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결심하게 되는 3가지 순간
이전 회사에서 나오게 된 계기로는 '되바라지기' 에서 언급한 사례들도 한 몫 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더 근본적인 퇴사의 원인들은 사람에서 찾기 보다는, 회사와 조직문화에서 찾았다.
사람은 바뀌면 그만이지만, 회사나 조직문화는 바뀌기 힘든 것들이니까.
그리고 주변 선배들의 이직 사례와 퇴사 사유들을 종합해서 봤을 때, 퇴사를 결심하게 되는 데는 3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만약 아래에서 제시한 3가지 중에 한 가지라도 해당이 된다면, 본인의 미래에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조직에 머물고 있는 가능성이 높으니 진지하게 퇴사를 고민해 보시길.
부당한 인사발령이나, 조직의 필요에 따라 갑작스럽게 팀이 처리하는 업무의 성격이 달라져 본인의 커리어가 꼬일 경우에 보통 퇴사를 가장 많이 고려하게 된다.
'평생직장'이란 보장도 없는데, 내가 지켜왔던 커리어에 대한 전문성이 이런 어이없는 이유들로 인해 사라지려 하는 순간 향후 본인이 추상적으로나마 그려왔던 커리어 path에 대한 계획도 꼬여버린다.
그럴 때, 왜 조직에 남아있겠나? 어떤 부귀영화가 보장이 되어서?
- 아 나는 이 사람처럼 되고 싶다
라는 마음이 들게끔 정면교사로 삼을 사람보다
- 나는 이 사람처럼 되지 말아야지
싶은 반면교사들만 많을 때,
- 과연 이 조직엔 이렇게도 사람이 없는가
라는 마음이 들게 마련이다.
사람이 꾸려가는 게 조직이다.
본받을 사람 하나 없어보이는 조직에서 본인은 누구의 도움을 받아, 어떠한 레퍼런스들을 쌓아나갈 수 있겠는가?
job market에서의 개개인의 경쟁력은 어학실력, 그리고 그 외 업무에 도움이 되는 skill에서 갖춰지는 것 보다 일적으로 어떠한 성취를 이뤄왔는지, 어떠한 일을 주로 해왔는지에 따라 형성된다.
그런 점에서 본인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1) 본인이 다른 사람에 비해 경쟁력 있는 성취를 얻을 만한 도전적인 업무가 덜 주어지고 있음을 의미하거나 2) 본인의 커리어를 다른 회사에서도 확고하게 포지셔닝할 수 있는 업무를 지속적으로 맡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비슷한 년차와 비슷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도태되고 있을 때, 제대로된 커리어 관리를 못한 본인을 돌아볼 필요도 있겠지만 회사에서 어떠한 마음으로 직원들을 바라보고 일을 주고 있는지 또한 한 번 더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인력시장에서 본인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본인이 노력을 안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조직에서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맞춰 조직원들이 그에 필요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제대로 케어를 못해주는 경우도 많다.
조직 내에서 과학 공식처럼 언급되고 있는 '또라이 질량보존의 법칙'을 많이들 들어봤을 것이다.
간략히 말해, 어딜 가나 '또X이'라고 부를 만한, 쉽게 공감하기 힘든 이상한 인격을 가진 사람들은 존재를 한다는 법칙이다.
조직생활을 좀 해봤다 하는 사람들은 정설처럼 믿고 있기도 하다.
(사진 출처 : http://1boon.kakao.com/outstanding/jobchange20160619)
나는 '또라이 질량보존의 법칙'이란 단어 보다는 이 말이 왜 생겨나게 되었는지에 좀 더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누구든 조직생활에서 사람 때문에 가장 힘들어하고, 그 사람 때문에 힘든일은 어느 조직을 가나 존재할 것이다. 그 누군가 때문에 죽도록 출근하기 싫은 일이 생기더라도 어느 조직으로 가든 그런 비슷한 문제는 똑같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장인 자기계발서 베스트셀러에서 흔히들 나오는 말처럼 '항상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으로 남으라'는 말은 실천하기 힘들겠지만, 사람때문에 아무리 힘들더라도 그 조직을 그만들 생각을 하는 건 옳지 못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어딜 가나 본인을 스트레스 받게 하는 또X이는 존재할 테니까..
그렇다면, 퇴사는 언제 결심해야 할까?
이 조직은 조직원들의 커리어엔 일절 관심도 없이 단기적인 관점에서만 인력을 운용한다고 느껴질 때,
이 조직엔 믿고 따를 만한, 일적으로도 사람으로도 괜찮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느껴질 때,
이 조직에서 본인의 성장에 별로 기여하지 못한다고 생각될 때,
그런 영양가 없는 조직을 다닌다고 본인이 느낄 때 퇴사를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
사람이 숲에서 나무를 구성한다고 비유한다면, 그 나무들이 모인 숲은 조직이다.
퇴사를 결심할 때 나무가 아닌, 숲을 보고 결정하는 좀 더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