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워프 성모마리아 성당, 플란다스의 개에 나온 그 곳

벨기에에 왔으니 감자튀김과 맥주를! 다이아몬드는 잊자

by 북유럽연구소

아, 사진의 색감만 봐도 그립네요.

벨기에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안트베르펜에 왔습니다. 영어로는 앤트워프라고도 하지요.


중앙역을 나서면 왼쪽에 줄지어 있는 상점이 모두 다이아몬드 가게.

전 세계 다이아몬드 원석의 84%가 안트베르펜으로 들어온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장인의 손을 거쳐 값진 보석이 되어 주인을 기다리지요.


과거 다이아몬드가 많이 나는 아프리카에 식민지를 두고 있던 영국, 네덜란드, 벨기에를 중심으로 다이아몬드 거래가 이뤄졌는데 벨기에는 정부 주도로 다이아몬드 사무소를 열어 힘을 실어주었고 그 이후 안트베르펜이 다이아몬드 중심지로 수렴되었다고 합니다. 다이아몬드의 시세를 정하는 다이아몬드거래소도 여기에 있어요. 싯가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디자인의 다이아몬드를 살 수 있어요. 자자~ 여러분, 지금 당장 여윳돈이 있으면 저에게 계좌이체를...남다른 안목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올라가는 다이아몬드를 주렁주렁 사서 안겨 드리겠습니다.


엄마 하나, 나 하나 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은 그냥 지난번 슬로베니아에서 엄마와 각각 맘에 드는 걸로 골라서 산 자수정과 호박반지로 만족하겠습니다.


다이아몬드 구경을 마쳤으면,

벨기에에 왔으니 그 유명한 마요네즈에 찍어먹는 감자튀김도 먹고, 희귀한 맥주도 한 사발 해야지요! 가게마다 생맥주 종류가 다른데 벨기에라 그런지 자국맥주인 스텔라 아르토아, 르페가 많고 두벨, 슈페도 보이네요.


중앙역 중심의 대로를 벗어나 안트베르펜을 가로지르는 셸트(Scheldt)강까지 가세요. 강 근처 뒷길에보면 카페도 식당도 뮤지엄도 많아요. 거기가 안트베르펜 사람들이 친구를 만나고 데이트를 하는 곳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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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벨기에 홍합에 맥주를 한 잔 하고, 기차안에서 먹을 감자튀김을 포장해갔습니다. 오동통한 벨기에 감자튀김은 마요네즈에 찍어 먹는 것이 특징


잊을 수 없는 우리의 이 길을,

파트라슈와 함께 걸었네

한편, 눈 앞에 펼쳐진 길, 잊을 수 없는 우리의 이 길을 “랄랄라 랄랄라 랄라라랄라 라랄라라” 하면서 걷다 보면 네로가 그렇게도 보고 싶어 하던 루벤스의 그림(그리스도의 승천이었나요?)이 있는 성모마리아 성당에 닿습니다. 만화 <플란다스의 개>를 보면 배경에 풍차가 나와서 네덜란드인 줄 아는 분도 많은데 사실 바로 국경을 맞댄 옆 나라 벨기에랍니다.


플란다스=플랑드르를 말하는데 벨기에 인구의 60%가 사는 북쪽 지역을 플랑드르라고 하거든요. 한때 네덜란드에 속했다가 독립해 벨기에가 되었지만 여전히 북쪽은 네덜란드어를, 남쪽 발롱지역은 프랑스어를 씁니다. 전 벨기에 친구 결혼식 때문에 왔는데(결혼식은 프랑스에서 하는데 정신없이 바쁠 때라서 생각 없이 브뤼셀행 비행기를 예약했다는...ㅡ.ㅡ) 친구는 평상시에는 네덜란드어를 쓰지만 프랑스 친구와는 불어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독일어도....영어도...다 잘해...부럽.


아마도 네로도 네덜란드어를 썼겠지요(일본 작가가 쓴 거니까 네덜란드어를 못했을 수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한없이 외로웠던 네로는 결국 보고싶었던 루벤스의 그림이 걸린 차가운 성당 바닥에 배가 고파 쓰러져 사랑하는 파트라슈와 함께 하늘나라로 갔지요.


한쪽에선 다이아몬드를 고르고,

다른 한쪽에선 동전 한 닢이 없어 보고 싶은 그림도 못 보는 세상이라니. 그리고 나는 여행 와서 이 무슨 궁상인지ㅎ


벨기는 제국주의 시절 아프리카 대륙에서 잔인하기로 유명했고, 지금도 인종차별이 심한 나라로 알려져있어요. 외국인 노동자도 많고요. 실제로도 벨기에는 백인 중심 사회이고 다른 나라에 비해 사람들이 차갑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어린 애들이 생각없이 관광객을 향해 차별발언을 하는 것도 봤어요. 희망이 없어 보이는 표정의 난민 이민자들이 역 근처에 앉아 있는데 안됐기도하고 두렵기도하고. 다른 분에게 들으니 브뤼셀역 옆 경찰서에는 도난신고 하려고 줄을 선다더군요.


그래도 여행왔으니 마무리는 달달하게,
여러분 벨기에에 오시면 고디바가 아니라 레오니다스를 드셔야 합니다. 벨기에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초콜릿이래요. 초콜릿계의 티파니인가, 반가운 민트색 포장지!


친구가 이래서 좋은 거.

남들 모르는 초콜릿 맛집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인 것처럼 속닥대면서 세상 고민은 집어치우라고, 맥주나 마시러 가자고 하는 존재가 옆에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


p.s. 유럽의 여름은 낮이 길어요. 기차 타고 한 시간 거리인 동화처럼 예쁜 마을, 겐트와 브뤼헤도 다녀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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