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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맹성준 Oct 03. 2016

불평등의 조절

모터스포츠의 BoP 이야기

FIA GT 챔피언쉽 사진. 이때까지만 해도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과거로 돌아가 FIA GT 챔피언쉽을 보면, 2000년대 초반, 페라리 550 마나넬로, 닷지 바이퍼 GTS, 콜벳 등이 GT1 클래스에서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었습니다. 진정한 드림카들의 격전장이었죠. 2005년쯤, 마나렐로에서 새로운 경쟁자가 출연하고 이때까지만 해도 이 경쟁자가 레이스를 망치게 될 줄을 몰랐죠. 바로 마세라티 MC12 GT1입니다.


화끈한 이탈리아 형님들이 GT1 재패를 외치며 MC12을 만들었다. FIA 에서 양산차 호몰로게이션을 안줄까봐 인증샷도 남겼다.


 도저히 양산차라고 상상할 수 없는 MC12를 바탕으로 만든 MC12 GT1 은 깡패 같은 공력성능으로 다른 경쟁자들과 공정한 경쟁이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결국 몇 년 뒤, FIA에서는 이 깡패 같은 차의 에어로 다이내믹 성능을 줄이기 위해 앞뒤를 잘라내라는 명령을 했지만, 이미 너무 늦은 뒤였죠. 이것이 FIA에서 BoP, 즉 Balance of performance를 도입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죠.


프랑스 Ladouex 에 위치한 미쉐린 성능시험장. FIA 의 BoP를 연구하는 곳이기도 하다.


 WEC LMGTE 의 경우, 규정의 맞춘 차를 Ladoux로 보내어 FIA에서 평가를 진행합니다. 차량 무게와 출력, 차의 다운포스와 드레그를 평가하며, 이 결과를 통해 BoP 가 결정되죠. 얼핏 들으면 공정하게 평가되고 좋은 규정처럼 보이지만, 과연 현실에서도 그럴까요?


포드의 부회장 Raj Nair 는 ACO 를 통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였다. 


 결정안 16-D0026-LMGTE 에 따르면, 페라리 488 GTE는 25kg 추가 증량, Ford GT는 10 kg 추가 증량으로 결승 전날 변경이 되었습니다. Ford GT는 엔진의 부스트 압력도 4200-7000 rpm 의 최대 압력치도 조정되었으며, 이 모든 BoP 조치는 예선이 치러진 이후에 이루어졌습니다.


 당시 LeMan 24에 Ford GT 경기를 보기 위해 참석 중이던 Raj Nair는 이런 ACO의 BoP 결정에 실망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페라리 역시 추가 무게를 배당받았으나, Ford 가 받은 출력 조정 BoP는 포드 입장으로서는 ACO 가 페라리를 밀어준다라는 느낌을 받았고, 반대로 페라리는 ACO 가 포드를 밀어준다라고 거꾸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Formula 1 에는 BoP 같은 규정은 없다. 


 BoP의 경우, 그 측정 방식이나 적용 방법이 점점 진화하고 있다고 FIA에서는 설명합니다. 차량을 윈드터널에서 평가하여 드레그와 다운포스를 측정하고, 3D 스캐닝을 통해 차량의 정확한 치수를 측정합니다. FIA 의 technical delegate 인 Denis Chevrier는 매체를 통해 자신들은 직접 평가를 통해 모든 메뉴펙처러가 늘 사실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BoP 는 극도로 어려운 작업이다. 더 좋은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좋은 의도로 시작한 BoP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는 소지가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현실적으로 완벽한 BoP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있습니다. GT3의 경우, BoP가 시리즈 내내 동일한데, 이는 결국 또 다른 불평등을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스파나 뉘르부르크링과 같은 서킷과 상대적으로 짧은 서킷을 비교하면 다운포스의 중요도가 서로 다르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다운포스가 강하다는 이유만으로 페널티를 받은 차가 다운포스가 덜 중요한 서킷으로 가면, 오히려 BoP 가 쓸데없는 불균형을 가지고 온다는 것이죠.


다운포스가 더욱 강력해진 아우디 R8 LMS GT3. 이런차들로 인해 기존의 출력과 마력으로 BoP를 하는 것이 충분해 지지 않게 되었다.


 BoP의 올바른 적용을 위해서는 많은 데이터와 평가가 필요합니다. 결국 이것은 경제적인 문제로 연결이 되고 규정을 위한 규정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죠. 이런 모든 부담은 최종적으로 팀과 팬들이 부담하게 됩니다. 불균형을 없애기 위한 BoP 규정은 과연 필요한 것인가 라는 시선도 있습니다. 


 모터스포츠 팬들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은 각 메뉴펙처들의 치열한 레이스입니다. 올해 처음 소개된 포드 GT와 페라리 488 GTE에게 BoP가 경기 시작 몇 시간 전에 수정되는 것을 보고 과연 팬들은 이것이 모터스포츠에 더 이로운 것이라고 생각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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