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여행의 설렘이 시작되다.
2015. 10.30.
새벽 3:30 침대에서 일어났다. 드디어 D-DAY.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 늘 놀러 가는 전 날은 이랬지. 특히나 나는 아주아주 먼 길을 떠나야 해서 더 긴장되는 밤이었다. 새벽 5:15 KTX를 타고 서울역으로.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 국제공항으로. 시작부터 쉽지 않은 여정.
혹시라도 늦잠을 자서 KTX를 놓쳐버리면 어떡하나, 내 여행이 시작부터 꼬여버리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쉽사리 잠들 수 없었던 두근거리던 밤이었다.
장시간 비행을 위해 렌즈 대신 뺑글이 안경을 푹 쓰고 집을 나섰다. 버스도 다니지 않는 이른 새벽. 나는 택시를 잡아타고 아저씨께 부산역으로 가달라고 말했다.
"아가씨, 어디 멀리 가나 봐요?"
누가 봐도 눈에 확 들어오는 튀는 색의 커다란 캐리어를 낑낑거리며 들고 택시를 올라타자 기사님이 호기심을 잔뜩 가지고 나에게 물어보셨다.
"네~! 아저씨 저 한 달 동안 혼자서 유럽여행 가요!!!"
안 물어봤으면 어쩔뻔했나 싶을 정도로 나는 크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와~ 아가씨 대단하네!!" 이렇게 아저씨와의 대화는 시작되었다.
기사님은 젊었던 시절 배를 타는 항해사였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 시절 이탈리아에 오랫동안 있을 수 있던 기회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봤던 로마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고 하셨다. 아가씨 정말 잘 선택한 거라고, 자신이 보고 느꼈던 것을 아가씨도 꼭 느끼고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멋진 여행이 되길 바란다고 하셨다.
시작부터 나의 여행을 응원해주는 든든한 지원군을 만났다.
KTX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을 했다.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 도착해서 여행을 할 때 필요한 모든 바우처들을 인쇄하고 비행기 수속을 마치고 짐을 부쳤다. 노랗다 못해 샛노란색의 나의 캐리어. 여행 내내 짐을 잃어버릴 일은 없겠다는 생각.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해서도 저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던 나의 노랑이 캐리어. 나의 선택은 탁월했다.
정신없이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아올랐다.
아무리 자도자도 해는 지지 않았다.
독일 뮌헨을 경유해서 최종 목적지 파리까지 가는 여정. 뮌헨까지 총 두 번의 기내식을 먹고 두 편의 영화를 봤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세 번의 일본 여행, 홍콩, 마카오 여행 경험밖에 없었기에 이런 장시간의 비행은 처음이었다.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장시간 비행을 하고 독일 뮌헨에 도착을 했다. 프랑스 파리로 가기 위해 나는 경유를 해야 했다.
한국에서 출발할 때는 그렇게 많았던 한국인이 비행기 트랜스퍼하니 단 한 명도 없었다.
아니. 동양인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드디어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을 했다. 공항은 정말 컸다. 여행을 준비할 때부터 첫날, 첫 숙소만 잘 찾아가면 반은 성공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때 나의 동물적인 감각이 발휘되었다.
어찌어찌해서 여기저기 물어봐서 공항에서 나의 숙소가 있는 universite 역까지는 무사히 도착을 했다.
역에서 나오자마자 구글맵을 켜고 반대로 미친 듯이 걸어갔다. 바보같이 구글맵 어플을 휴대폰에 다운은 받아왔는데 구글맵을 보는 법은 하나도 연습을 안 해온 것이다. 문과 출신이지만 유독 지리에는 약한 방향감각 제로의 나. 1시간은 헤맨 거 같다. 구글 맵이 빙글빙글 돌고 나의 야맹증은 더 말썽이었다.
거의 울기 직전의 표정으로 숙소를 찾고 있는데 캐리어가 앞으로 나가질 않는다.
지나가던 파리지앵들이 나를 보며 심하게 웃는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날 보며 웃는 것이다. 한번 째려봐주고 캐리어를 살피니, 나와 캐리어 사이에 파리의 거리에서 나뒹굴던 낙엽들이 캐리어 높이만큼 밀려서 쌓여있다. 너무 정신없이 걷다가 온 동네 낙엽을 내가 캐리어로 다 청소한 것이다. 그래서 캐리어가 앞으로 나가지 않았던 것. 지금 다시 한번 생각해봐도 지나가다가 웃을만했다.
결국은 숙소 사장님께 전화를 걸었고 숙소 이모님이 나를 마중 나오셨다. 우여곡절 끝에 숙소에 도착을 했고 시간은 밤 10시가 넘었다. 대충 씻고 나는 2층 침대에 몸을 뉘었다.
다음날 아침, 숙소의 문을 열고 나오니 펼쳐진 모습.
너무나도 낭만적인 파리의 거리.
어젯밤에 내가 저 낙엽들을 캐리어로 다 쓸고 다녔던 것이다.
( 심지어 내 얼굴만 한 낙엽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