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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예지 Sep 13. 2023

빠른 걸음으로 정상에 올라가면 '좋을까?'

걸음이 빠른 것 보다 느린 아이

혹시 6살 때 기억나? 선생님이 질문하면 신나게 대답하던 네 모습 말이야.
틀리든 맞든 상관없이 무턱대고 대답했잖아. 답하고 나서도 또 다른 질문을 던지기도 했지.


요즘은 어때? 삼십 언저리가 된 나는 대답을 망설여.
틀려서 창피하면 어쩌지. 맞아도 또 다른 생각을 해. 혹시 잘난 척한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한 걸음 떼기도 참 어려운 요즘이야. 고작 3년 전까지만 해도 패기가 넘쳤어.
나라면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환경적인 어려움이 있어도 이겨낼 거라고 말이야.
현실의 벽은 높았고 나는 깨달았어.


”무턱대고 시도하면 큰코다치는구나. “

그렇게 한 걸음 내딛는 게 어려운 어른이 되어 버린 거야. 


좋은 기운 다시 받아서 우리 또 다시 걸어가자 �‍♀️


올해 첫날. 일출 보겠다고 새벽 5시에 등산을 했어. 불빛이 하나도 없는 깜깜한 등산로를 걸어가는데 얼마나 무섭던지. 올라가는 내내 렌턴에 의존해 등산로를 올라갔어.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 “  주문을 걸었기 때문일까. 단 한 번도 넘어지지도 미끄러지지도 않았지. 정신줄 바짝 차리고 온몸에 긴장하고 올라갔거든. 오히려 내려올 땐 자꾸 넘어지는 거야. 긴장도 풀렸지, 해가 비치는 덕에 길도 잘 보이지. 


해를 빨리 봐야 한다는 일념으로 엄청난 속도로 걸었어.
일출 시간보다 40분이나 빨리 도착했어. 기다리는 동안 나와 동생의 온몸이 꽁꽁 얼었지.


그때 깨달았어. 같이 가는 서로를 챙길걸. 이게 뭐라고. 조금만 천천히 걸을 걸.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조급할 필요가 없잖아.
같이 걸어가는 사람과 적절한 페이스를 함께 맞춰 나가야 하는 거였어.


처음 걸어가는 그 길이 분명 쉽진 않을 거야. 아무것도 보이지 않겠지.
그래서 더 온몸에 긴장하고 힘을 꽉 주고 있게 될 거야.
네가 처음 그 길을 걸어가게 된다면 다들 너의 발걸음만 바라볼 테지. 


더 빠르게, 조급 하게를 덜어두자. 각자 걸음의 속도가 모두 다르지.
삶의 걸음도 마찬가지야. 인스타 속 그 친구가 너무 걸음이 빨라서 부러울 수도 있을 거야. 


걸음을 망설이지 말고 뚜벅뚜벅 한 걸음씩만 걸어 나가봐.
그러다 보면 어느덧 정상에 도달한 너를 만나게 될 거야.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 걷자. 빨리 정상에 올라가고 싶다고 스스로를 재촉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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