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난 파프리카 May 13. 2021

"오늘은 엄마랑 잘거야."


우리집 첫째는 유독 아빠와 함께 하길 좋아한다.

아빠가 없을땐 별 문제 없이 엄마와 시간을 잘 보내고 잘 먹고 잠잘때에도 베개에서 잘잔다.


그런데... 아빠가 있다면 상황은 또 달라진다.

아빠 옆에서 밥을 먹어야 하고, 아빠와 잠을 자야 하고, 아빠의 팔을 만지면서 밀착하고 잠을 자려한다.


엄마 아빠가 같이 있는데도 가끔은 아빠가 뭔가를 해야할때에 아빠만 찾을 때가 있다. 그럴때 혼 내기도 하고, 많은 얘기도 하곤 했다. 아직은 고쳐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계속된 반복으로 조금씩 나아지겠지...하며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남편과도 계속 얘기하면서 아빠의 집착을 이겨내보자고 시도 하고 있다.


잠 잘때에도 웬만해서는 밀착하지 않고 아빠의 팔을 만지지 않으며 본인 베개에서 잠들 수 있도록 노력 중이나, 항상 피곤한 아빠는 그런 의식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먼저 잠들기 일쑤다. 그래도 계속 노력하는 수밖에...


그렇게 첫째 아이가 아빠와의 집착을 보이더니, 갑자기 둘째가 며칠전부터 엄마를 부쩍 찾고 있다.

첫째와 달리 예민하지도 않고, 엄마 아빠를 특정해서 찾지도 않던 아이인데 말이다.

아빠가 일찍 퇴근하고 집에 있다면 취침시간에는 아빠가 둘을 재웠다. 그러면 둘째는 아빠보다도 먼저 바로 잠에 들었던 아이였다.


그런데 며칠전부터 "오늘은 엄마랑 잘거야."라며 자신의 의사를 밝히던 둘째였다.


그렇게 얘기하면 엄마는 옆에 잠깐 누워있다가 "엄마는 밖에 정리도 하고 옷도 갈아입고 씻고 해서 올게."라고 얘기하면 나가라고 보내줬다.

다행이구나 싶었는데.. 어제 밤에는 도통 이런 설득이 통하지 않았다.


밖에 나오면 둘째는 계속 따라 나오고, 안되겠다 싶어서 조금 더 누워있다가 잠들거 같다 싶어서 조용히 나오면 또 따라 나오고...

잠을 자려고 하지 않았다.


보통 10시도 되기 전에 일찍 잠이 드는 아이인데.. 어제는 그렇게 엄마와의 실랑이를 계속 하다 보니 10시도 넘고 11시가 다됐다.


엄마는 아이들 잠자리를 아빠에게 맡기고 육퇴하면 이제 책도 읽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고 10시부터 들어야 하는 것도 있고 할일이 많은데, 이 아이는 계속해서 엄마를 붙잡았다.

할일도 많고 시간도 없는데 계속된 실랑이가 그냥 화가 나던 순간이었다.


화를 내고 혼내도 이 아이는 끝까지 "엄마랑 잘래"를 외쳤다.

결국 난 귀에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들어와 조용히 귀로는 들으며 이 아이 옆에 있었다. 아이는 잠에 들었다.


아이가 엄마랑 자야한다고 했을때, 할일이 많은데 굳이 왜 그러나 싶었다. 아빠가 옆에 있는 상황에서 엄마인 나까지 옆에 누워있는 게 괜히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시간을 뺏기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럴때 마음 편히 "그래, 엄마랑 잘까?"라고 얘기했어야 하는데... 뒤늦게 후회가 되는 일이다.


유독 엄마를 찾는 이유가 있을텐데 말이다.

그럼에도 엄마는 엄마의 일이 바빠서 엄마가 하고자 하는게 많아서 욕심만 먼저 생각한 건 아닐지...

여러 복잡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엄마를 찾는 아이에게 다가가는 게 먼저이지만, 엄마라는 사람 역시 나의 일을 해나가야 하기에 선뜻 요구를 들어주지 못한 건 아닐까.


그런 복잡한 마음이 들고나서 아침이 됐을때 우리 둘째는 갑자기 "엄마랑 밥먹을래. 아빠랑 안먹어."를 외친다.


갑자기 왜이러지.. 엄마 마음은 또 복잡해진다.







작가의 이전글 할머니 사랑 듬뿍 받아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