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수업에 대한 나의 관으로 바꿀 수 있는 한계를 정하다
책도 보고 사유도 하면서 수업에 대한 나의 가치를 만들었다. 그것의 얼개는 다음과 같다. 배움을 통해서 지식을 쌓는 대상은 학생이다. 따라서 학생이 배움을 가질 수 있도록 학생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지식의 접근을 스스로 하도록 하고 단순히 외우고 익히는 것보다는 어떤 과제에 스스로 흥미를 느껴서 자발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 주어져 있는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보다 스스로의 생각으로 창조되는 방법을 찾도록 한다. 모르겠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을 물었을 때 쉽게 설명하기보다는 다시 한번 더 생각하도록 자신의 생각은 어떤지 반문한다. 질문을 해서 바로 답변을 하지 못하면 답변을 할 때까지 기다려서 끊임없이 생각을 하도록 유도한다.
여러 가지 수업에 적용될 방법이 생각이 되었지만 결국은 학생 스스로 생각을 하게 하는 것으로 그 전체 그림은 모아진다. 어떤 수업 모형이 좋다고 그것을 정해서는 그 방식의 수업을 수행을 하기만 하면 좋은 효과가 나리라는 기대는 금물이다. 좋다고 하는 수업 모형을 배워서는 아이들에게 적용을 한다면 아이들은 그 어설픈 수업의 실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떤 수업 모형을 따라 하기보다는 지금까지 내가 수업을 하면서 좋았던 경험들을 떠올려보고, 그것을 학생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 우선 급선무라 생각했다.
거기다가 꼭 보태어야 할 점은 수업에 대한 사유를 겪으면서 깨달았던 것들이다. 예를 들자면 수업 도입 부분에 동영상을 튼다든지 하는 동기유발 같은 경우보다는 아이들의 선지식을 떠올려보는 활동 같은 것이다. 오늘 몇 쪽 할 거지요? 이런 물음으로 책을 펴게 해서는 바로 수업을 진행하던 예전의 방식에서, 오늘 같이 탐구해나갈 과제에 대한 생각을 함께 떠올려보는 활동을 하는 식으로 바꿀 것이다. '지층'을 수업을 할 것이라면 '지층은 무엇이며, 지층으로부터 무엇을 알 수 있을까?'와 같은 물음 하나를 가지고 교실에 들어서면 될 듯하다. 그것으로 아이들이 지층을 머리 속에서 떠올려서 이야기하거나 글로 쓴다면 그것이 선지식 나타내기가 된다.
지층이라는 내용은 중학교 과학 수업에서 겨우 한 두줄 나오는 개념이다. 그런 것을 가지고 한 시간 수업에 쓰일 발문으로 삼는다는 것이 다소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또 심각하게 생각한 나의 사유의 결과다. 수업을 바꾸고자 하면서 선배 교사들에게 여쭤보았다. 아이들이 발표하고 토론하고, 심지어는 실험까지 아이들이 준비해서 하는 식으로 수업을 바꾸려고 한다면서 어떤 문제점은 없을까요? 하고 물었더니 예외 없이 모두 '진도는 나가겠는가?', '성적은 나오겠는가?'라는 우려를 했었다.
명예퇴직을 각오하고 수업을 바꾸려 하기 때문에 나는 성적을 포기하였다. 성적을 내지 못하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학교를 그만두어야 하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나는 대한민국 교사로서의 책무를 지켜야 하기에 교육과정의 내용을 다루어주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진도는 포기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활동을 하면서도 진도를 지키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생각의 끝에 나온 생각이 '큰 개념'으로의 수업이다.
큰 개념은 여러 가지 작은 개념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개념을 말한다. '지층'은 퇴적암의 층리, 퇴적암, 화석, 단층과 습곡 등 여러 가지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지층을 떠올리는 수업을 하면 아이들은 그들이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모든 개념 속에서 앞서 말한 이런 개념들을 떠올릴 것이다. 그래서 이런 큰 개념으로 수업을 하게 된다면 수업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큰 개념은 여러 개념을 아우르는 것이므로 하나의 큰 개념은 여러 시간의 학습 요소를 모두 포함을 하게 된다. 그다음 큰 개념은 또 여러 학습 요소를 포함하기 때문에 큰 개념에서 큰 개념으로 넘어가는 수업은 학습 요소들을 반복하여 학습할 수 있게 한다. 지금까지는 위의 그림에서와 같이 학습 요소 1에서 학습 요소 2, 학습 요소 3으로 순차적으로 넘어가는 수업을 해 왔다면 큰 개념으로 진행하는 수업은 여러 학습 요소들이 반복되면서도 적은 시간으로 학습이 가능하다. 또한 하나하나의 학습요소들을 학습하는 수업에서는 학습 요소들과의 연계성 형성이 어려울 수 있으나 큰 개념으로 수업을 하면 이런 개별적 학습 요소들이 계속하여 반복되기도 하고 학습 요소들과의 연계성도 형성시킬 수 있다.
길게 이야기했지만 수업을 바꾸려고 하면서의 큰 결론은 다음과 같다. 모든 수업을 학생이 할 수 있으면 하도록 바꾸고 내가 가르치고자 하는 것을 내려놓는다. 수업 시작 시에 꼭 그날 할 주제의 선지식 끄집어내기를 한다. 큰 개념으로 진도를 짜고 남는 여백을 아이들의 활동으로 꾸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