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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종규 Nov 16. 2016

부산국가지질공원 태종대 명소

마그마와 화산, 퇴적층이 만든 아름다운 그림

부산 국가지질공원의 지질 명소 중 한 곳인 태종대에 들렀다. 태종대의 지질 중 해안단구 사진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 하천에서 나타나는 단구는 하안단구, 바닷가에서 나타나는 단구는 해안단구라고 한다. 해안단구는 지각 변동의 증거가 된다. 해안단구의 생성은 스토리펀딩 '쉽게 배우는 지질 6화'에서 부산국가지질공원 이기대 명소를 설명하면서 이야기하였다.


태종대 명소의 지도는 아래와 같다. 위에서 시계 방향으로 첫 번째는 우리나라 남부 지방의 지도다. 노란색으로 표시된 것은 위로부터 스토리펀딩 '쉽게 배우는 지질 3화'의 양산단층, '6화'의 이기대, 본화의 태종대를 표시한 것이다. 두 번째에는 위로부터 이기대와 태종대가 표시되어 있다. 세 번째, 네 번째 그림에서 태종대 지질명소의 답사지를 표시하였다.

맨 위로부터 시계 방향으로 남부지방, 부산 동남부, 태종대, 태종대 지질 명소
태종대의 명물, 해안단구가 보인다


해안단구


태종대 등대로 내려가는 계단 길에서 본 해안단구의 모습이다. 바닷물의 높이와 같은 높이였으면 파식대지(해식대지)라고 일컬어질 수 있는 지형이지만 해안으로부터 10~20m나 높은 곳에 있는 평지여서 지금은 파도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곳이다. 평면은 오랜 시간 노출되어 있었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풍화를 많이 받아서 암석 속의 철이 산화되어 적갈색으로 나타난다. 다른 곳의 신선한 암석의 색과는 전혀 다른 색으로 이와 같은 근거로부터 이 지역이 단구임을 알 수 있다.


태종대 등대에서 북쪽으로 보니 자갈해안이 나타난다. 스토리펀딩 '쉽게 배우는 지질 4화'에서 자료로 쓴 해안이다.

자갈해안

끊임없이 치는 파도는 육지 쪽으로 쑥 들어간 만에 퇴적물을 퇴적을 시키고 있다. 파도의 힘이 세기 때문에 퇴적물 중 무거운 자갈만이 쌓이게 된다.


단층


그 자리에서 남쪽으로 눈을 돌리니 단층이 눈에 띈다. 아래 사진에서 비스듬한 방향으로 두 조의 적색 띠가 보인다.

단층이 나타나는 노두
단층을 강조하여 선을 그어보았다

태종대 노두는 층리가 나타나는 곳이기 때문에 서로 나란한 이 적색 띠가 층리를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층리의 방향은 아니었다. 아래 사진과 같이 오른쪽으로 옮겨서 찍은 사진에서는 층리가 잘 나타나고, 층리가 단층으로 어긋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형태의 단층은 정단층인가? 역단층인가? 스토리펀딩 '쉽게 배우는 암석, 광물, 지질 15화'를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아래의 사진에서 선을 그어 둔 것을 유념하며 살펴보자.

위 사진과 아래 선을 그어 둔 것을 비교하여 관찰하자

단층이나 절리의 틈새를 따라서 방해석이 채워진 구조가 많이 나타난다. 아래의 사진은 방해석이 채워진 절리가 하나에서부터 넷, 다섯으로 갈라진 구조다. 이런 구조는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을까?

방해석 맥이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다

해안단구의 표면에 가기 위한 길에서 태종대층의 아름다운 무늬를 만날 수 있다. 아래의 사진에서 가장 아래쪽에는 안으로 쑥 들어간 부분이 나온다. 층의 다른 부분과 비교할 때 큰 차이를 가지지 않는 층이기 때문에 파식대지와 해안절벽이 만나는 지점에서 자주 보이는 침식 구조로 보인다.

태종대층
태종대층을 이루는 암석


태종대층은 층리를 이루고 있다. 층리를 이루고 있는 암석은 보통 물속에서 퇴적되어 생긴 퇴적암으로 분류한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한 부산국가지질공원 이기대층의 경우에는 화산쇄설암으로 분류하였다. 이기대층과 태종대층은 불과 10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그렇다면 태종대층도 화산쇄설암이 아닐까?

이기대층과 태종대층은 약 10km 떨어져 있다(노란 표시)

태종대층이 화산쇄설암층이 아닐까? 하는 의심으로 가까이서 살펴보았다. 층리는 다소 굴곡이 져 있었지만 구성하는 알갱이의 크기가 고른 점이 이기대층과는 많이 다르다. 화산쇄설물이 쌓여서 태종대층이 생성되었다고 할지라고 태종대층이 쌓일 당시에 퇴적물의 공급처가 이기대층보다는 더 멀었다고 유추할 수 있다.


태종대층의 암석은 매우 단단하고 지질망치로 두드리면 챙챙하는 약한 금속성의 소리가 난다. 이런 소리를 낼 정도로 단단하고 깨어진 면이 날카로운 특징이 나는 것은 퇴적암이 열로 변성이 되었기 때문이다. 스토리펀딩 '쉽게 배우는 암석, 광물, 지질 16화'에서 이런 변성작용을 접촉변성작용이라 하고, 점토암이나 사암과 같은 퇴적암이 접촉변성작용으로 변한 암석을 '호온펠스'라 한다고 하였다. 태종대층을 이루는 암석은 주로 호온펠스다.

호온펠스는 대개 층리는 잘 보존하면서 원래의 색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열의 공급이 이루어질 때 열수가 함께 공급될 수도 있다. 열수는 암석을 이루고 있는 광물을 다른 광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아래 사진에서 녹색으로 보이는 부분을 이루는 광물은 주로 녹니석이나 녹염석이다. 녹니석이나 녹염석은 변성광물로 잘 나타나는 광물이다.

점토질의 녹색층 위에 실트~모래질의 다갈색층이 놓여 있다

녹색층은 점토질이며 녹색층 위의 다갈색층은 실트 모래증이고, 그 왼쪽 위의 황토색층은 모래층이다. 다갈색층 위로 황토색층이 비스듬하게 놓여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이것은 어떻게 된 것일까?


조금 더 나아가니 절벽에 큰 단층이 지나고 있다. 단층의 틈새는 약하기 때문에 풍화로 흙이 된 부분이 많고 여기에 식물이 자라고 있다.

방향이 나란한 단층이 발달한다

조금 더 나아가니 안내 팻말이 있고 거기에 아주 특이한 구조가 나타난다. 층은 상하로 약간 어긋나 있고 그 사이에 마치 꽃봉오리 같은 모양의 구조가 나타난다. 이 구조는 수평 방향으로 이동이 일어난 주향이동단층에서 볼 수 있는 구조다.

주향이동단층에서 보이는 꽃다발 구조

안내 팻말에는 꽃다발 구조라고 되어 있고 이 구조의 생성은 그림의 B와 같은 형태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주향이동단층이 생기면서 벌어진 곳에서 정단층이 많이 생기고 정단층면을 옆에서 보면 그림과 같이 된다는 것이다.

꽃다발 구조의 형성 과정
다갈색 실트질 호온펠스 안에 모래질의 암석이 포획되어 있다

다시 조금 더 이동을 하면 위의 사진과 같은 곳을 만난다. 다갈색층 안에 녹색으로 된 암석이 덩어리 져서 나타난다. 녹색으로 된 덩어리는 굵은 모래로 된 것으로 녹색층, 다갈색층의 알갱이보다 알갱이 크기가 더 크다. 이것은 어떻게 생긴 것일까?


둥근 덩어리는 그것이 속한 층에서든 아래의 층에서든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입자 크기와 형태를 보인다. 이것은 어찌 되었건 위의 다갈색층에 포함되어 있다.

다갈색층이 하부의 녹색층을 짓누르고 있다

다갈색층이 하부의 녹색층을 짓누른 상태로 나타난다. 하부층이 상부층의 무게나 힘 때문에 눌러진 경우는 퇴적층에서 볼 수 있다. 하부층이 미고결 상태일 때에 무겁거나 부피가 큰 퇴적물이 쌓이는 경우에 생길 수 있는 구조다.

태종대 해안단구

드디어 해안단구의 표면에 닿았다. 과거 해식대지였던 곳은 다른 곳에 비해 심하게 산화되어 붉은 기가 많이 돈다. 지표에 오래 노출된 암석에서는 물이 암석 속의 철과 반응을 하여 산화철이 된다. 암석 속에 산화철이 생기면 붉은색으로 발색을 하게 된다. 이곳은 파도가 치는 해수면에서부터 15m나 높은 곳이다. 과거의 해수면이 더 낮아졌거나 땅이 솟아오른 경우가 이런 지형을 만들고 이렇게 계단과 같은 형태로 만들어진 지형을 단구라 한다.


자연이 그린 그림


해안단구면에 서서 몸을 돌리니 절벽에 아름다운 그림이 나타난다.

절벽에 아름다운 그림이 나타난다

붉은색으로 표시한 것과 같이 층을 잘 이루고 있는 암석 사이에 다른 층에 비해 아주 두거운 다갈색층이 있고 그 층의 안에는 납작하면서 형태가 일정하지 않은 녹색층이 나타난다. 어떻게 이런 무늬가 나타나는 것일까? 무늬도 무늬이지만 다갈색층이 다른 층에 비해서 이렇게 두꺼운 이유는 무엇일까?


층의 두께가 두껍다는 것은 퇴적물의 공급이 짧은 시간에 아주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다갈색층과 같이 이런 두게를 가질 수 있는 퇴적물의 공급 방법은 무엇일까? 사태가 지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다갈색층 안에 녹색층이 어지럽게 포함이 되어 있다. 녹색층의 형태가 일정하지 않으면서 층이 휘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사태가 질 때 녹색층은 완전히 고결되지 않은 상태였었던 것 같다. 완전히 고결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저렇게 많은 양과 큰 덩치로 사태 퇴적물 속에 포함을 시킬 수가 있을까? 사태가 그 정도의 힘을 가질까?


그렇다면 한 층 안에 나타난 저 많은 외래 포획물을 어떻게 설명을 하여야 할까? 다른 가능성은 화성쇄설물의 이동을 생각할 수 있다. 화성쇄설밀도류의 양과 힘이라면 저렇게 큰 두게의 퇴적층과 미고결 퇴적물을 뜯어내서 포함시킨 것이 이해된다.


녹색 포획체는 아래의 녹색층에서 뜯겨 나온 것은 아니다. 아래의 녹색층은 반듯하게 층이 져 있고 직접 뜯겨 나간 장소를 볼 수 없다. 화성쇄설물이 쏟아져 내리면서 다른 곳에서 미고결 퇴적층을 뜯어서 함께 이동한 것이다. 다른 데서 뜯겨서 퇴적층 속에 파묻혀 있는 이런 형태의 암편을 뜯겨 올림 암편이라 한다.


화성쇄설물이 이렇게 큰 힘을 가지려면 가까운 곳에서 화산의 폭발이 있어야만 한다. 폭발하는 화산은 대개 유문암질의 화산활동이며 태종대의 북쪽에 폭발성 화산이었던 봉래산이 있고, 봉래산을 이루는 암석은 유문암질응회암이다. 화성쇄설물의 공급처는 봉래산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볼 수 있다.


두 가지로 생성 원인을 살펴보았는데 현장에서의 설명은 사태 퇴적물로 설명을 하고 있다. 즉 이와 같은 구조는 경사진 퇴적층을 따라 퇴적물 덩어리가 미끄러져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미끄러짐 구조는 많은 양의 퇴적물이 이동되는 경우로 지진이나 큰 단층작용, 화산활동, 파랑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해안절벽에 나타난 구조를 설명하는 판


'미끄러짐 구조'인지, 직접 화성쇄설물이 유입되었기 때문인지에 대한 것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화성쇄설물에 의한 것임을 알기 위해서는 암석을 편광현미경으로 관찰을 해 보았을 때 화산 유리와 같은 것이 발견이 된다면 그 근거가 된다.

해수면으로부터 15m 정도로 해식절벽이 생겨있다

절벽을 타고 내려갈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해수면과 맞닿아 있는 곳의 암석을 알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느낌으로는 안산암으로 여겨진다. 안산암이나 안산암질의 화성쇄설암이 기저를 이룬다면 이기대층과 비슷한 상태였을 것이다. 그 위로 물이 잠잠해진 상태에서 오랫동안 퇴적물이 쌓였고 이것은 수평층을 만들었다.

해안단구 바로 아래의 암석의 모습

아래의 사진에서는 녹색의 수평층 위로 구 형태의 포획물이 보인다. 포획물로부터 오른쪽 사선 방향으로 긴 맥이 나타난다. 이 맥은 열수가 이동한 통로다. 열수는 절리를 따라 이동하면서 암석과 반응을 하여 변질을 시킨다.

포획체에서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열수의 이동 경로가 보인다

희게 변질된 부분은 유독 포획체의 바깥쪽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 변질되기 쉬운 부분이었다는 것이 하나의 설명이 되겠지만 한편 변질되기 쉬운 어떤 물질이 포획체의 바깥을 둘러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것도 하나의 설명이 될 수 있다.


태종대층 하부의 마그마


앞서 태종대층의 암석은 호온펠스라고 하였다. 호온펠스는 가까운 곳에 마그마가 있어서 마그마의 열로 인해서 더욱 단단해지고 치밀해진 암석이다. 마그마 안의 휘발성 물질과 열수는 위에 놓인 암석의 절리 등 틈새를 따라 움직이기도 한다.

태종대층의 오른쪽에 층리가 없는 암석이 있다

태종대층 아래에도 마그마가 있었을 것이다. 마그마가 식으면서 생기는 암석이 태종대 가까이에 있었을 것이다. 신선바위에서 다시 태종대 입구로 가면서 대현자갈마달에 들렀다. 지도에서 작은 점으로 표시된 곳이다. 자갈마당에서 태종대 쪽으로 본 사진에서 오른쪽의 암석과 왼쪽의 암석은 형태가 달라 보인다.


왼쪽은 신선바위에 있었던 지금까지 이야기한 태종대층으로 층리가 보인다. 오른쪽 암석은 방향성을 보이지 않는 암석으로 태종대층의 아래에 자리 잡고 있다. 태종대층을 관입하였거나 태종대층의 하부층일 것이다.

유문반암

자갈마당에 있는 암석을 가까이서 보았다. 흰색의 반정이 많지는 않지만 보인다. 암석의 색은 회녹색으로 기질이 결정질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풍화면에서는 결정질 암석으로 보인다. 암석을 정확하게 알려면 편광현미경 관찰, 화학 분석을 해서 살펴보아야겠지만 감각으로 암석을 살펴본다면 유문암과 화강암의 중간 정도 느낌이 든다. 유문반암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유문암질 마그마가 태종대층의 하부에 자리 잡아서 그 열과 열수, 휘발성 물질로 태종대층이 호온펠스라는 암석으로 변한 것이다.


태종대의 지사


지금까지 살펴본 것으로 태종대 지질 명소의 지사를 정리해보자.


1) 안산암질 화산활동으로 인한 화성쇄설물이 물속에서 퇴적되었다.
2) 점토질 퇴적암이 쌓인 고요한 시기가 있었다.
3) 한꺼번에 퇴적물이 쏟아지면서 미고결 퇴적층을 뜯어서 포함하며 이동하였다.
4) 다시 점토질 퇴적물이 쌓이고 이어서 여러 형태의 퇴적물이 쌓여 태종대층을 만들었다.
5) 큰 힘의 작용으로 주향이동단층 등 여러 형태의 단층과 절리가 형성되었다.
6) 유문암질 마그마의 관입으로 태종대층 암석이 호온펠스로 바뀌었다. 절리와 단층을 따라 열수가 이동하여 변질을 시켜 여러 가지 무늬를 만들었다.
7) 땅이 융기하였고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파식대지가 만들어졌다.
8) 다시 땅이 융기하여 해안단구 만들어졌다.


더 알고 싶은 것


이렇게 정리를 해 보았지만 여전히 많은 의문점이 남는다.


당장 알아보고 싶은 것으로는 아름다운 벽화가 나타나는 곳의 퇴적물질 속에 화산 유리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편광현미경에 쓰이는 박편을 만들기 위해 암석 조각을 하나 가지고 왔다. 박편부터 만들어 보고 싶다.


내려갈 수가 없어서 안타깝기는 하지만 해수면 가가이에 있는 암석이 안산암인지를 알고 싶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위로 차근차근 암석의 변화를 살펴보고 싶다.


호온펠스로 되는 과정에서 포획체 암석에 남긴 변성 무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르 알고 싶다. 이것 역시 박편을 만들어보는 것이 유용하다.


지질학자들은 암석을 연구할 때 편광현미경을 이용한다. 편광현미경은 암석이나 광물을 관찰하고 알아내는데 쓰이는 현미경이다. 편광현미경과 박편에 대한 이야기도 한 번 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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