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으로 코로나와 관련된 대부분의 제한이 사라진 23년. 제대로 된 해외여행이라는 느낌은 정말 오랜만이다. 22년에도 우리 콩이 뱃속에 있을 때 짧게 괌에 다녀오긴 했지만 그땐 온 도시가 쥐 죽은 듯 조용해서
여행이란 느낌이 거의 나지 않았던 것이 사실(그래도 그 조용함이 나름대로의 좋은 기억이지만)
이번 대만 여행은 공항도 비행기도 북적북적, 실로 오랜만에 느껴 보는 감정이었다.
관광을 전혀 하지 않아도 오로지 먹는 것만으로 일정을 채울 수 있는 나라들이 있는데, 대만도 물론 거기에 빠지지 않는다.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나름 꽉 채워 먹은 음식 리스트를 공유해 본다.
1. 루러우판
No. 17, Lane 220, Chang'an W Rd, Datong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3
타이베이 공항에서 내려 도심으로 이동해 먹었던 첫 식사. 개인적으로 대만은 두 번째 방문이었으나
그땐 이 고기덮밥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해 이번에 처음 시도했다. 고기덮밥에 고기를 추가했고, 오이무침을 곁들여 주문.
맛은 우리가 생각하는 장조림 맛에 예상 가능한 상큼상큼 오이무침! 조금 기름이 적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한국 장조림보다 덜 짜고, 더 달고, 매우 부드럽다. 따끈한 쌀밥에 얹어 먹으니 맛이 없기 어려운 조합.바쁜 일정을 쪼개서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근처에 있다면 충분히 추천할 만한 맛집이었다.
2. 후추고기만두
No. 156, Huaxi St, Wanhua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8
용산사 구경 후 저녁을 해결하러 들어간 화시지예 야시장에서 먹은 구운 찐빵. 사실 알아보고 간 건 아닌데 줄이 길어서 그냥 사본 것.
겉바속촉의 풍부한 맛을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피가 두껍 쫄깃이고 안의 고기는 후추로 양념된 평범한 맛의
돼지고기라 줄을 설 필요는 전혀 없는 맛이었다. 반가웠고 굳이 다시 보진 말자.후기에서 뺼까 하다가 그냥... 넣어보았습니다...
3. 궈바오
No. 17-2, Huaxi St, Wanhua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8
나오셨다 우리가 만장일치로 고른 대만 최대 맛집!
뭐든 너무 기대하고 가면 안 되지만 해외여행에서 먹을 맛집을 선정하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맛과,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맛인가 아닌가로 판단하는 나로서는 이 집을 꼽을 수밖에 없다. 화시지예 야시장에서 줄이 긴 집 3위 안에는 들어갈 것 같은 가게로, 미슐랭을 받은 내역이 가게 앞에 자랑스럽게 늘어져 있다.
부드러운 꽃빵 느낌의 찐빵 속에 졸인 돼지고기와 고수가 들어있는데 극강의 부드러움을 자랑한다.
배부르다고 둘이서 한 개만 사들고 나온 걸 후회했던 집. 소스 맛도 조화롭게 빵과 고기를 잡아주는 느낌이라 길거리 음식이라기엔 정말 퀄리티가 높다. 줄이 너무 길어 다시 사러 가긴 힘들었고, 한국에서 먹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 맛이라 더 아쉽게 느껴지는 것 같다.
4. 석가
대만 가기 전부터 석가를 먹어봐야 한다는 말을 하도 들어서 마트에서 찾다가 통으로 사긴 부담스러워서 잘라진 것으로 구입. 부처님의 머리를 닮아 지어진 과일 이름이라고 해서 유래도 재미있고 맛이 정말 궁금했다.
맛은 있는데 굳이 다시 사 먹지는 않을 것 같은 게, 식감은 아삭아삭 보다는 부드럽다에 가깝고 파인애플과 망고를 섞은 듯한 맛인데 (이렇게 말하면 너무 맛있게 들리는데?) 그 단맛이 좀 은은한 편. 한국에 잘 없으니 있으면 먹어보되 없다고 발품 팔 맛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5. 곱창국수(아종면선 본점)
No. 8-1號, Emei St, Wanhua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8
너무 유명한 집이라 소개할 필요가 없을 정도인데 일단 여기가 여행 다녀오고 나서 제일 생각나는 곳이다. 맛은 호불호가 있을 수 있는데 그건 곱창이라는 식재료의 특징이니 넘어가고, 고급스러운 맛이라기보다 동남아 특유의 강렬한 육수 맛과 맥주 당기는 짠맛이 공존하며, 묘하게 가쓰오부시 맛이 함께 난다.
늘 사람이 바글대지만 금방 나오니까 지나가면서 먹어볼 만하고일정 내내 유일하게 2번 먹은 집이다.
먹을 때마다 뭔가 안에 곱창이 많았다 적었다 하는 느낌이었지만... 아무튼 맛있었고 적은 양을 팔아서 좋았다. 우린 여행자니까 여러 가지 먹어야 하니까! 이 집도 한국 와서 먹으려면 비슷한 맛이 없을 것 같고 여행자라면 거의 들르는 시먼 근처에 있으니 한 그릇 먹어보기를 추천한다.
6. 천진총좌빙
No. 1號, Lane 6, Yongkang St, Da’an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6
총좌빙은 아무 데서나 먹어야지 하고 갔는데 지나가다 사람들이 사 먹는 곳에서 샀더니 그곳이 유명한 천진총좌빙... 정말 성실한 관광객이 아닐 수 없다. 맛은 평범한 계란말이 느낌인데 안에 치즈 넣은 버전이 훨씬 맛있었다. 치즈가 들어가면 좀 더 쫀득하고 부드러운 맛이 배가되어 전체적으로 평범한 맛을 살려 주는 느낌?
그러나 또 가면 굳이 사 먹지는 않을 것 같다. (솔직히 남양주 아웃렛에서 팔던 총좌빙이 더 맛있는 것 같았던 건 기분 탓이겠지)
7. etc
기타 등등 첫 번째는 대만 풀빵.
특이하게도 무채 같은 게 들어있는 풀빵도 판다
한국에서는 길거리 음식을 잘 먹지 않는 나지만 어쩐지 여행 가면 맛을 봐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라기보다 사실 남편이 궁금해해서 먹어봄) 디화제 거리에서 발견하고 먹어보았다. 보이는 그대로 예상 가능한 맛이며 붕어빵 같은 반죽에 여러 가지 속을 넣은 맛. 안 드셔도 됩니다.
기타 등등 두 번째는 지파이.
지파이 feat. 맥주와 연유빵과 망고
첫 대만 방문 당시 스린 야시장에서 먹고 오오 맛있다를 외쳤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시먼의 MONGA라는 곳에서 호텔 가기 전에 들러 포장을 했다. 포장이 오래 걸린다고 쓰여있긴 했지만 20분 가까이 걸리는 것을 보며 놀람. 프라이드 한 마리를 튀겨도 될 시간인데 주문 시점부터 만드는 걸까...?
맛은 생각보다 매우 짜서 기억의 그 맛엔 지고 말았다. 다른 곳에서 또 먹어볼 가치는 있으나 이 집으로 재방하지는 않을 것 같다.
기타 등등 세 번째는 행복당 밀크티.
시먼의 유명한 밀크티 가게인 Xing Fu Tang인데 여긴 누가 구글에 별점 테러를 했는지 2점대의 처참한 점수를 자랑하고 있다. 그래서 여길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하다 결국 갔는데 대만에서 먹은 밀크티 중 1등. 타이거 슈거 맛이고 너무나 달지만 맛있는 단맛이다. 왜 구글 평점이 이 모양이 되었는진 모르겠지만 재방 의사 완전 있음. 여긴 사진 찍은 게 어디 갔는지 찾을 수가 없어서 이미지 검색 결과로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