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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스 황 Aug 26. 2023

강렬하고 묵직한 메시지, 테베랜드

연극, 테베랜드 Tevas land를 보고


얼마 전 아트앤미션 멤버들과 함께 보았던 연극 테베랜드. 존속살인,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등 내용이 좀 어렵고 복잡할 수 있는 연극이라는 평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는 이야기들이 있어 더욱 궁금했는데, 계속 매진이라 표를 구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다행히 멤버이신 추감독님의 남편분이 마침 출연 중이어서 배우 할인까지 받아 좌석을 확보할 수 있었다. 



2명의 배우가 인터미션을 빼고도 2시간 반을 넘게 극을 채워가는 빡센 공연이다. 긴 시간을 가득 채우는 엄청난 대사량, 반원형 무대를 계속 돌아다니면서도 흔들림 없는 발성과 위치가 바뀌어도 볼륨 또한 일정하게 유지되는 걸 보며 엄청난 연습량과 내공이 느껴졌다. 


평소 기호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간 읽고 배웠던 기표, 기의, 시뮬라시옹, 시뮬라크르... 등등의 많은 기호학적 해석과 상징들을 찾아내는 재미들도 꽤 있고, 심오하면서도 흡입력도 강한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구성이 헷갈릴 수 있고 어려운 주제들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어려운 부분에 관해 꽤 친절한 설명이 극 중에 자연스레 녹아있어 지적호기심을 채우기에도 괜찮은 연극이다. 

점점 쉽고 자극적이고 짧고 가벼워지는 컨텐츠들이 많아지는 요즘, 참을 수 없는 컨텐츠의 가벼움이 별로이시라면 뭔가 무게감 있고 묵직하며 강렬한 메시지를 고루하지 않게 전달하는 웰메이드 연극, 테베랜드를 추천한다.


예전에 연출한 연극을 보고 이석준 님은 몹시 트렌디하고 감각적인 연출자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연기 또한 매우 지적이고 안정적인 배우인 것 같았다. 재즈의 솔로 부분처럼 어마어마한 대사를 마구 뿜어내는 부분에서는 진짜 박수가 간절히 치고 싶었는데 딱 인터미션 타이밍과 연결되어 환호의 박수를 보냈다. 


1인 2역을 맡은 이주승 배우님은 어느 드라마에서 본 것 같은 낯익은 얼굴이었는데, 가지고 있는 풋풋하고 생생한 에너지가 매력적이고 연기도 좋았다. 앞으로 더욱 멋진 성장이 기대되는 배우다.


공연이 끝난 후 요즘 공연장에서 유행하는 형식적인  기립박수가 아닌 그들의 열연에 자연스레 기립박수를 보내게 되는 작품이었다. 배우들도 연출도 좋고, 무엇보다 이런 엄청난 작품을 쓴 작가의 천재성에 감탄했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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