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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국적 소녀 Oct 24. 2023

미국회사는 뭐가 다른가요?

1주차 중고 신입의 몇 가지 소회


드디어 약물 검사에 통과해서 무사히 출근을 하게 되었다. 원래는 월요일부터 출근을 하는 일정이었으나 약물 검사 때문에 목요일로 첫 출근이 미루어졌다. 



나는 Leadership Development Program (LDP) 을 통해 입사를 했는데, 미국 회사에는 보통 '공채'는 없지만 그나마 비슷한게 있다면 바로 이런식으로 2-3년의 Program으로 채용하는 방식이 가장 비슷할 것 같다.  기간을 정해놓고 성장할 법한 인재들을 뽑아 2-3년 동안 여러 롤을 Rotation 시키면서 성장시키는 방식이다. MBA 출신을 뽑는 MBA LDP도 있지만, 학사 졸업생을 바로 채용하기도 하고 Function별로 운영하기도 한다. (Finance LDP, HR LDP, Operation LDP...) 



프로그램 이름은 비슷해도 회사마다 운영 방식은 천차만별이고, 한국처럼 같은 날 모두가 동일하게 입사하는 형식은 매우 드물다. 나 역시 내가 입사하는 날은 나 혼자만의 Day 1 - Onboarding Day였다. 우리회사는 대부분 재택근무를 하고 있지만 일주일에 2번 정도를 오피스에 출근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본사 근처에 살지 않는 사람이 굉장히 많아서, 100%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이 체감상 반 이상인 거 같았다.


나는 본사 근처에 살고 있기도 하고, 처음 출근해서 익숙해지는 기간 동안은 in-person 대면 근무를 선호하기도 해서 그렇게 의사를 표현했고, 첫 출근 또한 직접 오피스로 하게 되었다. 다행히 내 직속 매니저 또한 본사 근처에 거주하고 나를 담당해주는 HR 파트너도 본사에 출근 해서 나의 Day 1은 이 두 명이 밀착 케어를 해줬다.



첫날부터 내 캘린더는 굉장히 빡빡하게 세팅되어 있었고, 바로 실무 미팅을 참석하기도 했다. 첫 주를 출근해본 소감을 바탕으로 내가 느낀 미국회사의 몇 가지 특징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1. 캘린더 관리가 일의 능력을 결정한다.


미국 회사에서 느낀 첫 번째 특징은 캘린더 관리가 곧 일의 전부라는 것이다. 개인주의가 강한 미국은 '팀' 개념보다는 '개인'이 각자의 일을 해낸다는 컨셉으로 업무에 임한다. 따라서 개개인의 캘린더는 일의 시작이자 끝이다. 캘린더를 모두와 공유하기 때문에 내가 어떤 시간이 available하고 아닌지를 이를 통해 확실히 표명하는게 중요하다. 캘린더가 비어있으면 그 시간은 내가 available하다고 간주하기 때문에 바로 meeting invitation이 날라온다. 그리고 그것을 수락하느냐 마느냐 또한 내가 결정한다. 미팅을 주관하는 사람은 모든 참가자의 캘린더를 보고 가장 available 한 시간을 골라 초대장을 쏜다. 


미국은 정말 땅덩이가 넓기 때문에 웬만하면 회사 사람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사는데, 우리 팀만 해도 Arizona부터 South Carolina 까지 정말 다양한 곳에 살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 재택을 하거나 온라인 Zoom/Teams 화상채팅으로 미팅이 진행된다. 그래서 위의 방식으로 미팅이 정해지면 정해진 시간에 맞춰 모두가 화상채팅에 들어오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끝난다. 1분이라도 시간을 오버하는 것에 대해 모두가 굉장히 민감해한다. 왜냐면 그것이 바로 '캘린더 관리' 능력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약 미팅이 길어지면 '나는 다른 미팅이 있어 안녕!'하고 쿨하게 떠나는 것이 오히려 미덕으로 여겨진다.


한국에서 정해진 시간을 훨씬 오버하는 '미팅 지옥'을 자주 겪어본 나로서는 이런 칼같이 끊는 '에티켓'이 당연시 되는 미국 문화가 신기했다. 서로의 시간을 금처럼 여기는 것이 당연시 되었다. 그래서 만약 어떤 시간에 운동을 해야 하거나 아이를 픽업 가야 하거나 한다면 그런 개인적인 시간도 무조건 Block을 미리 해놔서 내가 이 시간은 다른 Commitment가 있다고 알리는 것 또한 중요하다. 미리 분명히 말만 한다면 사람들은 그것을 존중해준다. 그리고 미팅 또한 미리 참가자들의 시간을 Booking 해놓아야 하기 때문에, 내가 진행시켜야 할 프로젝트가 있다면 관련 사람들 (Stakeholder)의 캘린더를 미리 확인해 미팅을 arrange해놓아야 한다.


고로, 시간관리 능력 = 캘린더 관리가 일의 능력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겠다.



2. 일찍 (빡세게) 일하고 일찍 간다.


두 번째 느낀 점은 업무 시간에 대한 것이다. 내가 다녔던 한국 회사는 업무 시작이 10시였다. 물론 탄력근무제였지만, 8-9시에 회사에 오면 대부분 사람이 없었다. 10시 정도가 되어야 사람이 북적였고, 곧 이어 점심시간이 되면 다같이 우루루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가 (혹은 구내식당에서 먹고) 다시 들어와 업무를 재개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업무 시작이 (체감상) 평균적으로 8시 정도인거 같다. 물론 테크 회사 등 어떤 회사들은 자유롭게 일이 있으면 하고 없으면 알아서 하는 문화도 있지만, 대부분의 전통적 (?) 회사들은 일을 좀 일찍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많은 커피샵이 아침 6시 정도에 열고 오후 2-3시면 닫는다. 처음엔 이렇게 일찍 닫는 커피샵들이 적응이 안됐는데, 나중에 한국에 들어가서는 10시가 돼도 문을 안여는 식당/카페가 많아서 그것 또한 적응이 안됐다.


아무튼 다시 일로 돌아와서, 8시까지 회사에 도착하지 않는다고 해서, 혹은 업무 시작을 안 한다고 해서 아무도 뭐라고 하진 않지만, 주변을 보면 대부분 그쯤 일을 시작하는 분위기이다. 그리고 업무를 하는 동안에는 굉장히 빡세게 하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으로 점심을 가볍게 먹는다. 우리 부서의 경우 가끔 워크샵 등을 하면 점심을 제공해주는 경우가 있는데, 점심시간을 2-30분 정도로 할애한다. 메뉴도 대부분 간단한 샌드위치나 샐러드가 전부이다. 그것조차 먹으면서 회의를 하거나 (Working Lunch), 네트워킹을 하면서 먹는다. 


이런 워크샵의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점심은 알아서 각자 해결한다. 아무도 '이봐, 점심시간이야'라고 알려주지 않고, 아무도 따로 챙겨주지 않는다. 대부분 집에서 간단한 야채스틱이나 샌드위치 등을 싸오고, 그것마저 회의나 일을 하면서 우물우물 먹는다. 그러다보니 나 또한 점심을 아예 거르거나, 간단한 프로틴바/요거트/야채스틱 등으로 때우는 일이 잦았다. 


그렇게 점심을 거의 안 먹다시피 하고 일을 쳐내고 정신없이 회의 참석을 하면서 달리다 보면 3-4시가 되는데 그쯤 되면 이제 슬슬 일을 마칠 준비를 한다. 그리고 5시쯤 되어 주변을 돌아보면 거의 다 가고 없다. 아니면 아예 집에 가서 따로 야근을 할지언정 회사에 남지 않는 분위기다.


이 방법이 익숙해지니 좋은 점은 '식곤증' (Food Comma)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1-2시간 넘게 점심을 거하게 먹고 들어오면 3-4시 정도엔 너무 졸려서 계속 졸다가 5-6시 정도나 되어서 좀 일을 제대로 해볼까 하면서 정신이 들 때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야근도 더 많아지고 나중엔 상사 눈치를 보면서 집에 못 가고 계속 뭉개는 경우도 많았던 거 같다.


그런데 미국에선 대부분의 회의가 8시부터 스파르타로 시작해서 3-4시면 끝난다. 4시 이후의 회의는 드물다. 그리고 나선 샷다를 내리고 집에 가서 저녁을 좀 더 신경써서 먹고, 개인 정비를 하고, 운동을 하고, 가족과의 시간을 보낸다. 각자 장단점이 있겠지만 퇴근이 이르다고 해서 일을 덜 하는건 아닌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날 한인마트에서 사온 김밥을 홀로 먹는 점심시간




3. 상사와의 네트워킹이 적극 권장된다. 


이전 글에서도 네트워킹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회사에 입사하는 과정에서 네트워킹을 수없이 한다고 했었는데, 입사 후에도 똑같다는 걸 알게 됐다. 아마도 입사 후에도 네트워킹 스킬이 회사 내의 성공을 가르는 요소 (Success Factor)이기 때문에 입사 전에 그걸 보는게 아닐까 싶다. 


입사 후 네트워킹은 주로 나의 상사에게 집중된다. 물론 코워커 (Co-worker)들과도 네트워킹을 하긴 하지만 나의 퍼포먼스나 고과를 결정짓는건 상사와의 네트워킹이다. 즉, 입사 후에 내 위에 여러 상사들에게 지속적이고 열정적으로 플러팅을 해야 한다. 우리 1:1로 대화좀 하자, 커피챗 좀 하자, 나랑 얘기좀 하자- 하면서 적극적으로 30분 정도의 대화 시간을 얻어내야 한다.


직속상사 (Direct Report)인 매니저와는 일주일에도 몇 번씩 자주 Over-Communicate하는 것이 권장되고 그 위로 여러 리더십들과도 Bi-weekly / Monthly 등 일정한 간격을 갖고 Cadence Meeting을 세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네트워킹 자리에서는, 회사 업무에서 느낀 점이나 고충 등을 말하거나, 함께 하고 있는 업무가 있다면 좀 더 develop해보거나, 내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을 Timeline로 정리한 Roster 파일을 가지고 어느정도 Progress가 있는지 체크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내가 더 적극적으로, 얼마나 이 업무를 잘하고 있는지 어떤 성과가 있는지 열심히 어필해야 한다. 내향인으로서는 조금 힘든 자리일 수 있겠으나, Proactive 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 주지 않는 곳. 그것이 바로 미국 회사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는 문화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미국회사는 어떤 점이 두드러지는지에 대해 정리해 봤다. 아마 굳이 미국이 아니어도 글로벌 회사라면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으리라 짐작된다. 다음은 입사 3일만에 떠나게 된 '출장'에 대해서 적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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