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결혼하고 싶은 사람 고르듯이
어떤 회사가 좋은 회사인지 분별하긴 쉽다.
그런데 '나쁜 회사 판별법'은 찾기가 쉬운데, 어떤 회사가 좋은 회사인지 말을 해 주는 글은 찾기 힘들다.
좋은 회사의 기준은 너무 간단하기 때문이다.
돈을 많이 주고, 그보다는 일을 덜 시키며, 그 일은 가치가 있게 느껴지며, 회사에 배울 사람이 많으면 좋은 회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유토피아는 우리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우리는 우리의 성향에 따라 현실과 조금씩 타협점을 맞춰서 '나'에게 좋은 회사를 찾아갈 수 밖에 없다.
어떤 사람에게는 좋은 회사가 일이 많아도 많은 임금과 빠른 성장을 담보하는 곳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돈을 적게 주더라도 함께 일하는 사람이 좋고 저녁이 있는 삶이 보장되는 회사일 수도 있다.
이러한 개개인별 성향에 맞춰서 회사를 찾기 전에 적어도 나쁘지 않은, 괜찮은 회사를 찾을 수 있는 척도를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간혹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다 보면, 멋진 사진과 감성 충만한 글을 올리며 '내가 이만큼 즐겁고, 행복하고, hip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화려하게 홍보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 사람들과 만나서 잠깐만이라도 얘기를 하다 보면, 그들이 얼마나 공허해하고 허전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화려하게 회사를 홍보하는 곳은 그 이면의 허전함을 숨기고 있는 경우가 많다.
- 우리 회사에는 미니 농구대와, 옆에는 탁구대, 그 옆에는 포켓볼이 구비되어 있어요. 업무시간에 이용 가능해요! 취미와 업무가 공존하는 일터 ㅇ(^_^)ㅇ
→ 밖에서 취미생활 할 시간도 없이 회사에 머물게 될 것이다.
- 우리 회사는 전직원 단체 워크샵을 외국으로 갔다왔어요!!
→ 전 직원 연봉을 동종업계만큼 올려주는 것 보다 전 직원 해외 워크샵이 더 싸게 치여서 갔을 거다. 그리고 회사 규모가 조금만 더 커지면 이 복지는 없어지고, 연봉은 그대로다.
- 우리 회사는 사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육아휴직을 장려해서 여성이 일하기 좋은 일터 인증을 받았어요~!!
→ 그런 여성을 잘 승진시켜주겠다고는 약속하지 않았다. 일하기는 좋아도 워킹맘에 대한 유리천장은 그대로다. 그리고 오히려 암묵적인 남녀차별이 심해 워킹대드의 저녁있는 삶이 워킹맘의 복지를 위해 희생되는 최악의 경우가 초래될 수도 있다.
- 우리 회사는 연봉 수준을 채용 공고에 드러낼 만큼 연봉에 자신 있어요~!
→ 그만큼 부려먹겠다.
실상은 → 처럼 함정을 교묘하게 숨기기 위해 더 화려한 말로 포장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자연에서도 독을 품은 식물이나 동물이 화려하듯이, 화려한 수식어구로 지원자를 현혹시키는 회사는 그 이면의 속뜻을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한다.
그래서 오히려 괜찮은 회사는 회사 홍보를 안간힘을 쓰고 하는 회사 보다, 동종업계 사람이나 학교 선후배 등 지인을 통해 알음알음 듣는 회사가 진짜배기인 경우가 많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모든 회사가 뛰어난 인재를 원한다. 그렇기에 뛰어난 인재를 붙잡기 위해서는 복지나 처우가 다른 회사들과 비교할 수 없게 좋아야 한다. 하지만 회사 주머니 사정으로는 뛰어난 인재들을 모시기엔 한계가 있다. 그래서 회사들은 다양한 '허수'를 앞세워서 근로계약을 체결하기를 종용한다.
다음과 같은 '허수'를 제시한다면, 그 회사는 그닥 정직하지 않은 회사일 가능성이 높다.
- 분기/반기 별 인센티브 지급 보장 및 기본급의 특정 퍼센티지 이상 보장
→ 연봉 계약 상 명기되지 않은 금액을 급여에 포함시켜 연봉이 더 많아 보이게 하려는 속셈
- 특진 보장, (계약직 입사의 경우) 1년 후 정규직 전환 보장
→ 막상 특진이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인사평가에서 수 년 간 특정 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은 얘기 안 해준다.
- 차량구입비 등 구매 지원에 대한 복지 강조
→ 결국 살 마음이 없으면 돌려받지 못하는 복지
- 업계 1~3위의 브랜드 가치
→ 업계 top-tier로서의 프라이드와 연봉을 교환하려고 하는 양아X회사가 가끔 있다.
막상 입사하여 당장 받을 수 없는 혜택까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한 부분은 제외하고, 당장 입사하여 주머니에 떨어질 급여가 어떤지 입사하고 바로 받을 수 있는 복지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따져보면 생각보다 있어보이던 회사가 시원찮아 보일 수도 있다. 보장되지 않는 허수에 속아 내실 있는, 괜찮은 회사를 저버리지 않기를.
직장생활을 한 달만 해봐도, 주변에 직장생활하는 지인들을 만나봐도 다니는 회사를 지인에게 추천할 만한 회사가 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직장인들끼리 만나면 본인이 다니는 회사가 얼마나 더 지옥인지 경쟁이 붙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래처럼 욕을 빙자한 회사 칭찬을 하면 회사가 괜찮은 회사일 가능성이 높다. (함정도 있다.)
- 다 좋은데 상사가 또X이야
→ 지인과 같은 팀에서 일할 게 아니라면 고려해봄직한 회사
- 일이 많아서 그렇지 (or 연봉이 적어서 그렇지) 다닐만 해
→ 괜찮은 회사인데, 앞의 단점이 다니면 다닐 수록 크게 느껴질 회사
- 사람 때문에 참고 다니는 거지 뭐.
→ 소울메이트 들이 한 조직에 모여 있는 회사, 조직원들의 근속년수가 오래 되었다면 이런 회사는 오히려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가서 적응하기 힘들다.
- 내가 모시는 사수 분이 정말 멋있어
→ 사수에게서 정말 제대로 일 배울 수 있는 기회. 다만 그 사수가 회사를 떠난다면 그 회사의 메리트는 반절 이상 사라진다.
캐주얼한 일상 대화에서 위와 같은 말로 지인이 한 가지라도 회사의 장점을 어필한다면 그 회사가 다른 회사보다 더 우월한 한 가지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인건비가 전체 지출 비중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회사는 그 만큼 본인 또한 회사의 시스템을 돌리기 위해 많은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거기다 인건비가 지출 비중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회사가 인건비를 통제하면 비용의 많은 부분을 save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그만큼 고용 불안정성과 저임금과 싸워야 한다.
덤으로 실용성이 떨어지는 업무 매뉴얼이나, 사람의 역량에 따라 벌어지는 업무 퀄리티 편차와 싸워야 할 수도 있다.
어떤 회사가 괜찮은 회사일까?
물론 각자의 우선순위가 다르고, 각자의 선호가 다르기에 케바케(case by case), 사바사(사람 by 사람), 부바부(부서 by 부서) 란 말이 나올 정도로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는, 한 가지 정답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연애에 있어 엄연히 '연애 하기 좋은 사람', '결혼 하기 좋은 사람'의 정의가 다들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처럼 '괜찮은 회사'에도 공통점은 있는 것 같다. 장황하게 적은 글의 키워드를 뽑아보자면 아래와 같다.
- 화려하진 않아도, 정직한 회사
- 주변 평판이 좋은 회사
- 스마트한 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