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에서 안녕으로 끝나는 편지는 이제 그만
#3. 편지 잘 채우는 법
운도 좋다! 편지를 주제로 한 글 연재 계획 덕분인지 첫 시도만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화장실을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르듯, 연말연시 이후 편지 쓰기에 대한 글을 쓰려니 키보드만 만지작만지작 썼다 지웠다를 계속해서 반복하던 날이 벌써 2주나 지난 것 같다.
글쓰기가 종종 숙제로 느껴지는 것처럼, 편지도 막상 쓰려면 부담으로 다가오는데,
그런 마음은 대부분 글감의 부족에서 나온다.
보내는 사람도 정해지고, 받는 사람도 정해지고, 편지지까지 준비가 되었건만. 막상 어떤 내용으로 종이를 채워야 할지. 솔직히 이 글을 쓰는 나도 자주 막막해지고는 한다.
메신저나 SNS로 떨어진 거리와 상관없이 일상을 자주 공유하게 되는 지금의 시대에선 나의 근황만으로 채우는 편지는 자칫 이기적인 글이 되기 쉽다.
경험상 나를 줄이며 상대방을 담을수록 좋은 편지가 되었는데, 그러기 위해 자주 메모를 쓰고 들추어보는 수고가 필요했다.
상대방과의 추억, 지난번의 배려에 대한 감동, 그 사람의 장점 혹은 서운한 감정 등을 종종 휴대폰의 메모에 쓰는 습관을 들인 이후로 어쩌다 한 번 보내는 편지를 보다 쉽고 가벼운 마음으로 쓸 수 있게 되었다.
성공한 사람들의 습관으로 자주 언급되는 이 '메모의 힘'은 성공과는 하등 상관없는 편지의 세계에서도 통하나 보다.
휴대폰 앨범을 돌려보다 친구의 빵 터지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눈에 든 적이 있다.
눈을 꽉 감고 입꼬리가 쭉 찢어지도록 시원하게 웃는 친구의 밝은 모습이 장점이라 생각하던 중
잊지 않고 다음번 편지를 위해 메모를 해놨다.
'함께 찍은 사진을 다시 보면 항상 네가 웃는 모습에 눈이 가. 질끈 눈을 감으며 입꼬리를 한껏 올리며 웃는 게 너무 시원시원해서 같이 따라 웃게 돼!'
이런 식으로 평소 메모해둔 글 토막들을 엮어 편지를 쓰면 안부 인사와 덕담만으로 채워진 진부한 편지와는 확실히 다른 감동을 주는 글이 된다. 편지에서 하고싶은 말이란게 평소에 메모해두지 않으면 좀처럼 짜내기 어려우니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을 하나씩 적어두는 습관을 기르는 게 좋다. 실천하기는 어려워도 막상 상대의 반응을 보면 꼭 어렵지만도 않은 일이라 느끼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