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비드메르시 Aug 26. 2016

#3, 사랑꾼이 넘쳐나는 파리.

발길 닿는 대로, 최대한 파리지앵처럼. 하지만 영락없는 실수투성이 여행자


파리 여행의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첫날 이것저것 쇼핑을 하느라 부유한 생활을 해 둘째 날은 조금 타이트하게 보내기로 했다. 나중에 계산을 해보니 총 2만 원 정도를 썼더군.

아침을 또 든든하게 먹고 파리의 거리로 나섰다. 거리에 나오면 향긋한 빵 냄새가 골목골목을 가득 채운다.

우리나라는 빵집이 거의 프랜차이즈이고 아침 일찍 문을 여는 곳이 없지만 유럽의 빵집은 거의 다 개인이 직접 운영을 하는 곳이고 새벽부터 가게를 열고 향긋한 빵을 구워낸다.

알아주는 빵순이, 떡순이인 나에게 이 향긋한 빵 굽는 냄새는 꽃향기보다도 더 향기로웠다.  



숙소 근처 빵집. 늘 아침 일찍부터 오픈을 하고 열심히 빵을 구워내는 곳.






루브르 박물관



오늘의 목적지는 루브르 박물관.

이 날은 입장료가 무료! 원래 루브르 박물관의 입장료는 12유로이지만 10월에서 3월까지 첫 번째 일요일은 입장료가 무료다. 루브르 박물관뿐만 아니라 파리의 거의 모든 박물관이 그런 걸로 알고 있다. 가난한 배낭여행자에게 이것은 아주 럭키지. 그래서 나는 신나게 룰루랄라 박물관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보이는가 저 줄이. 원래도 루브르 박물관은 관광객이 엄청 많은데 무료입장이라서 그런지 아침 일찍 갔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다. 세계 3대 박물관으로 유명한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나머지들은 영국의 대영박물관, 이탈리아 바티칸시티의 바티칸 박물관이 있지. 유럽을 간다면 꼭 가봐야 하는 곳이라고들 한다. 사실 나는 이런 미술들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래서 안 들어갔다. 무엇보다도 사람이 너무 많았고 여유롭게 집중적으로 관람을 할 수 없다면 그다지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 아니 왜 파리까지 가서 루브르 박물관을 가지 않은 거야? 왜 모나리자 언니랑 사진을 찍지 않고 온 거야?라고 이야기를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이건 내 여행이니까 괜찮아요. 헤헤.





대신 나는 광장에 앉아서 사람들 구경을 했다. 아들과 함께 여행을 온 아버지, 나이 드신 부모님을 모시고 루브르를 찾은 내 또래로 보이는 사람, 친구들과 여행을 와서 찰칵찰칵 열심히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 단체관람을 하러 온 관광객, 루브르를 배경으로 웨딩촬영을 하러 온 예비신부 등등 정말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모두 제각각이었지만 모두 같은 한 가지는 환한 미소와 함께 여행의 설렘을 가지고 있었다.      




루브르 박물관의 상징. 유리 피라미드콕. 앗 따가워.






튈르리 정원



광장에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 나는 하염없이 뚜벅뚜벅 걸어서 튈르리 정원으로 갔다.

베르사유 궁전의 조경을 담당했던 노트르가 설계한 튈르리 정원은 센 강 오른쪽에 자리를 잡고 있다.

기하학적이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주는 이 튈르리 정원은 파리 시민들의 자랑거리이고 햇살이 따스한 날에는 자그마한 분수대 주변을 둘러싼 벤치에 앉아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거나 천천히 산책을 즐긴다고 한다.




가을 옷을 입은 튈르리 정원의 나무



내가 좋아하는 가을은 한 껏 느낄 수 있던 곳.

시선을 두는 모든 곳은 아름다웠고 가을의 향기와 색이 뚝뚝 묻어났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기만 해도, 벤치에 앉아서 조깅하는 사람들만 봐도 행복하다. 어제부터 느낀 것은 파리는 참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즐기고 또 사랑꾼이 굉장히 많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정말 많다. 보기 좋았다. 정말.








발 길 닿는 대로 뚜벅뚜벅 걷다가 도착한 마들렌 사원. 이 곳은 유럽의 다른 성당들처럼 종탑은 없지만 마치 그리스 신전 같은 모습이 색달랐다. 마들렌 성당은 1765년 루이 15세 때 건축이 시작되었지만 프랑스혁명으로 공사가 중단되었었다. 하지만 1806년 나폴레옹이 1세가 자신의 용맹한 군사들을 기리는 뜻에서 다시 건축을 명했고 1842년 완성되었다고 한다.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갔더니 일요일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미사를 드리고 있었다. 그 경건한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숙연해졌다.



성당 정면에 조각되어있는 최후의 심판


우연히 미사 드리는 모습도 보게 된 마들렌성당.막달라 마리아와 천사상이 조각된 제단.



마들렌 사원 앞 계단에 앉았다. 쏟아지는 따뜻한 햇살이 기분을 약간은 나른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여유롭게 햇살을 즐겼던 때가 언제였더라, 아무리 생각을 해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한국에서 너무나도 바쁘게 정신없이 보냈던 그 시간들만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오롯이 햇살을 즐길 수 있었던 순간이 너무나도 소중했다.  






퐁피두센터 근처 맥도날드에서 점심. 8.3유로


여행하면서 한국인들이 식사를 대신하기 위해서 맥도날드를 정말 많이 간다고 한다. 낯선 곳에서 유일하게 익숙한 곳이기 때문에. 아마도 맥도날드와 스타벅스가 여행자들의 쉼터로 양대산맥으로 꼽히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이 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맥도날드를 갔다. (잘했어 잘했어) 한국보다 엄청 컸던 햄버거. 다 먹지 못하고 남기고 왔는데 왜 이제야 아쉬운 걸까...?



파리 퐁피두 센터



파리 퐁피두 센터에 도착을 했다. 정식 명칭은 국립 조르주 퐁피두 예술 문화센터라고.

굉장히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퐁피두 센터. 건물 외벽에 달려있는 거석은 바로 에스컬레이터다. 이것을 타고 올라가면 파리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다. 퐁피두센터의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입구에서 시행하는 소지품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마치 공항 이미그레이션을 하는 것처럼 철저하게 이루어진다. 나는 처음에 이미그레이션을 하고 내부로 들어가서 실컷 구경을 하고 에스컬레이터를 밖에서 타는 줄 알고 나왔다가 다시 또 귀찮은 이미그레이션을 하고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퐁피두센터 역시 입장료가 있지만 오늘은 무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맨 위로 올라가면 파리의 전경을 볼 수 있다.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에 눈높이에서 파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멀리 내가 가지 못한 몽마르트르 언덕도 보인다.





퐁피두 센터 앞 광장에는 다양한 예술가들이 모여든다. 버스킹 공연도 하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 또 행위예술가들이 자신들만의 예술세계를 펼치고 있다. 그리고 따스한 햇살을 즐기며 광장에 누워 여유를 부리던 파리지앵들.





그냥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만 해도 낭만적인 파리의 거리
파리의 또 다른 명소. 센 강



센 강을 따라 조깅을 하거나 연인의 손을 잡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기분 좋게 따라서 산책하기. 이런 여유라니. 정말. 좋다. 행복하다.






나의 마지막 목적지는 에펠탑.

에펠탑을 가기 위해 실컷 햇빛도 보고 내가 좋아하는 공원에서 산책도 하다가 기분 좋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나는 또 대. 박. 실. 수. RER C선을 타고 에펠탑으로 가야 하는데 그것을 반대로 타버렸다. 휴.



한참을 타고 가는데 뭔가 뒷목이 싸한 느낌. 분명히 바깥 풍경이 시내 느낌이 나야하는데 내 눈앞에 보이는 풍경은 시골 느낌. 일단 정신 차리고 후다닥 내린 역은 JUVISY. 대체 여기가 어디인지. 플랫폼도 엄청 많아서 어디로 가야 할지 도통 모르겠더라. 무서웠다 정말. 30분 넘게 헤매다가 나의 온 정신과 신경을 집중하여 선택한 플랫폼에서 다행히 에펠탑으로 가는 기차를 탑승. 십년감수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에펠탑



두근 두근 두근.

에펠탑 근처에 가니 흑인들이 에펠탑 모형 대여섯 개 뭉치와 셀카봉을 들이밀며 1유로를 외친다.

이상하게 그렇게 셀카봉을 판다. 난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 나는 내 캐리어에 있는 셀카봉도 귀찮아서 안 가지고 나왔어요.'

( 실제로 한 달 내내 셀카봉을 꺼낼 생각 조차 하지 않았다. )


밑에서 올려다본 에펠탑





내 눈으로 보고 있지만 참 믿어지지 않았다.

"내가 에펠탑 널 보러 파리에 왔어."

공원 벤치에 앉아서 에펠탑의 야경을 기다리다가 급속도로 지는 해에 갑자기 뭔가 무서워졌다.

빨리 숙소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일어섰다.

야경은 내일 바토무슈를 타며 봐야지 하면서.




사람 사는 냄새


이 날은 정말 많이 걷고 힘들었던 하루였다. 그냥 구경하는 재미에 이곳저곳 돌아다녔더니 저녁이 되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자 후유증이 몰려왔다. 다리도 아프고 피곤하고 배고프고.

숙소에 도착하니 이모님이 오늘은 특별히 저녁으로 삼겹살을 주신단다.

그 말에 급 행복진 나. 아싸, 많이 먹고 자야지. 헤헷






매거진의 이전글 #2, 파리의 가을은 황홀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