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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리 Aug 01. 2020

코로나 시국에 급성폐렴이라니 2


5월 12일

미열에서 고열로...
점점 떨어져가는 컨디션에 10분만 눈을 붙이러 들어간 작업실 침대에서,
난 한시간을 축 처져 일어나지도 못한채 기절하듯 잠을 잤다.
살갗이 바지에 스치기만 해도 피부가 쓰라렸고

입맛이 없어 시켜 먹은 도시락은 1/3도 못 먹고 버렸다.
이가 딱딱 부딪히는 오한에도
그저 30대 중반으로 향해 가는 것이 이런 것인가 하며 집에 얼른 가서 자면 낫겠지, 라고만 생각했다.
뉴스에서 익히 들은 증상이었건만
생리 전 증후군이려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왜냐하면, 난 대한민국의 어메이징한 검사키트로

코로나 검사에서 ‘음성’을 인가받은 사람이었으므로!
얼른 집에 돌아와 온수매트를 세게 틀고 땀을 뻘뻘 흘리며 잠을 잤다.


5월 13일

다음날 아침, 몸살은 더욱 심해졌고 내 체온은 38.8.
몸이 무거워 도저히 출근을 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작업실 출근을 하루 미루고 동네 병원에 가서 수액을 맞았다.

동네 내과 진료실에서 내가 뱉은
“직장이 이태원”
“클럽사건 터진날 인근에서 떡볶이 취식”
“코로나검사 음성”

이라는 세가지 키워드는  

의사샘을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난 보았다, 의사 샘의 공포스러운 동공수축을...)

의사선생님이 재빨리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했다.

그리곤 다급하게 손소독제를 펌핑해 손에 바르시며 말했다.


“우리나라 코로나 검사 매우 정확해서, 벌써 열흘이 지났는데 음성이면 코로나 아닐 거예요.”


매우 확신에 찬 말투로 말씀하셨지만
그 말은 확신이라기보다 자신을 위한 일종의 염원이자 주문처럼 느껴졌다.

이해한다. 그 순간 누구보다 두려웠을 선생님의 마음을.

말이라도 참 안심되고 고마웠다...

(감사해요 삼*바른내과 송창* 선생님.)

어쨌든 코로나 의심소견이 아닌,

‘약간의 장염과 위염을 동반한 감기증상’이라는 진료소견을 얻고 기쁜 마음으로 병원을 나섰다.

수액맞고 돌아가는 길은 몸이 매우 가뿐해서
시장에 들러 포도랑 딸기도 사고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내일은 출근해서 좋은 컨디션으로 글을 쓸 수 있을 거 같았다.
많이 먹고 빨리 나으려고 딸기도 왕 크고 비싼 걸로 샀다.
육보딸기, 맛있었다!



방심했던 5월 14일

한국전쟁이 방심해서 터졌다 했던가.

방심했던 내 몸도 온 군데가 전쟁통이었다.

낮에 맞고 온 수액의 약빨이 떨어지기 시작...
내 머리카락은 내내 식은땀으로 축축했고

티셔츠는 3번이나 갈아입었다.
작업실을 또 하루 쉬고 병원에서 조제한 약을 먹으며 버텼다.
약 먹으니 저녁쯤 또 괜찮았다.

이거 진짜 괜찮은건지, 약기운으로 눌러진 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건 괜찮았다.

마음 한 켠에 내일은 또 어떨지 모른다는 불확실한 기분을 찝찝하게 남긴 채...


스승의 날, 5월 15일

15일, 계속 출근을 미루기는 어려웠다.

작업실에선 바쁜 장기프로젝트가 진행중이었고

고열로 며칠이나 작업실에 폐를 끼친 상황.

게다가 스승의날이었다. 메인작가님을 위한 선물도 준비한 터였다.

약기운에 간신히 움직일 힘만 남은 무거운 몸으로 출근 준비를 강행했다.

그러나 집을 나서기도 전, 온몸을 짓누르는 극심한
오한 발열 근육통, 두통이 어마어마하게 몰아쳤다.
할 수 없이 출근길, 어제 그 내과에 한번 더 방문했다.

의사샘은 하루만에 다시 찾아온 날 보고 매우 놀라셨다.
‘열이 아직도 안떨어졌다고?!’

‘그럴리가 없는데...(동공 지진)’



“코로나일까요..?”


걱정스레 묻는 내게

의사선생님은 섣불리 대답하지 않았다.

보건소의 검사결과를 믿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이고,

해열주사를 맞은 뒤에도 열이 떨어지지 않으면 코로나 검사를 다시 한 번 받아보라 권하셨다.
해열 주사를 맞고, 만약을 위해 작업실은 더 쉬기로 하고 다시 집에 돌아왔다.


이번에야말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번엔 정말 코로나 감염이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온몸이 떨렸다.
음성 결과를 받았지만, 뒤늦게 확진이 된 사람이 많다던데...

내가 그 케이스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불안한 마음으로 다시 한 번 나의 이동 동선을 머릿속으로 헤아렸다.


‘이태원 그날 그시각, 인근서 떡볶이를 먹고도 출퇴근 감행’

‘고열에도 해열제 맞으며 검사 회피...’

‘이태원 떡볶이집 확진자, 유아 조카 포함 일가족 몽땅 감염..!’

머릿속엔 나를 향한 악의적이고 자극적인 뉴스 헤드라인들이 필름처럼 빠르게 스쳐갔다.


비록 내 내뇌망상이었지만 이미 상상속 댓글로 전국민의 비난까지 화살처럼 우수수 맞아버린 그 때...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곧바로 보건소에 전화,
음성 통보 이후 삼일 째 고열에 시달리고 있다고 읍소했다.
매우 친절한 상담사님이 내 불안을 느끼셨는지 친절하게 응대해주시며 당장 조치를 취하겠다 하셨다.


“혹시 걸어오실 수 있나요? 대중교통은 안돼요.”

그러나 이 컨디션에 한시간 거리의 보건소는 무리였다.

안될 거 같다는 내 대답에

“자전거는 타실 수 있나요?”

아 자전거...

망할놈의 자전거는... 지난 코로나 검사 때 보건소 근처에 버려두고 왔었다!

어차피 자전거 탈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운전은 할 수 없고, 고열로 한시간여 거리를 혼자 걷기 힘들다고하니

한시간 내로 앰뷸런스를 불러주시기로 했다.

걸어가지 않아도 돼..!

마음 속으로 할렐루야 아멘 관세음보살을 외쳤다.
난 그렇게 난생처음,

보건소 앰뷸런스를 탔다.



앰뷸런스 안...

두려움, 미안함, 공포심....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소용돌이처럼 나를 극한까지 밀어넣었지만

그 와중에 처음 타보는 앰뷸런스가 날 흥분시켰다.

초죽음이 되어 가는 상황에서도 휴대폰을 들어 녹화버튼을 켰다.

(의학드라마를 쓸 수 있을 거야! 언젠간! )

여기에는 배드가 있고..저기엔 응급키트...그 옆엔 산소호흡기... 저 버튼은 뭐지?

철없이 호기심의 세계에 빠져있을 때 쯤  보건소에 도착했다.

내 체온을 잰 검사요원 분들의 웅성거림이 들렸다.

“38도 8.... 어떡하죠? 바로 격리실로 옮겨 조치할까요?!!”

“가능성 있는데..?”

철없이 앰뷸런스 내부를 촬영하던 해맑던 나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진짜 맞구나, 나... 코로나 감염자...!



분주한 검사요원 분들의 움직임 속에

난 스스로 ‘확진자’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마음의 준비를 마치자

검사요원분이 익숙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고개 드세요”

받아들여야 했다.

이미 모든 걸 내려놓은 내 콧구멍 안으로

익숙한 그 감촉의, (주옥같은) 면봉이 또다시 쑤욱! 거칠게 방문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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