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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 원래 그렇게 매력적이었어? 친절함과 매력의 심리학

by 심리학자 이선경



“그 사람, 처음엔 그냥 그랬는데 보면 볼수록 매력적으로 보여.”


종종 우리 주변에서도 발생하는 일입니다. 처음 봤을 땐 신체적으로나 외모가 딱히 인상적이지 않았지만, 대화를 나누고, 행동을 지켜보고,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사람이 유난히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과연 그 사람의 얼굴이 바뀐 걸까요? 아니면, 우리가 ‘그 사람을 바라보는 방식’이 바뀐 걸까요?






심리학자들과 뇌과학자들은 이 질문에 아주 흥미로운 답을 내놓습니다. “우리의 뇌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외모만을 평가하지 않는다. 오히려 성격과 태도 같은 비가시적 정보가 외모 인식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2007년, 심리연구팀은 성격이 신체적 매력 평가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연구에 참가한 78명(여성 56명, 남성 22명)은 이성의 얼굴 사진을 보고 외모에 대한 1차 평가를 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연구와 상관없는 과제를 수행한 뒤, 다시 동일한 사진을 평가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진행된 평가에는 각 사진에 대한 성격 정보가 추가된 상태였습니다.


한 그룹은 “이 사람은 친절하고 사려 깊다”는 긍정적인 성격 설명을, 또 다른 그룹은 “이기적이고 무례하다”는 부정적인 설명을, 나머지 그룹은 성격 정보 없이 사진만 다시 보는 통제집단이었죠.





그 결과, 긍정적인 성격 설명을 들은 참가자들은 동일한 사진의 인물을 훨씬 더 잘생기고 예쁘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부정적인 성격 설명을 받은 그룹은 동일한 얼굴을 훨씬 낮게 평가했습니다. 단순히 ‘호감 간다’ 수준이 아니라, 데이트 상대나 친구로서의 매력, 인간관계에서의 바람직함까지 모두 영향을 받았습니다. 즉, 성격이 외모의 평가마저 바꿔놓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첫 번째 이유는 뇌의 보상 시스템 때문입니다. 친절함, 공감, 배려 같은 성격 특성은 인간의 뇌에서 도파민과 옥시토신을 분비하게 만듭니다. 도파민은 쾌감과 동기를 자극하고, 옥시토신은 유대감과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호르몬입니다. 이로 인해 뇌는 그 사람을 ‘좋은 대상’으로 인식하고,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감정을 품게 됩니다. 이런 심리적 반응은 시각적 인식까지 바꿔, 그 사람의 외모마저 더 호감 있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후광 효과입니다. 보통 후광 효과 연구는 잘생기거나 예쁜 사람이 성격도 좋을 것이라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심리 현상은 하나의 긍정적인 특성이 다른 특성까지 긍정적으로 보이게 하는 인지 오류이기에, 이 실험에서는 성격이 신체적 매력에 영향을 주는 반대방향으로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친절이라는 성격적 정보가 뇌에서 긍정적인 해석을 유도하고, 그 영향이 외모 인식에도 파급되었다고 볼만한 결과가 나온겁니다.


세 번째는 진화심리학적 관점입니다. 인간은 생존과 번식을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사람, 협력 가능한 파트너를 선택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친절하고 이타적인 사람은 공동체 내에서 생존 가능성이 높은 사람으로 간주되고, 자연스럽게 더 끌리는 대상이 됩니다. 이런 판단은 우리가 의식하기 전에 뇌 깊숙한 곳에서 이루어지며, 그 판단이 외모 평가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죠.






이러한 현상은 낭만적인 관계뿐 아니라, 직장이나 사회생활에서도 유사하게 작동합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느낄 때, 그 기준은 단순히 이목구비나 옷차림이 아니라, 말투, 태도, 공감 능력, 배려심 같은 내면의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런 영향은 단기적인 인상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장기적인 인간관계에서는 오히려 내면의 성격이 외모보다 더 지속적으로 ‘매력을 보정’하는 힘이 됩니다. 오래 만날수록 외모보다 태도가 더 중요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친절하고 사려 깊은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매력적이게 보이고, 반대로 이기적이고 무례한 사람은 아무리 외모가 뛰어나더라도 점차 그 매력이 감소해 보이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외모는 타고난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연구는 말합니다. 외모는 그대로여도, 매력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요. 그리고 그 변화의 열쇠는 우리가 가진 ‘태도’와 ‘마음 씀씀이’에 있습니다. 뇌는 생각보다 감성적이며,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작동합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 진심 어린 관심, 그리고 사려 깊은 배려는 단지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마저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SNS 속에서는 완벽한 외모와 세련된 이미지가 매력의 핵심처럼 보이지만, 실제 인간관계에서 오래 기억되고 끌리는 사람은 ‘잘생긴 사람’이 아니라 ‘따뜻하고 친절한 사람’입니다. 진짜 매력은 카메라가 담지 못하는 곳에서, 뇌와 마음이 반응하는 깊이에서 시작되는 법입니다.


나는 지금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나요? 오늘의 나는 친절했나요?

그 친절의 시작이 내 옆의 사랑하는 사람이기 이전에 '나'였으면 좋겠습니다.




참고자료

Lewandowski, G. W., Jr., Aron, A., & Gee, J. (2007). Personality goes a long way: The malleability of opposite-sex physical attractiveness. Personal Relationships, 14(4), 571–585.

Paunonen, S. V. (2006). You are honest, therefore I like you more: Romantic attraction and the Big Five personality traits.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40(2), 333–343.

Zebrowitz, L. A., & Montepare, J. M. (2008). Social psychological face perception: Why appearance matters. Social and Personality Psychology Compass, 2(3), 1497–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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