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좋은 식습관 만들기

by 별하열음

새로운 요리법을 배우기로 했다. 암환자이고 앞으로 암환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갈 나에게 맞는 식습관이 필요하다. ‘먹는 것이 곧 나다’라는 말이 있다. 내가 먹은 것은 내게 해로운 것들 투성이었다. 평소 면역력이 약해 병치레를 많이 한 것도 결국 내 몸 안에 생긴 암세포를 파괴해내지 못하고 자리 잡게 한 것도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유 없는 결과는 없다. 몸이 아프고 매일 피곤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럼에도 먹기 편하고 입에 맛있다고 길들여진 그 해로운 것들을 쉽게 끊어내지 못했다. 내 몸에 계속해서 해로운 것이 축적되고 있는데 몸이 건강할 리 없다.

나의 식습관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첫 번째로 나는 물을 마시지 않는 커피 중독자였다. 아침 출근길 당연한 루틴처럼 단골 카페에 들러 아메리카노를 테이크아웃 해갔고 아메리카노 수혈과 함께 하루를 시작했다. 그것도 아침 공복에. 아침은 입맛도 없고 출근하기 바빴기에 공복상태로 오전 근무를 했다. 커피 한잔에 두세 배가 되는 물을 마셔야 한다는데 나는 그 반대였다. 물 한잔에 커피를 두세 배 이상 마셨다. 아침 커피도 모자라서 점심 먹고 인스턴트 아메리카노를 텀블러에 가득 담아 오후 근무를 했다. 물은 맛이 없다며 물대신 티백으로 우린 보리차나 차 종류를 마셨다. 물은 거의 마시지 않았다고 보면 된다. 희한하게도 어렸을 때부터 목이 잘 마르지 않기도 했고 미각이 예민해서인지 물의 특유한 맛이 싫었다. 그래서 물대신 보리차를 끓여 먹고 굳이 물을 마셔야 할 필요성을 모르니 다른 음료들로 대체되었다. 책 <면역력 인생에 건강이 짐이 되지 않게>라는 책을 읽고 면역력 관리를 위해서는 하루 물 2000리터 이상 마셔야 한다고 해서 보리차를 끊고 물을 마시기 시작했으나 아메리카노가 언제나 더 맛있었으므로 섭취하는 물의 양은 현저히 떨어졌다. 종이컵양으로 두 세잔 먹는 사람이 어떻게 갑자기 2000리터를 먹겠는가. 그래도 물을 먹기로 했고 조금 더 자주 마시는 나를 칭찬하며 안도했을 뿐이다. 건강검진 결과를 설명해 주시던 의사 선생님이 커피는 공복에 먹으면 위와 여자들 유방에 아주 악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해 주셨을 때도 커피를 끊을 생각보다 줄여야겠다는 다짐을 했으니 그 정도면 커피 중독자가 맞았다. 암환자가 되고 나서야 나는 커피를 완전히 끊어 버렸다. 8개월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단 한 모금도 먹지 않았다. 그렇게 단번에 끊어낼 수 있었던 것은 나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두 번째로 나는 야채와 과일을 섭취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는 과일을 아주 잘 먹었는데 이상하게도 성인이 되고 나서 과일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고 입에도 대지 않았다. 새콤달콤한 맛도 좋아하지 않았고 미각이 유독 신맛에 크게 반응해서 신 것을 먹지 못했다. 왜 과일을 멀리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는 알 수가 없는데 어느 날부터 그렇게 되었다. 어렸을 때는 한겨울에 양쪽 주머니에 귤을 넣어가지고 다니며 먹었던 기억이 있고 여름이면 참외, 수박, 포도를 정말 잘 먹었는데 이상하게도 어느 날부터 그렇게 되었다. 야채는 식사를 통해 먹기는 했지만 다양하게 많이 먹지는 않았다. 최근 1-2년 동안은 건강을 챙기겠다며 쌈 종류 채소를 챙겨 먹기는 했지만 많은 양이라고 볼 수는 없다.

세 번째는 가공식품과 기름진 음식 그리고 과식을 즐겼다. 우리 세대부터가 가공식품의 향연을 맛볼 수 있었던 세대가 아니었나 싶다. 햄소시지, 참치캔, 치킨, 피자, 햄버거, 라면, 삼각김밥, 돈가스 등등 나의 어린 시절에는 귀하기도 했고 자주 접하지 못하는 것들이었지만 성인이 되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빈번해진 먹거리가 되었다. 어렸을 때 먹지 못했던 스팸을 직장에서 명절 선물로 많이 받게 되어 행복했고 원 없이 먹었던 기억이 머리를 스쳐간다. 스팸을 쌓아 두고 반찬 없을 때마다 구워서 따끈한 밥에 습관적으로 먹던 맛도 기억한다. 암환자가 된 지금의 나에게는 후회스러운 기억이기도 하다. 직장에 점심으로 싸가던 도시락 반찬으로 참치캔도 많이 먹었는데 그것도 후회스럽다. 기본적으로 통조림 제품 케이스에는 발암물질이 존재한다. 그것에 오래 보관되어 있던 가공된 식품이 좋을 리 없다. 가공된 식품도 좋지 않은데 발암물질이 있는 캔 속에까지 담겨 있었으니 말이다. 코로나와 함께 집안 생활을 하면서 외출하기 힘드니 배달음식과 냉동식품을 자주 접하기 시작했다. 그런 음식들은 영양가는 없고 칼로리는 높다. 입에 길들여진 자극적인 맛들은 과식을 하게 만들었다. 입에 맛있으니 배가 불러도 먹고 또 먹었다. 그래서 체중이 더 늘어났다. 직장 생활을 하면 7시에 퇴근해서 집에 오면 8시, 밥 먹을 준비하면 8시 반. 다소 늦은 저녁 식사는 오후 내내 일하고 허기진 배를 허겁지겁 채우기에 바빴다. 퇴근했으니 마음은 편하겠다 하루를 보상받고자 맛있는 것을 먹고 싶었고 맛있는 것들은 영양가가 없고 칼로리가 높은 음식들이었다.


현재 달라진 나의 식생활은 이렇다. 갑자기 어느 날 암환자가 된 나에게 내가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건강한 식습관은 커피를 끊고 가공식품을 먹지 않는 것부터가 시작이 되었다. 그리고 암진단을 받고 선물을 받았던 책 <열방약국 유방암 상담소>을 읽고 내가 암환자로서 먹지 말아야 할 것들과 먹어야 하는 것들에 대한 방향성을 잡을 수 있었다. 그래서 수술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서는 야채와 과일을 채워 넣고 부지런히 먹기 시작했다. 음식을 해 본 사람만이 재료가 있으면 뚝딱뚝딱 활용을 하지만 음식을 해 본 경험이 적은 나는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생식을 했다. 아침 식사를 안 했지만 지금은 규칙적으로 삼시 세끼를 챙긴다. 아침에는 채소와 과일 위주로 먹는다. 영양사님이 매끼마다 균형 잡히게 먹는 것이 좋다며 아침에도 채소와 과일에 단백질이 포함되면 좋겠다고 하셔서 계란을 삶아 때에 따라 하나에서 두 개 정도 먹는다. 올리브 오일이 몸에 해독작용을 한다고 해서 처음으로 가격대가 있는 좋은 올리브 오일도 구입했다. 올리브 오일은 식용유를 대신했고 아침에 먹는 채소 드레싱이나 계란 위에 살짝 곁들여 먹는 용으로 사용한다. 채소 드레싱은 올리브 오일, 소금, 후추, 레몬즙을 사용하고 계란 위에는 올리브 오일과 소금을 살짝 뿌려 먹는다. 소금은 천일염에 미네랄이 있다고 해서 가공된 맛소금 대신 천일염 죽염을 사용한다. 커피는 먹지 않고 가끔 책을 읽을 때 카페인이 들어가 있지 않은 차를 마신다. 하지만 그날 물을 많이 마시지 않았다면 차도 마시지 않고 물을 두 모금씩 습관적으로 마신다. 운동을 나갈 때도 예전에는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서 나갔다면 지금은 물을 넣어간다. 물 마시는 습관을 들이니 물이 맛있게 느껴진다. 가공된 음료, 과자, 라면, 냉동식품, 햄소시지, 배달음식 등등은 가급적 먹지 않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위가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채소를 생식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해서 요즈음 유행하는 자연식물식(당근, 애호박, 계란, 가지, 양배추, 버섯 등을 쪄서 드레싱과 곁들여 본연의 맛을 즐기는 방법)을 해보려 했으나 나와 맞지는 않았다. 그래서 쪄서 먹을 것만 그때그때 먹기로 한다. 야채와 과일은 입에 달고 살아야 할 정도로 지금보다 더 많이 먹어야 하는데 도통 냉장고에 쌓인 야채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몰라서 내게 맞는 새로운 요리법을 찾기로 했다. 암환자에게는 튀기거나 볶는 것 그리고 기름을 사용하여 조리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래서 무치거나 데치거나 찌는 방식의 조리법을 선택해야 한다. 찌는 것은 계란을 아침마다 먹으려고 스테인리스로 된 2단짜리 작은 계란 찜기를 샀기 때문에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맨 아래 전용 물컵으로 물 한 컵 넣고 그 위에 찜기솥을 올리고 1단에는 계란을 그 위 2단에는 양배추나 다른 야채를 같이 쪄준다. 오늘은 그 찜기에 얼마 전에 시장에서 사 온 표고버섯을 먹기 좋게 썰어서 쪘다. 참기름과 소금을 넣은 장에 찍어 먹으면 맛있다. 최근에 SNS를 통해서 배운 간단한 요리법 몇 가지를 습득했다. 연어찜, 오이토마토샐러드, 당근라페, 미나리무침, 가지찜무침, 월남쌈, 근대 쌈밥, 계란장이다. 연어찜은 구운 것보다 야채와 레몬을 넣어 쪘을 때 연어에 수분이 가득해서 부드럽고 맛있었다. 월남쌈은 밖에서 간혹 먹었지 집에서 해먹을 생각은 못했는데 다양한 야채를 먹기 좋다. 갖가지 채소를 싼 월남쌈에 피시소스를 찍어 먹으면 너무 맛있다. 요즈음 월남쌈 러버가 되었다. 나는 근대라는 채소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SNS 친구에게 배워서 근대 쌈밥을 만들어 보았다. 동글동글 쌓인 쌈밥이 먹음직도 하고 건강한 것 같아서 따라 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근대를 삶아서 찬물에 헹궈 짜낸 뒤 근대에 동그랗게 밥을 올리고 밥에 약간의 홈을 파서 맛쌈장을 조금 넣어주고 동그랗게 싸주면 된다. 쉬운데 근대를 삶는 것은 내겐 조금 어렵다. 살짝 삶아내야 하는 그 어중간한 기준이 아직 어렵지만 계속하다 보면 그것도 익숙해질 것 같다. 근대 쌈밥도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따뜻한 봄에는 근대 쌈밥을 만들어서 피크닉을 가야겠다. 그 사이에 다른 것도 많이 익혀두겠지 하며 상상한다. 나만의 요리 노트를 만들어 배운 것들을 하나씩 적어두기로 했다.

내가 앞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것에도 체계가 필요하기 때문에 요리 노트에 적는다. 무엇을 먹어야 할지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모르면 먹지 않게 된다. 나는 스스로를 지켜내야 한다. 그 누구도 나를 대신해 줄 수는 없다. 항암을 하면서 생각했다. 나는 나를 위해 건강한 그 무엇도 만들어 먹을 수 없는 사람이구나 스스로 만들어 먹고 챙겨야 건강하게 살겠구나 하는 생각 말이다. 아는 만큼 건강하게 챙겨 먹을 수 있다. 오늘을 잘 살아가기 위해 오늘을 위한 건강한 것을 먹는다. 그로 인해 한 번도 가질 수 없었던 면역력을 높이고 오늘을 잘 살아갔듯이 내일도 먼 미래도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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