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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맹성준 Sep 29. 2016

Formula 1 운전법

당신에게 Formula 1을 운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니코 로즈버그의 스티어링 휠. 타 팀에 비해서는 깔끔한 모습이다. [출처:Mercedes]


 만약 당신에게 Formula 1 드라이버 시트에 앉아 운전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기회를 위해 Formual 1 카를 어떻게 운전해야 하는지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일단 시트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드라이버가 시트에 정확하게 밀착되어 있지 않으면, 몸이 고정되지 않아 운전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Formula 1 팀 전속 드라이버의 경우, 시트를 몸에 맞추어 제작 하지만, 보통 이런 경우에는 가장 큰 크기의 시트에 폼을 덧 데어 당신의 신체사이즈에 맞추게 될 것입니다.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불편한 부분이 있으면 꼭 엔지니어에게 말해주세요. 저도 출력이 상당한 레이싱 카트를 타본 경험이 있는데, 당시 시트가 제 몸보다 커서 좌우로 남는 공간이 좀 있었습니다. 폼을 넣어 대충 맞는다 생각하고 탔는데, 직선에서 빈 공간이 진동하며 허리를 간지럽히더군요. 너무 간지러워서 풀 쓰로틀을 할 수 없는 지경이었습니다.


포스인디아 VJM09 에 탑승중인 세르지오 페레즈. 내년에도 포스인디아를 지켜줄것으로 보인다. [출처:Motorsport.com]


 다음은 탑승입니다. 몸에 맞춘 시트를 먼저 넣고, 헬멧과 한스를 착용한 드라이버가 다음에 들어갑니다. 좌측으로 들어가나 우측으로 들어가나 문제는 없지만, 많은 드라이버들이 차에 탑승할 때 어느 방향으로 들어갔는지에 대한 징크스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시트 위에 두발을 올리고 서면, 위 사진의 세르지오 페레즈처럼 차량 옆의 사이드 프로텍터를 양손으로 지지하고 스르륵 들어가시면 됩니다. 전체적으로 견고한 모노코크를 가진 Formula 1이지만 하중을 줘도 되는 부분이 있고 아닌 부분도 있습니다. 페레즈가 손으로 잡고 있는 부분은 안전 규정상, 높은 충격에도 구조물이 형태를 유지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여러분이 온 힘으로 눌러도 괜찮은 부분입니다.


시팅 포지션을 설명하는 루이스 해밀턴 [출처:Mercedes]


 시트에 앉으면 공간은 협소하지만, 자세 자체는 편안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실제로 저런 형태의 의자를 만들어 앉아본 적이 있는데, 꽤 편한 자세라고 생각했습니다. 앉아서 TV를 보거나 책을 보기에 아주 좋더군요.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양 발에 브레이크와 엑셀레이터 페달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사진으로 보는것는 다르게 편안하다라고들 한다. [출처:Formula1]


 탑승하고 나면 엔지니어나 테크니션이 와서 벨트를 착용해 줄 것입니다. 공간이 굉장히 협소하기 때문에 하네스를 스스로 착용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벨트를 조여주는 엔지니어 또는 테크니션과 대화하며 좀 더 조여줘 라던지 이 정도면 됐어 하면서 의사소통을 하도록 합시다. 6 점식 벨트의 버클은 원터치 방식이라 푸는 것은 스스로 할 수 있습니다. 벨트가 착용되고 나면, 헤드레스트 폼을 장착해주고 좌우의 고정쇠를 잠가줍니다. 그러고 나서는 드디어 스티어링 휠이 스티어링 칼럼에 장착할 수 있게 되죠. 


 

팀, 드라이버마다 다르지만 보통 20개이하의 버튼과 10개 이하의 로터리 스위치가 사용된다. 중앙의 스크린은 2014년부터 도입된 멀티 스크린. [출처:Formula1]


 스티어링 휠을 장착하고 시스템 부팅을 시작합니다. 메인 컨트롤 유닛은 당신의 엉덩이가 위치한 부에서 좀 앞부분에 위치하고 있으며, 스티어링 휠을 드라이버를 위한 디스플레이이자, 입력 장치인 셈입니다. 부팅이 완료되면,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레이스 엔지니어와 체크를 시작합니다. 라디오 체크를 통해 레이스 엔지니어에게 라디오 상태를 알려줍시다. 모든 준비가 완료되면 엔진 이그니션을 하게 됩니다. 차체는 아직 공중에 떠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엔진의 진동이 좀 더 강하게 몸으로 흘러 들어올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준비가 완료되면 각 휠에 있는 메카닉들이 타이어 워머를 걷어내고 차를 리프트에서 내립니다. 드디어 운전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스쿠데리아 페라리의 Streeing wheel 뒷면. 빨간화살표로 표시된것이 클러치 페달이다. 올해부터는 페달이 하나만 허용된다.[출처:Giorgio Piola]


 스티어링의 뒷면에 있는 클러치 레버를 당기고 1단 기어를 넣고 침착하게 출발합니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클러치 레버를 완전히 릴리즈를 하면 됩니다. 클러치를 릴리스하면 생각보다 차가 빠르게 앞으로 가기 때문에 당황해서 바로 앞에서 차를 유도해주는 메카닉을 받아버리는 일이 없도록 특별히 조심합시다. 피트 레인을 나가면서 PL 또는 피트 리미트가 켜져 있는지 확인하고 기어를 2단까지 올려 피트를 빠져나갑니다. 물론 잘 아시겠지만 클러치는 출발할 때와 정차할 때 쓰고, 변속할 때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보통 80 km/h 가 피트 리미트이기 때문에 나가는 동안 호흡을 가다듬습니다. 


화창한 날씨, 최고의 트랙, 그리고 난도와 멕라렌.. 해탈.. [출처:Motorsport.com]



 아마도 나가게 되면 인스톨레이션 랩을 한 바퀴 돌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때는 레이스 엔지니어의 지시에 따라 몇 가지 기능을 점검하며 코스 인하고 바로 피트로 돌아오면 됩니다. 엔지니어의 지시에만 따르고 불필요한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타이어는 늘 따뜻하게 유지해야한다. [출처:Motorsport.com]


 다시 피트로 들어와 몇 가지 기능을 최종 점검을 합니다. 시트나 벨트가 몸에 안 맞는 부분이 있으면 이때 고치면 됩니다. 드디어 달릴 준비가 거의 완료되었습니다. 조심조심 피트를 나가고 피트 라인을 넘어 코스인 하는 순간, 피트 리미트 버튼을 해지하고 과감하게 쓰로틀을 열어봅시다. 아참! 더워서 열어둔 헬멧 바이저를 닫는 것도 잊지 마세요. 



순식간에 속도가 올라가게 됩니다. 쉬프트 업을 2초에 한 번씩 올려야 할 정도로 자칫 잘못하면 변속 타이밍을 놓칠 수 있습니다. 비현실적인 가속력으로 돌진하게 되고 정신없이 쉬프트 업을 하기 바쁩니다. 속도가 올라갈수록 기어 변속 시 크게 울리는 소리와 엔진 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바람소리가 강하게 들립니다. 코너 앞에서 브레이크를 힘껏 밟아야 합니다. 브레이크 파워 부스터가 당연히 없기 때문에 왼발로 엄청난 무게를 컨트롤해야 합니다. 코너를 돌아 나아가며 조심스럽게 쓰로틀을 열어 나아가며 코너를 빠져나갑시다. 


DRS 가 완전히 열린 리어윙의 모습 [출처:르노]


정신없이 코너들을 지나가다 보면 어느새 DRS 구간에 들어오게 됩니다. 레이스 엔지니어와 교신하여 DRS 사용을 확인하고 DRS를 작동시켜 봅시다. 작동시킨 DRS는 보통 액셀레이터를 띄거나 브레이킹이 들어가면 자동으로 원상 복구됩니다. 일반적으로 DRS 구간 다음에 나오는 저속 코너를 위해 풀 브레이킹을 해봅시다. 타이어 온도와 브레이크 온도에 따라 레이스 엔지니어가 브레이크 바이스를 추천해줄 것이고 그대로 세팅을 하고 풀 브레이킹을 해봅시다. 


락이 걸리게 되면 제동거리가 늘어가는것은 당연하고 타이어에 평평한 면이 생겨 진동이 생기게 된다. [출처:Formula1.com]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현 Formula 1 에는 ABS 가 없습니다. 약 100kg 이 넘는 페달 압력을 가해서 풀 브레이킹을 해야 하지만 섬세하게 조절해서 타이어가 잠기는 일이 없게 합시다. DRS 구간 이후에 나오는 헤어핀에서 드라이버가 브레이크 페달을 150kg 이상의 힘으로 눌러야 한다고 하는데, 감속 시 걸리는 가속도의 영향으로 실제로는 왼발로 20~30kg 수준의 무게를 들어 올리는 수준밖에 안됩니다. 혹시 이게 안되시면, 브레이크를 좀 일찍 밟으세요. 아! 동시에 쉬프트 다운을 번개같이 해줘야 하는 것도 잊지 마세요. 온보드 영상을 보면 거의 1초 안에 8단에서 3단까지 내려오더군요. 


복스! 복스! 복스! 


 신나게 달리다 보면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가고 어느새 라디오를 통해 익숙한 말이 들려옵니다. BOX! BOX! BOX! 이제 즐거운 드라이빙을 끝내야 할 시간이네요. 피트라인으로 통해 피트로 들어가면서 잊지 말고 피트 리미트를 켜줍시다. 메카닉이 차량을 유도하는 곳으로 가 차를 세우고 기어를 중립. 엔지니어에 지시에 따릅니다. 


 [출처:© Sutton Images]


바로 피트 크루들이 달려 나와 사이드 포드와 브레이크 덕트에 블로어를 설치하고 차체를 띄워 이동합니다. 또는 차를 밀어서 이동할 때도 있으니 드라이버는 가만히 있으면 됩니다. 메카닉이 스티어링 휠을 옆에서 잡고 운전할 테니까요. 이렇게 꿈같던 주행이 끝났습니다. 아마 솟구쳤던 아드레날린이 아직도 몸에 남아 흥분된 상태일 테니 침착하게 시트에 앉아 남은 여운을 즐기도록 합시다. 특히 내릴 때는 자칫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지다가 다치지 않도록 주의하도록 하세요.


아 참고로 어떻게 하면 Formula 1 카를 타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냐고요? 아쉽게도 그건 저도 모르겠네요.


*얼마 전 제 브런치가 1000 뷰를 넘었습니다. 변변치 않은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불어 제 블로그 advtechkr.wordpress.com 도 찾아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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