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꿈속의 나는 어린아이처럼 울고 있었다.
허공에 손을 내뻗으며, "나 여기 있어요"라고 외쳤다.
주변은 희미하게 뿌옇고, 아무도 나를 보지 못했다.
나는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흐르는 것도 모른 채 목이 쉬어라 울고 있었다.
눈을 떴을 때 방 안은 어두웠다.
나는 이불 속에서 숨을 죽였다. 방금 전까지 분명히 엉엉 울고 있었던 것 같은데, 현실의 나는 침착하게 누워 있었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가슴 한쪽이 묘하게 저릿했다.
무슨 꿈이었는지 구체적인 장면은 다 지워졌는데, 감정만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나는 왜 그렇게 울고 있었을까.’
가만히 생각했다.
그리고 폰을 만지작 거리다 무심코 꿈해몽을 검색 했다.
요즘의 나는 겉으로는 괜찮아 보였지만, 사실은 자주 외로웠다.
살림을 하면서, 일을 하면서, 가끔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시간들이 어깨에 눌려오는 것 같았다.
"힘들다"는 말을 꺼내면 모든 게 무너질까 봐 조심스러웠고,
"괜찮지 않다"는 표정을 지으면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 것 같아 애써 웃었다.
그러다 보니 내 안에 쌓인 감정들이 행선지를 잃고 어디로도 흐르지 못한 채 고여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감정들은 내가 잠든 틈을 타 꿈속에서 터져 나왔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아무도 듣지 않는 곳에서.
나는 이불을 끌어안았다.
서러움과 미안함이 가슴속에 작은 파문처럼 번졌다.
내가 내 감정을 이토록 오래 외면해왔다는 사실이.
가끔은 누군가 대신 알아줬으면 했지만, 또 스스로에게조차 솔직해지지 못했다.
"나, 힘들어."
"나, 외로워." 그 단순한 말을 내 입으로 꺼내는 게 그렇게 어려웠다.
창밖에 비가 내렸다.
가늘고 고요한 빗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나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천천히 숨을 골랐다.
그리고 속으로, 조용히 나에게 말했다.
"괜찮아. 지금 울어도 돼."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돼."
"그냥 네가 거기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해."
그 말을 하고 나서야 가슴이 조금 풀렸다.
꿈속의 나는 외로워서 울었지만, 현실의 나는 조금씩 나를 껴안을 수 있게 되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모든 걸 잘 해내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저 이 순간, 숨 쉬고 있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도 괜찮았다.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깊게 숨을 들이켰고 천천히 뱉아 냈다.
몇 번을 했을까? 이불 속은 따뜻했고, 몸은 천천히 이완되었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고, 창문 너머의 세상은 조용했다.
마음 한켠이 여전히 저릿했지만, 그 감정까지 이젠 억지로 없애려고 하지 않았다.
슬픔도, 외로움도, 내 일부라는 걸 조금씩 받아들이기로 했다.
잠이 들기 전, 나는 꿈속의 나를 떠올렸다.
울고 있던 나를 조용히 품에 안았다.
"괜찮아. 나는 네 편이야."
그 한마디가, 나를 다시 꿈속으로 이끌었다.
이번에는 울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내 안의 나와 함께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