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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츠비 Sep 03. 2023

[기러기의 일기 22]

마음이 몸을 앞지를 때

스트레칭으로는 안 풀리는 찌뿌둥한 몸을 풀고자 새벽 산책을 나갔다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1년 만에 달렸다. 단지만 한 바퀴 돌려고 했던 마음과 달리 다리가 계속 움직여 호수에 다다랐다. 잠시 숨을 고르고 집에 돌아와 씻고 나니 너무 상쾌했고, 긍정적인 기운이 마구 샘솟았다.


'이 기운 몰아서 오늘도 파이팅!'


속으로 외치고 여지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 여느 때처럼 일하면서 듣는 JAZZ 플리(PLAY LIST)를 재생하려고 유튜브를 켰다. 그런데 정작 누른 영상은 '비긴어게인 수현 메들리' 영상이었다. 악동뮤지션 신곡을 몇 번 들었더니 알고리즘이 악뮤 수현의 영상들을 마구 추천해 준 탓이다.


'와 정말 천상의 목소리야.'


감탄도 잠시. 갑자기 가슴이 뜨거워지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대여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노래 '걱정 말아요 그대' 첫 소절에서 힘차게 시작한 아침이 내 가슴과 함께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이어진 다음 곡 '한숨'.


숨이 벅차올라도 괜찮아요. 아무도 그댈 탓하지 않아. 가끔은 실수해도 돼. 누구든 그랬으니까.

누군가의 한숨 그 무거운 숨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당신의 한숨 그 깊일 이해할 순 없겠지만, 괜찮아요. 내가 안아줄게요.


흘러내리는 눈물을 차마 막지 못했다.


내가 미처 알아채기도 전에 내 마음이 지쳐있었나 보다. 그리고 내 마음은 언제나 그렇듯 내 몸을 앞질렀다.

쉽사리 진정되지 않는 마음을 억지로 부여잡기보다 그대로 놔두었다. 휴지로 연신 눈물을 닦아내다 보니 이내 마음이 말한다.


'이제 됐어.'


참 감사한 아침이다. 나도 모르고 지나칠 뻔한 내 마음의 힘듦을 위로해 준 노래가 있어서. 그리고 그 노래를 듣고 머리보다, 몸보다 먼저 반응해 준 내 마음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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