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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시 Jun 11. 2021

그래도 가끔 울적하다

아침 바람이 상큼하다.

봄과 여름을 왔다갔다하는 날씨 때문일까, 살갗에 닿는 서늘함이 상쾌하게 느껴진다.

여느날과 다름없는 아침이고 게다가 청명한 하늘과 상쾌한 바람, 등교하는 어린이들, 라디오의 음악까지 어느 하나 모자란게 없는데 내 마음은 어쩐지 울적하다.


처음 한두달에는 K와 연락할 일들이 종종 있었다. 두고온 물건을 어떻게 할까, 서로의 부모님 연락을 어떻게 해야할까 같은 일들이 생겼다.이혼을 한지 일년이 조금 넘은 지금은 삶에서 K는 원래 없던 존재같다. K와 연결된 사람들과도 자연스럽게 연락이 뜸해졌고 그렇게 점점 멀어졌다. 일년 사이 공통의 관계들 거의 대부분이 정리됐다. 헤어졌으니 당연하다 싶으면서도 어쩐지 씁쓸하다. 아마도 내 서른줄의 십년도 함께 사라진 듯해서 같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제도에서 벗어난 지금이 무엇보다 좋으면서도  때때로 울적하다. 이런 양가적 감정 때문에 때때로 외로움과 고립감 속에 나를 파뭍고 그러고는 우울에 잠식돼 괴로워하기도 한다.


지금은 K 떠나보내면서, K 함께 나의 삼십대도 함께 묻는 바람에 슬픔이 되기도 하지만 시간이  많이 지난 어느날에는 그 모든 것이 추억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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