우 패럴림픽 개막식에서 로봇과 춤을 추는 의족의 여성을 뉴스에서 보았다.  
뉴스를 보는 순간, 3개월 전 내가 보았던 의족의 그녀들이 떠올랐다.


미국에 온 뒤로는 나도 모르게 음식 섭취량이 늘어났다.  1회에 제공되는 음식의 절대량 자체가 많으며, 접시 또한 그 크기가 커서 나도 모르게 많이 먹게 되며, 움직이는 활동량은 차를 주로 이용하니 오히려 적어진다.  한국에 잠깐 나가 있었던 6월 한달 동안은, 내가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걷는 일상이었고, 음식 자체도 기름지지않고 담백했으며, 높은 습도로 땀을 엄청 흘릴 수 밖에 없었지만, 여기서는 정반대이다.  걷지않아도 되며, 땀을 흘릴 겨를도 없이 춥기까지한 에어컨에, 음식은 내가 만들지 않는 이상 버터와 오일이 엄청나다.  여튼 어떤 이유에서건 나에게 운동은 필요했으므로 심사숙고하여 휘트니스 센터를 골랐고, 열심히 다니고 있다.


휘트니스 센터에는 나와 내 동생 및 몇 명의 친구, 그리고 간혹 보이는 중국인 같은 여자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화이트 일색이다. 살고 있는 지역의 특성이 그러해서인지 다른 인종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모두가 어찌나 열심히 운동을 하는지 왠지 모를 경쟁심이랄까 치기어린 마음이 발동하여 화이트 아줌마보다 뒤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욕심에 아주 열심히 운동을 하게 된다.  

매일 클래스가 오픈되는데, 프로그램이 매우 다양하다.  한시간 단위의 수업들이 Yoga, M sixty, Cycle, Zumba, Mustle, Hit 등등…시간에 맞춰 골라듣는 재미가 있고, 운동기구를 마주하고 끊임없이 인내해야하는 홀로 운동보다는 쩌렁쩌렁 울리는 힙합, 테일러 스위프트와 마룬 5의 신나는 노래에 트레이너의 활기찬 구령소리로 훨씬 다이나믹하게 즐길 수 있어서 더욱 좋다.


나는 주로 Yoga와 Mustle 수업을 들으며 운동을 하는데, 인도인이 외치는 나마스테를 들으며 요가의 진수를 맛보고, 힘으로라면 남자 둘셋쯤은 가뿐하게 이길 것 같은 근육질의 여자인듯 여자같은 여자아닌 트레이너가 리드하는 근력운동을 한다.  또한 몸놀림이 신의 경지에 도달한 독일 전차같은 트레이너의 줌바를 한 시간 따라하면 온 몸이 땀이다. 여기에 더하여 한 가지 편한 것은 모두가 몸에 딱 붙는 운동복을 형형색색 입고 초집중하며 운동한다는 점이다.  나이키, 아디다스 CF에서 볼 법한 딱붙은 레깅스 바지와 스포츠 브라를 입고 있는데 누구 하나 몸의 선이 드러나는 것에 대해 신경쓰지않고 쳐다보지 않는다.  엉덩이와 앞부분을 조금은 긴 상의로 가려줘야 맘이 편한 한국의 스포츠센터와는 비교되게 나조차도 몸이 그대로 드러나는 옷을 입고 다른 사람의 시선따윈 전혀 신경쓰지 않으며 열심히 운동에 매진한다.


휘트니스에 대한 설명이 길어졌다.  왜냐하면 휘트니스 센터의 분위기를 설명해야 다음 얘기할 것이 좀더 드라마틱하게 와닿을 것 같은 조금은 유치한 느낌에서 이다.  누구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열심히 몸을 가꾸고 만드는 이 곳에서 나는 오늘 두 명의 젊은 여자를 보았다.  그녀들은 자매인지 친구인지 잘 모르겠지만, 비슷한 또래 같았는데 20대 중반일까 30대 초반일까 나이는 가늠하기 힘들었다.  왜냐하면 자세히 쳐다볼 수 없었으므로…


내가 그녀들을 본 것은 의족이 전부다.

짧은 숏팬츠를 뚫고 나와 있는 다리의 한쪽은 정상의 다리였고, 나머지 한쪽은 의족이었다.

그녀들 중 한명은 허벅지부터 발까지, 나머지 한명은 무릎부터 발까지…

의족의 차거운 나사들과 견고한 플라스틱 다리에 신겨져 있는 형광색 운동화가 어찌나 조화롭던지…

의족을 보는 순간 나의 눈은 멈췄고, 눈을 위로 올려 그녀들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나이키 운동화를 뚫어지게 보면서 그녀들의 당당함과 편안함을 수다를 통해 알 수 있었을 따름이었다.


여기서 나는 우리나라라면… 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디에서 숏펜츠를 입은 의족을 저리도 편안하게 볼 수 있을까?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우리네들은 아무일 없듯이 스치고 쳐다보지 않을 수 있었을까? 안보는 것처럼 몰래 쳐다볼 것이고, 혹자는 드러내놓고 쳐다볼 것이며, 나처럼 집에 돌아가 이러저러하더라라고 얘기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알고 있는 선에서는 장애인 올림픽에 나가 메달을 딴 장애인의 사진이 전부이고, 어느 분야에서든 남들이 인정하기에 성공한 장애인이 아니면 당당하게 드러내놓고 보았던 기억이 거의 없다.  그로 인하여 나조차도 상당 부분 왜곡된 시선과 생각을 갖고 있으며, 내 아이들에게도 무의식적으로 장애에 대한 편견과 그것을 극복해낸 이의 인내와 노력에 대해 오히려 편협한 생각을 전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오늘, 그녀들의 일상에 묻어나 있는 편안함을 보았고 그것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장애인이라고해서 그네들을 좀더 다르게 생각하고 대하는 것이 오히려 배려아닌 배려로 그들에게 실례를 범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특별하거나 다른 것이 아니라 나와 같이, 그 누구와 같이 그저 평범하다고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는것 부터가 몸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그야말로 몸 장애 앞에서 쿨해져야 맘 장애가 없지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용서받지 못한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