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 폭발이 어디에서 있었을까? 더 조사할 것은 무엇인가?
부산국가지질공원의 지질명소 중 하나인 이기대를 들렀다. 이기대는 부산의 남동부 해안에 위치한 지역의 이름이다.
위 지도와 같이 바닷가를 따라 산책로가 나 있고 산책로의 곳곳에 노출된 암석을 통하여 지질학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지도의 북쪽으로부터 해안가를 걸어서 남쪽으로 가면서 살펴보자. 산책로의 처음에 있는 전망대를 지나서 이기대의 전경이 나타난다.
이기대의 지질 현상
첫 번째 출렁다리에서 바다 쪽으로 보니 계속되는 파도가 해안에 자갈마당을 만들었다. 파도는 오랜 세월 동안 바닷가 암석을 쳐서 침식을 시키고 암석을 자갈로 만들고 자갈은 작아지고 둥글게 변하여 육지 쪽으로 오목한 곳에 쌓였다. 자갈의 크기는 거의 비슷하다. 더 세월이 지난다면 자갈은 더 작아질 것이다.
산책로에서 왼쪽은 바다 쪽이고 오른쪽은 산 쪽이다. 산 쪽으로 노두를 쉽게 볼 수 있다. 처음으로 만나는 노두 사진이다.
두 가지의 암석이 섞인듯하다. 한 종류는 하얀색의 광물이 많이 들어 있고 때때로 화산암편도 포함한다. 또 한 종류는 방향성이 있는 무늬가 나타나며 세립의 입자로 되어 있다.
화산이 터질 때는 여러 물질을 쏟아낸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용암과 폭발하면서 깨어진 암편, 화산재다. 하얀색의 광물이 많이 들어 있는 암석은 안산암과 같은 기질이면서 화산암편을 포함하고 있다. 안산암질의 화성쇄설암이다. 층을 이루는 부분은 화산재가 많은 부분이다. 이런 것들이 한꺼번에 이동해 쌓였지만 용암이 많은 부분은 덩어리 져 보이고, 화산재가 많은 부분은 이동한 방향으로 층을 만들었다.
절벽에 적갈색으로 'ㄱ'과 두 개의 점이 보인다. 'ㄱ'자의 아래에 길게 맥이 이어져 있는 것을 보니 무엇인가 아래로부터 침투를 하고 'ㄱ' 부분에서 멈춘 듯 보인다. 이 적갈색 물질은 무엇일까? 벽옥이라는 광물이다. 벽옥은 아주 미세한 석영이다. 석영이 이곳에 농집된 것이다.
석영은 무색투명하거나 흰색을 띠는 경우가 보통이다. 그런데 왜 이것은 적갈색을 띠는 것일까? 광물 속에 미량으로 산화철이 포함이 되면 적갈색을 띠는 경우가 많다. 벽옥도 마찬가지의 경우다.
산책로의 바닥에서 하얀색 광물의 맥이 보인다. 맥으로 보이는 곳을 가까이에서 보니 육각기둥으로 나타나는 광물이 잘 보인다. 석영이다.
야외에서 이렇게 하얀색 맥으로 나타나는 광물은 대개 석영이거나 방해석이다. 방해석은 무른 광물이기 때문에 금속으로 긁으면 쉽게 흠이 생긴다. 그렇지만 석영은 단단하여 그렇지 않다. 또 석영과 방해석을 구분하는 방법은 묽은 염산과의 반응을 보면 된다. 묽은 염산을 한 두 방울 떨어트릴 때 방해석은 반응을 하여 기체를 발생시키며 거품이 나온다. 맨 눈으로 확인하기는 쉽지는 않으나 결정의 모양으로 구분이 된다. 석영은 위 사진과 같이 육각기둥으로 생긴 뾰족한 광물이 보일 수 있다.
석영맥을 한참 살펴보다가 그 바로 옆을 보니 아래의 사진과 같이 암석에 무수한 맥이 나타나 있다.
한 방향으로만 나 있는 줄 알았는데 맥은 몇 방향으로 되어 있다. 사진에서 아래쪽에서부터 윗 방향으로 마치 나무가 가지를 쳐 나가는 것처럼 퍼져나간 모양이다. 암석이 이렇게 금기 가 있거나 맥이 들어와 있는 것은 옛날 그 언젠가 암석에 큰 힘이 작용했던 것을 지시한다. 어느 시기에 어떤 힘이 과연 작용했을까?
이기대의 암석을 조금 멀리 떨어져서 보면 위 사진과 같이 층을 이룬다. 층을 이루는 것은 퇴적암의 중요한 특징이다. 퇴적암은 물 밑에서 퇴적물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암석이다. 보통의 퇴적암은 입자가 균질하고 층이 곧다.
그런데 이기대 암석은 멀리서 보더라도 보통의 퇴적암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멀리서 보아도 층이 다소 울퉁불퉁한 느낌이 들고 가까이서 보면 구성하는 입자가 아주 복잡하다. 앞서 보았듯이 가까이서 본 이기대 층에는 화성암으로 분류될 수 있는 암석도 있다. 그렇다면 이기대층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아래의 사진들은 이기대에서 만난 암석을 가까이에서 찍은 것이다.
가까이에서 보았을 때는 모든 암석이 화성쇄설암이다. 그런데 옆에서 보면 층을 이루면서 마치 퇴적층 같아 보인다. 어떻게 하면 이런 상태로 지층이 만들어졌을까?
그 증거를 찾기 위해 지도에 나온 부분에서 더 남쪽으로 가 보았다. 아래 사진과 같은 층을 만났다.
지질망치가 놓여 있는 높이의 암석 색과 조직이 한 층 위에 놓인 평면의 암석의 색과 조직과 거의 같은 것을 볼 수 있다. 지질망치로부터 위의 한 층 안에는 여러 가지 화산쇄설물이 뒤섞인 화성쇄설암이 나타나고 그 위로 모래나 진흙으로부터 비롯된 것 같은 것이 덮고 있다.
이것은 화성쇄설암 층이 아니고 이후에 큰 물에 의해 떠내려와서 가라앉은 전형적인 화산이류 퇴적층이다. 이렇게 화성쇄설암이 유동하여 만들어진 암석을 더 넓은 의미로 화산쇄설암이라 한다. 한 층의 대부분이 화산쇄설암이고 화산쇄설암의 틈새나 윗부분에 모래나 진흙층이 있다는 것은 화산 폭발을 하고 나서 화성쇄설암이 쌓여 있던 곳이 빗물에 의해서 쓸려나가고 그것이 아래쪽으로 흘러서 쌓였다는 것이다. 모래나 진흙의 원 유래물은 화산재다. 화산재가 흘러서 쌓였으므로 이 암석은 응회암으로 부르는 것이 옳다.
하나의 층은 수평으로 넓게 퍼져 있는 것으로 보아 강과 같은 협곡 지역이 아니었고 바다나 호수와 같이 운반된 것이 펼쳐지는 환경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어딘가에 폭발하는 화산이 있었는데 그것은 큰 성층화산이었다. 성층화산으로 추론을 하는 것은 대부분의 화산쇄설암이 성분으로는 안산암의 성분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암편 중에서 매우 많은 안산암 암편이 발견되는 것도 그 추론의 한 이유가 된다.
큰 폭발이 될 때는 화산 분출물들이 직접 올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화산이류의 형태로 이곳으로 옮겨왔을 것이다. 큰 호수나 바다를 만나서 화산이류는 급격히 퇴적이 되었을 것이다.
화산쇄설암과 응회암으로 이루어진 이기대층에는 다른 암석도 나온다. 아래 사진과 같은 안산암이다. 대개의 안산암은 방향성을 잘 보이지 않는데 아래의 암석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바로 암맥의 형태로 이기대층 사이에 수직으로 끼어 있기 때문이다.
위 사진의 안산암에는 작은 크기의 사장석이 나타나는 것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이 기질로 되어 있다. 그런데 또 다른 특징을 가지는 안산암 암맥도 이기대에서 나타난다. 아래 사진과 같이 이 안산암 암맥에는 검은색의 결정 모양이 꽤 뚜렷한 광물이 들어 있다.
위 사진에서 백 원 동전 크기보다는 약간 작지만 안산암에 큰 각섬석 결정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각섬석은 다양한 크기로 안산암의 기질부를 채우고 있다. 화산암에 이렇게 반점 형태로 들어 있는 광물을 반정 광물이라고 하고, 이런 형태의 조직을 반상 조직이라고 한다. 이 안산암에는 각섬석이 매우 중요한 광물이므로 광물 이름을 앞에 붙여서 각섬석안산암이라 부른다.
위 사진은 각섬석안산암의 암맥이다. 가운데에 주변보다 더 어두운 암석이 끼어 있고 그 암석은 다른 암석에 비해 움푹 아래로 들어가 있다. 층을 이루는 주변의 암석을 수직으로 절단하고 그 틈을 따라 끼어들었다. 이와 같이 암석이 맥으로 들어와 있는 것을 암맥이라 하고 암맥상으로 다른 암석을 끊으며 들어와 있는 현상을 관입이라 하는데 관입한 암석은 관입당한 암석에 비해서 더 늦게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 외에도 이기대에서는 재미있는 지질 현상을 많이 볼 수 있다. 아래의 사진은 파도에 의해서 생긴 파식(해식)대지의 모습이다.
파식대지의 형성은 앞에서 이야기하였다. 사진에서는 파식대지가 두 개나 보인다. 하나는 낚시꾼들이 있는 곳이고 또 하나는 큰 바위가 올려져 있는 붉은색으로 보이는 평지다.
붉은색이 감도는 평지의 암석이 붉은 이유는 암석이 오랫동안 노출이 되어서 암석 속의 철 성분이 녹이 슬어서 그렇게 보인다. 이 상태로 아주 오랫동안 노출되었다는 증거다. 이 평지가 바로 과거의 파식대지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두 개의 파식대지가 나타나 있을까?
아래의 파식대지도 잘 살펴보면 바다 수면보다 많이 높아서 파도가 더 이상 침범하지 못할 위치임을 알 수 있다. 이 파식대지를 만든 과거 바닷물의 높이는 지금과 다른다. 바닷물이 물러났거나 땅이 솟아올라야만 이런 상태가 만들어진다. 이와 같이 지금 바닷물의 높이와 다른 바닷가의 작은 언덕을 해안단구라고 한다. 단구라는 것은 계단 모양의 언덕을 말한다. 이 사진에서는 단구가 두 개나 나타난다. 어떻게 두 개의 단구가 나타났을까 상상을 해 보자.
그 밖에 살펴볼 것들
이기대 산책로에서 만난 '최계락 시비'다. 시비의 암석을 가까이에서 보니 흰색의 광물이 아주 많고 기질부는 안산암을 닮았다. 안산암과 그 성분이 비슷한 암석이다. 안산암에 비하여 더 결정 부분이 많고 섬록암에 비해서는 결정질로 되지 않은 부분도 보인다. 이런 암석을 섬록반암이라고 한다.
구리광산이 있었다는 표지를 만났다. 몇십 년 전까지 구리를 캤던 곳이다. 구리가 나타난다는 것은 이곳의 암석에 틈이 많이 있었고, 그 틈을 따라서 열수가 이동을 하고 열수를 따라 구리도 함께 이동을 하였다는 것을 암시한다. 열수를 따라 광물의 맥이 만들어졌는데 앞서 보았던 석영맥이 이렇게 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구리도 그렇게 하여 만들어졌다.
구리광산의 맞은편 바닷가에 펼쳐진 파식대지의 모습이다. 파식대지의 위로 움푹움푹 파진 것이 많이 나타난다. 과거에는 공룡 발자국이라 하였던 곳인데, 이는 돌개구멍이다. 돌개구멍은 처음 움푹 파인 곳이 파도나 빗물의 작용으로 점점 커지는 현상에 의하여 만들어진 구멍이다. 파인 곳에 모래나 자갈이 있다면 구멍이 커지는 것은 더 빨리 진행될 수 있다.
파식대지 위에 돌개구멍이 보인다. 너비에 비해서 깊이가 아주 얕은 상태인 돌개구멍이 초기 단계를 나타낸다. 돌개구멍 아래에 있는 검은색의 둥근 것은 구멍이 아니다. 오히려 튀어나와 있다. 이것은 화산작용이 있었을 때 암석에 박힌 용암이다.
돌개구멍이 생긴 곳을 더 가까이 가 보았다. 돌개구멍 위와 아래에 짙은 색을 띠면서 튀어나와 있는 둥근 형태의 덩어리를 볼 수 있다. 이것은 용암으로 튀어나와 있는 것은 다른 것에 비하여 더 단단하여 침식에 강한 덕분이다.
바닷가에서는 아래 사진과 같은 특이한 구조를 자주 만날 수 있다. 이것은 지금까지 보았던 암석 파편과는 다른 형태를 보인다. 돌개구멍도 아닌 것이 수직으로 서 있는 형태로도 나타난다. 움푹움푹 파인 것이 모여 잇기도 하고 또 그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크게 움푹 파이기도 한다. 과연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으며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이런 구조를 벌집구조라고 하고 타포니라고도 한다.
이기대의 지사
지금까지 관찰하였던 현상들을 가지고 이기대의 지질역사(지사)를 엮어보자.
1) 어디선가 가까운 곳에 큰 성층화산이 있었다.
2) 화산이류가 흘러서 이곳에 쌓여 화산쇄설암층을 만들었다. 쌓일 당시 이곳은 큰 호수나 바다였다.
3) 큰 힘이 작용하여 많은 절리를 만들었다.
4) 벌어질 절리를 따라 안산암이나 열수가 관입하였다. 열수를 따라 석영맥이나 구리맥이 만들어졌다.
5) 파도는 파식대지, 해식절벽 등 해안 지형을 만들었다. 파식대지 위에 많은 돌개구멍이 발달하여 있다.
6) 최소 2회 이상의 바닷물의 높이 변화가 있었고 이것이 해안단구를 만들었다.
이기대 화산쇄설암층을 만든 큰 화산은 어디에 있었을까? 있었던 장소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어떤 조사를 더 하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