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너무도 갑작스럽게 다가온 병으로
나는 삶과 죽음 사이에 낀 존재가 되었다
삶도 죽음도
나의 선택이 아니라는 것이 뼈저린다
살이 있으니 사는 것처럼
그 소중함을 모르다가
매일 주어지는 오늘이 소중해진다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웨인 다이어의 말처럼
그 언젠가가 될지 모르는 죽음을
가슴에 새기고 잘 죽고 싶어진다
눈을 감으면 영원히 잠들 것 같았던
힘든 시간 속에서
당장 이 세상을 떠난다면
그 무엇도 가져갈 것이 없구나
당장 이 세상을 떠난다면
오래되지 않아 나의 흔적은 사라지고
나라는 사람은 금세 잊혀지겠구나
그리하여 새롭게 생의 방향을 정한다
나는 이 생에서 무엇을 가져갈 것이며
나는 이 생에서 무엇을 남길 것인가
나는 무엇을 가져갈 것이며
나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
가져갈 것은 나의 내면에 채운 것들이며
남길 것은 나의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