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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로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을까?

8월 교보 산책 일지

by 곰민정




이유 없이 좋은 것들이 있다.

나에게는 늘 광화문이 그렇다. 한창 어학공부가 인기이던 대학 시절, 가까운 강남 학원들을 제치고 괜히 광화문 씨네큐브 위에 있는 영국 문화원을 다녔더랬다. 오로지 광화문, 말 그대로 그 커다란 문이 좋아서. 광화문을 마주하고 있자면 거북목과 굽은 등이 쫘-악 펼쳐지면서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된다.


좋아하는 마음은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그렇게 광화문을 좋아한 덕분인지, 지금은 광화문과 꽤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 아주 가깝지는 않지만, 따릉이 타고 쌩-달리면 15분 컷! 덕분에 평일이든 주말이든 마음만 먹으면 광화문에 언제든 달려올 수 있다. 어제저녁에 광화문 교보가 9:30에 문을 연다는 걸 확인하고, 에이 너무 늦네, 했었는데 10시에 일어나 버렸다. 여름이라 그런가 잠만보가 된 요즘이다. 휴일의 느린 몸짓으로 어슬렁어슬렁 요즘 어떤 책들이 있나 산책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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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부터 시선을 강탈한 책.

맥도널드 코리아가 35주년을 맞아 브랜드북을 냈다. 일단 '아는 것'이 나오니, 사람들이 한 번씩 멈춰서 펼쳐보고 간다. 역시 아는 것의 힘은 엄청나군. 근데 어째서 -10년도 아니고 35년 기념 브랜드북을 만든 것일까? 한참 생각하다 보니, 모르긴 몰라도, 10주년, 100주년 하면 아- 낼 만 한 때가 되어서 냈구나, 싶었을 텐데, 35주년이라고 하니까 35랑 맥도널드의 관계를 생각해 보게 된다. 이것도 포인트가 될 수 있겠네.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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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맥도널드가 88 올림픽 때 들어왔구나.

맥도널드의 시그니처 저 웃음 라인. 그리고 패스트푸드에서 빠질 수 없는 케첩과 허니머스터드를 떠올리게 하는 노랑과 빨강을 선점한 것까지. 패스트푸드의 클래식 같은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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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브랜드북에 관심을 갖고 있다.

나라는 브랜드를 어떻게 보여주면 좋을지 곰곰이 생각을 이어나가고 있다. 오랜 브랜드들이 앞다퉈 브랜드북을 내고 있다. 이렇게 판매하는 건 처음 봤지만. (16,000원. 두께나 제작 퀄리티에 비해 저렴한 편. 그 누가 사려나,,, 생각을 해봤지만, 꼭 팔리지 않아도 맥도널드의 이야기를 이렇게 전통적인 채널에서 독자들에게 선보인다는 것 자체가 그들이 의도한 지점이지 않을까 싶었다.)


요즘 브랜드북에 꼭 보이는 꼭지들.

브랜드의 #역사 , 미시적인 부분의 #변천사 ,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진심 , 사용자들의 애정이 깃든 #추억


브랜드는 참 어렵고도 재미있는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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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마자 읽고 싶어졌다.

책 표지도, 제목도, 주제도 아닌, 작가 이름으로 이미 확신을 주는 작가는 세상에 많지 않을 거다. 정말이지 똑똑하고 근사한 사람. 이 사람도 파보고 싶은 사람 중 하나. 틈틈이 그의 책, 영상, 이야기들을 섭렵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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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마음먹고 그린 그림보다 이런 스케치가 더 좋다.

그런데 매대를 보니 나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이런 표지들을 보면, 여행 짝꿍으로 데려가도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고 보니 요즘 사람들은 책을 언제 읽을까. 나는 작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혹은 여행 갈 때 고르고 골라 한 권을 챙겨간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요즘 사람들에게(책을 읽는 이들에게) 휴식의 영역에 닿아 있다. 물론 내 짝꿍은 쉴 때에도 정보가 가득한 책을 읽으면서 설레어하긴 한다. 그러고 보니 내 눈에는 나 같은 사람들만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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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볼 때마다 여행 갈 때 챙겨가야지, 하고는 까먹는 책.

볼 때마다 생각한 건, 믿고 보는 '김영하' 뿐만 아니라, 톡톡 튀고 느슨한 저 표지 이미지도 크게 한 몫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쉬는 책인 것 같아. 여유로와. 활자가 많아도, 느슨한 이야기일 것 같아. 하는 느낌을 준다. 물론 매번 반짝이고 호기심을 일으키는 김영하 작가님의 몫이 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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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이렇게 북커버로 프레임을 만드는 책들도 꽤 있다.

커버를 벗기면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책에 비해 비교적 가볍게 만들 수 있는 책 커버로 이런저런 실험을 해보는 것! 새로운 책들이 많아지는 건 늘 기쁜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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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을 보면, 아- 읽어야 하는데.

하고는 사진 찍어두고 휴가 때는 절대 안 보게 된다. 안 그래도 정보의 양이 빡빡할 것 같은 주제인데, 그림도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아. 포스트잇과 형광펜을 들고 밑줄 치며 읽어야 할 것 같은 책.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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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초록과 식물들이 많이 보인다.

거기에 저 자유로운 서수 작가님의 이미지라니. 하. 좋은 것들은 왜 이렇게 좋은 걸까. 작가님은 어떻게 저렇게 그릴 수 있을까 부럽기보다는, 그냥 이런 근사한 그림을 볼 수 있음이 감사한 날들이다. 그림의 길로 들어서길 참 잘한 것 같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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