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이 스트레스인 한국 직장인들을 위한 가이드
이 글을
꼰대 같은 선배를 둔 모든 직장인에게 바친다.
막내 생활만 3년 차인 지금, 다른 사람들보다 직장에서 뭘 더 잘 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스파르타 식으로 회식자리를 자주 가졌었기에 회식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방법에 대해서는
정통하다고 자부한다.
가끔 포털이나 직장인 선배에게 자문을 구하는 여러 사이트에서 '술을 못하는데, 직장생활 잘할 수 있겠냐'는
걱정 어린 두려움을 마주한 적이 많아 내 방법을 공유하고자 적어본다.
물론 읽는다고 해서 어떠한 술자리에서도 끝까지 살아남긴 힘들 것이다.
연애를 글로 배우는 것처럼, 읽는다고 어떻게 모든 걸 다 체득할 수 있겠는가.
가장 좋은 방법은 여기서 제시하는 스킬을 쓸 필요가 없는, 술자리 문화가 괜찮은 회사를 들어가는 것이겠지만
한국에 적(籍)을 둔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은 술자리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남성이라면 남자들의 문화에 속해있기 때문에 (너 이 XX, 술을 빼?),
여자라면 여자라서 (여자는 술자리 장단도 잘 못 맞추고, 이래서 안 돼) 등.. 이유야 다양하다.
그래서, 눈치 덜 받으면서 적게 먹는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아마 웬만한 기업에서 남성 사회초년생이라면 일반적으로 술자리에서 더 엄격하게 감시(?)당하기 때문에
본 글처럼 행동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이 글을 읽는 어느 누구든 술자리에서 추태 안 부릴 정도로만
요령껏 취하는 스킬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번 글은 총 3가지 방법으로 술을 적게 먹는 방법을 기술할 것이다.
- 술 적게 먹으면서 많이 먹는 척하는 방법
- 술 얼마나 먹었는지 분간 못할 정도로 상대방 술 많이 멕이는 방법
- 술 안 먹는다고 한 소리 하는 상대에게 적당히 무안 주는 방법
세 가지에 대해서 노하우를 공유할 것이며, 사회생활에 지장 안 가게 술자리에 참석할 수 있음을 자부한다.
서로 술잔을 부딪히지 않아도 그냥 혼자서 알아서 자주 홀짝홀짝 마시는 척을 한다.
여기서 key point는 홀짝 마실 때, 진짜 마시는 게 아니라 입술만 적시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주든 맥주든) 한 잔을 2~3번에 걸쳐서 마신다면,
아주 미량의 술을 8~10번에 걸쳐서 한 잔을 마신다고 생각하고 입술만 묻힐 정도만의 양을
정말 자주 술잔을 들고 혼자 호록 호록 마시면 된다.
잔이 자주 비지 않더라도 자꾸 먹는 것처럼 보이면, 대게 남이 몇 잔 먹는지 계산을 할 정황이 없는 사람들은
- 아 얘는 혼자서 나름 노력을 하고 있구나
- 얘는 알아서 혼자 많이 먹고 있구나
하고 안심하는 모습을 보인다. 심지어는 '혼자서 뭘 그리 계속 먹냐'며 걱정 어린 시선을 받기도 한다.
다만, 이 방법이 통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몇 잔째 마시는지 상대방이 모르게 하는 게 중요한데,
이 때문에 '술 얼마나 먹었는지 분간 못할 정도로 상대방 술 많이 맥이는 방법'이 중요하다.
답은 간단하다. 술을 본인이 관리하면 된다.
그 자리의 주모를 자처하면서 빈 잔이 보일 때마다 잔을 가득 채워준다.
이 방법은 타이밍이 중요한데, 짠을 할 시점에 잔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짠이 끝나고 사람들이 잔을 내려놓을 때 그때 빈 잔은 바로바로 채워준다.
이 방법은 본인뿐만 아니라 술을 잘 못 먹는 동료 직장인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
다만, 눈치와 센스가 필요하다.
타이밍을 잘 잡아 본인 자리에 술병을 두고 눈에 띄지 않게 빈 잔에 술을 따루어주면서
본인 잔이 자꾸 안 비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게끔 술을 따루어 줄 수 있어야 한다.
눈치와 센스를 잘 발휘하여 술자리의 많은 사람들을 살리고, 술을 먹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술을 더 줄 수 있도록 자리의 주모로서 기량을 발휘해 주시길.
간혹 가다 위의 방법에도 불구하고 '너 잔 비우는 속도가 더딘 거 같다?', '자리가 안 즐거운가 봐,
별로 안 먹네?' 등의 말로 술을 안 먹는다며 한 소리 하는 사람들이 있다.
술이 약해서 그렇다고 암만 얘기를 해도 못 알아듣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땐, 술기운을 빌어 하고 싶은 말을 직언으로 해도 괜찮다.
- 제가 알아서 먹을게요 ^^ (제 몸 제가 챙기겠다는데, 저 취하면 챙겨주실 것도 아니면서 도가 지나치시네요)
상대가 술에 취해서 제대로 알아듣지를 못하는데, 굳이 그들의 술주정을 젠틀하게 받아줄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다만, 처음엔 농담인 양 날이 서 있는 말을 웃으면서 건네고 그래도 못 알아들으면 그때 가서 본인의 의지를
확고하게 표현하도록 한다.
본인은 회식자리가 잦고, 술을 본인 주량껏 먹는 걸 용서 못하는 회사에서 근무했었다.
술을 좋아해서 찾아먹는 성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입사 후 근 6개월 정도는 회사 외의 저녁자리에는 절대
술을 입에도 대지 않을 정도로 회식이 잦았다.
회식 자리에서 조금만 술을 적게 먹는다 치면, '너 기분 안 좋니', '왜 이렇게 술을 빼니' 라며 훈수를 두는
직장 상사들 덕에 거의 집에 기어갈 정도로 술을 먹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깨달은 한 가지가 있는데, 바로
는 것이다.
술자리에 같이 한 사람들은 취한 상대를 적극적으로 케어해주지 않는다.
최대한 케어해주는 범위가 택시 잡아서 집주소 불러주고 보내주는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