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폐쇄공포증이 있는데...!
오마이갓!
나는 사실 폐쇄 공포증 비슷한 게 있는 것 같다.
뭐 정확히 진단을 받은 건 아니니까 나의 추측일 뿐이지만.
내 힘으로 어디에선가 나갈 수 없거나,
내가 아무리 뭘 한들 변화되지 않는 그런 무력한 상황이 생기면
정신이 피폐해지고 엄청난 공포가 밀려 온다.
이것에 관한 가장 오래 된 기억은
내가 아빠 키의 3분의2정도였었으니까 아마도, 초등학교 저학년 때 였을 것이다.
우리 아빠는 장난을 치는 걸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지금도 그러한데
내가 밖을 보러 아파트 창문 틀에 올라갔을 때,
창문을 닫아 방충망과 이중창 사이에 나를 가둬버렸다.
가족들은 당황하는 나를 보며 웃었지만,
나는 정말 너무나도 무서워서 바로 울음을 터뜨렸던 기억이 난다.
아빠도 무척 당황하면서 바로 나를 꺼내주긴 했지만, 단 몇 분 혹은 몇 초 동안의 시간에
나는 좁은 공간에 갇혀버려 옴짝달싹할 수 없다는 공포에 사로잡혀버렸었다.
그 이외에도
유럽 숙소에서 내가 자는 줄 알고 친구들이 밖에서 문을 잠구고 나갔을 때,
퇴근 시간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안, 꽉 막힌 차들 사이에서 움직일 수 없을 때
숨이 막히고 덤프 트럭이 나를 짓누르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런데 말입니다.(반전 있는 척)
이런 특정한 상황에서 말고도
나는 항상 갇혀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몸 속에.
나는 내가 원하지도 않은 내 몸 속에 갇혀서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1인칭으로밖에 살아갈 수가 없다.
한 평생을 같은 뇌와 장기를 가지고 한 사람의 인격체로 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그렇게나 어려운 일인 것이다.
그러므로 누군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람들은
본인을 벗어나려는 엄청난 노력을 한 사람이기에 존경 받아 마땅하다.
사람들은 그래서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연극을 보는 것 아닐까?
알게 모르게, 한 몸뚱아리에 평생 갇혀 사는 것에 답답함을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재밌으니까 하는 것이겠지만 나는 이런 활동들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들은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언어를 배워야 의사소통을 하듯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도 내가 직접 겪어보지 못하니까 훈련을 해야 터득하고 늘어간다.
연기를 해보고 싶었던 때가 있다. 뭐 지금도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의사도 됐다가 발레리나도 됐다가 살인마도 됐다가
하나의 인생 속에 수많은 자아가 되어 보는 경험이 탐이 났다.
내 몸뚱아리에 갇혀 있는 것에서부터 탈출해보려는 나만의 시도였다고 생각한다.(적극적으론 못했지만)
내가 한 가지 의아한 것은
나는 폐쇄공포증이 있는데, 비행기를 탈 때만큼은 평온하다.
합법적으로 세상과 단절된 그 시간이 힐링 되기도 한다.
(아무리 중요한 연락이어도 '나 비행중이었어'하면 다 이해 가능할테니)
그건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아마도 끝이 정해져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 비행이 영원히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고, 언젠간 어딘가에 도착할 거야.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거야.
라는 믿음.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지금 이 몸 안에 갇혀 있더라도 언젠간 떠나야 할 때가 올 테니까.
정든 이 몸을 흙으로 돌려보낼 때가 올 테니까.
이승에서 비행중이라고 생각하고
오늘도 최선을 다해 이 몸 안에 갇혀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봐야겠다.
Enjoy your Fl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