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난 돌은 그 누군가에게는 사이다가 될 수도 있다
연애에서 상대방이나 본인의 일방적인 사랑은 결국 저 혼자 무한정 맞춰주다 제 풀에 지쳐 떨어져 나가게 하며,
서로 전혀 다른 상대끼리의 끌림은 일시적인 불장난으로 끝나는 게 다반사다.
회사 또한 본인이 지향하는 지향점과 다른 문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조직원으로서 회사에
지속적으로 헌신하기란 힘이 들 것이다.
내 경우에는 똑같은 나의 성향을 가지고 지금의 회사에서 평가받는 내용과 첫 직장에서의 평가가 다르다.
50년이 넘도록 선후배문화가 중시되었던 첫 직장에서 선배들은 내 성격과 성향을 가지고
라는 평가를 내렸다.
반면에 다양성이 중요한 현재 직장에서는 다르게 평한다.
(대한민국의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해온 나로서는 인정하기 힘든 평가이지만)
그리고 회사를 옮기게 되자 주변에서 내 회사생활을 봐왔던 사람들이 하나 둘 나에게 축하를 해주며
운을 떼기 시작했다.
스물 넷, 스물 다섯의 나는 정말 퓨어했다.
내가 가진 기질들을 회사를 위해 포기 해야만 하는 걸로 믿고 있었다.
그냥 내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조직생활을 하기에는 내가 너무 튀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정 맞지 않기 위해' 고분고분하고
유순한 성격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냥 윗사람 말에 토 달지 않고, 시키는 대로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본인이 진짜 갖고싶은 몫을
가질 수 있게 되리라 믿으면서 살아야 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유순하지만은 않은 내 성격을 있는 그대로 받아줄 수 있는 조직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첫 작장에서 이래저래 커리어가 꼬여버려 신입으로 새로 들어온 두번쨰 직장에서는 좀 더
내 권리에 대해 주장을 할 수 있도록 회사 측에서 오히려 장려했다.
(전직장에서는 내 권리를 주장하면, 회사를 위할 줄 모르는 얌체가 되었다.)
아이디어 회의 때도 윗사람들이 정해놓은 답을 포장해서 윗사람의 비위를 맞추기 보다는 말단 직원도
똑같은 발언권을 가지고 같이 회의에 참여할 수 있었다.
물론, 아직 직장을 옮긴지 얼마 안 된 경험으로서는 회사에 대해 부족한 평가이긴 하지만,
전 회사에서 입사 후 채 한 달이 되지 않았을 때 조언이랍시고 들었던 얘기들을 듣지 않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대단히 만족스럽게 다니는 중이다.
직장생활도 연애와 같이 서로의 합이 잘 맞는 직장에 들어가야 하는 것 같다.
서툰 연애처럼 상대방에게 이것저것 본인이 원하는 걸 강요하다 상대방을 지쳐 떠나가게 만드는 일을
직장생활에 빗대어 생각해봐도 똑같다.
본인의 타고난 기질과 전혀 다른 태도와 문화를 강요받는 곳에서 일을 하게 된다면, 오랜 직장생활을
보장하기 힘들다.
난 이미 나에게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내 과거의 일부가 되어버린 첫 직장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단지 나와 성향이 맞지 않았을 뿐, 똑같이 사람 사는 곳이었으니까.
내가 아닌 누군가가 그 직장에 들어갔다면 본인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것 처럼 만족하고 다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당장 들어가기 전에 그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겠지만,
현직자들의 조언 및 여러 구직 사이트의 다양한 지표들을 참고하여 본인 성향에 맞는 회사에서
행복한 직장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길 바란다.
(직장 선택에 앞서 본인의 성향이 어떤지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서는
'첫 직장, 후회 않을 선택을 위해' 내용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