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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이라는 이름의 소통법

by 피델
"여보, 이제 그만. 꼭 그러다 싸우더라."


주말에 집에 있는 날이면 아이와 잠깐씩 장난을 친다. 자폐가 있는 첫째는 덩치가 너무 커져서 장난을 치고 난 후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장난으로 한 대 쳐도 아프다. 둘째는 무슨 성난 고슴도치처럼 소리를 빽 지르기 일쑤다.

그래서 가끔 툭툭 찔러 반응이 괜찮을 때면 한 번 더 찔러보다가, 결국 또 소리를 빽 지른 후 "아빠 미워!" 하고 가버린다. 그 시점에 아내가 혀를 차며 "으이그, 적당히 하라니까"라고 말한다.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다.

어제는 아내가 친구들과 모임을 다녀온 날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우정을 쌓아온 친구들과 한두 달에 한 번씩 만나는데, 서울에 이사갈 집을 정하고 처음 가는 모임이라 약간은 들떠서 나간 것 같았다.


온종일 아들 둘과 함께 있었는데, 밖에서 돌아다니길 좋아하는 첫째는 나가서 자전거를 타고 집에 들어와서 간단한 간식을 먹는 걸 반복했다. (이쯤 되면 간식이 먹고 싶어서 자전거를 타러 나가는 것 같기도 하다.)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둘째는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안방에 들어가서 누워서 게임하기 바빴다.


사실 아빠와 함께 있는 하루는 하고 싶은 걸 해도 용인되는, 그런 특별한 날이다.



방에 있는 둘째 옆에 나도 벌렁 누워봤다. 뭘 하고 있나 봤더니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아들을 콕 찔러봤다. (게임을 하고 있을 때 콕 찌르면 바로 짜증을 낸다)


"오!" 하고 눈을 치켜뜨며 장난스럽게 받아준다. 그래서 몇 번 더 찔러봤다. 이번엔 여기까지.


점심 먹고 또 큰방으로 가길래 따라가서 톡 찔러봤다. "우에에에~~" 하면서 반응이 격렬했다. 이제는 아빠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한 10분 동안 맞았나.


그렇게 지낸 하루, 저녁에 아내가 들어왔다. 저녁을 먹고 난 후 아들을 콕 또 찔러봤다. 오늘 하루 친근감이 생긴 탓인지 아들이 그래도 잘 받아준다.


등을 톡톡톡톡 쳤더니 로봇 흉내를 낸다. 톡톡톡 칠 때마다 허리를 조금씩 펴더니 뒤로 넘어간다. 아내가 처음에는 톡톡톡톡 소리만 듣더니, 두어 번 듣고 나서 "여보 그만해, 또 싸울라"고 한다.


그러다가 몇 번 반복하는 걸 보더니 신기해한다. 아들이 엄마한테도 해보라고 한다. 덕분에 저녁에 또 한 번 웃음이 터졌다.



사람에게 필요한 건 관심이다.


어제를 생각해보니 아들에게 필요한 건 관심이었다. 아니, 아들이 관심이 필요했다기보다는 내가 관심을 갖고 정확히 봐야 아들과 교감이 되는 거였다.


친해지고 싶다고, 아들이니까 그냥 툭툭 치고 들이댔으면 또 분명히 아들이 빽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 다행히 한 번 콕콕 찌르면서 반응을 보고, 온종일 아들의 상태를 알고 있었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사실 인간관계가 다 그렇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실수하는 경우는 좀처럼 없다. 대부분 어느 정도 아는 사람, 그 사람에게 '이 정도는 해도 돼'라고 생각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렇다고 24시간 그 사람에게 관심을 쏟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아는 사람과 어떤 형태로든 접근이 필요할 때는 어떤 상태인지를 알아보는 관심이 필요한 게 아닐까?



결국 사람에게 필요한 건 서로의 관심이다.
초등학교 아들도 그럴진대, 어른은 더 말해 무엇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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