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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담이 아빠 Jun 08. 2017

홋카이도의 여름은 나의 봄이다

삿포로에서 자연을 만나고 싶었다. 

분주하게 움직이던 아침과는 다른 여유 있는 아침이다. 아침마다 바삐 움직여 출근 준비를 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날이다. 늘 여행을 갈 때면 새벽부터 정신이 없었다. 체크인 시간에 맞추어 갈려다 보니 바쁘게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후 비행기라 한층 더 여유가 있어졌다. 구름 한점 없는 날씨와 후끈한 서울 날씨만이 우리를 반긴다. 아내의 통큰 생일 선물이 이번에는 홋카이도로 떠나게 했다. 

금요일 오후는 공항도 약간은 잔잔한 파도 같았다. 많은 듯 하나 조용히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짐을 미리 보내서인지 두팔은 여유가 느껴졌다. 비행기 탑승까지 물 흐르듯 지나갔다. 삿포로로 가는 관광객들도 꽤 많아 보였다. 오전 시간이 아님에도 비행기 안은 금새 꽉 차 있었다. 멀티비전 없는 비행기에 실망을 한채 테블릿에 받아 놓은 동영상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니 어느새 신치토세 공항이다.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초여름 같은 우리 내 날씨와는 다른 여기는 봄에 기운이 느껴졌다. 더위를 많이 타는 나에게는 참 좋은 날씨지만 아내는 춥다고 말했다. 짐을 찾아 검색대를 지나갈 때 여권을 바라보던 직원이 짐을 열어보라고 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 나도 일본의 블랙리스트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는 프린트물을 보여주며, 마약이나 금, 보석 등을 소지하고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그리고는 가방을 열어 꼼꼼히 검사하더니 이상이 없다고 보내주었다. 아내는 무엇을 잘못했냐고 장난스레 물었다. 생각해 보니 최근에 일본을 여러번 갈 일이 있었는데, 그런 것 때문에 의심을 하는 듯 했다. 같은 나라도 여러번 가지 말아야 하나?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삿포로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일본은 기차, 기차하면 일본. 내 생각은 그랬다. 늘 일본을 여행을 할 때면 기차에서만 머물고 있었다. 큐슈, 간사이, 간토, 홋카이도 이 곳을 여행을 할 때면 기차에만 오래 앉아 여행을 하는 것 같았다. 덜컹 거리는 레일의 승차감과 가끔씩 정해 놓은 박자로 움직이는 듯한 바운스가 좋다. 잠이 오기도 하고, 가끔은 편안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일본에 올 때면 버스가 없는 듯한 착각을 할 때도 있었다. 지금도 기차에 앉아 차창 밖을 바라보며, 시내로 향하고 있었다. 흐려진 날씨가 비가 올 것만 같다. 아내의 표정이 좋지 않다. 같이 여행을 할 때면 비가 오는 아내이기에 이번에는 징크스가 빗겨 가길 바랬는데, 비가 올 듯 하니 실망한 표정이었다. 

기대하는 여행 중 하나였던 아내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시간은 어느새 오후 6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여행자에게 있어 시간은 금이다. 호텔에서 짐을 내려 놓은채 삿포로 번화가인 스스키노로 향했다. 이 곳 사람들에게도 불금이었기에 번화가로 가는 사람들도 꽤 많아 보였다.  두 정거장여를 지나 스스키노에 도착했을 때 홍대나 강남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을 여기서도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내려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전세계 어디를 가도 사람들이 몰리는 곳은 비슷비슷한 것 같다.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탓에 사람들이 나가는 곳으로 따라 나갔다. 아직 여기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어디선가 풍겨오는 고기 냄새에 이끌려 우리는 그 곳으로 들어가 식사를 하기로 했다. 기내식을 먹었는데도 배가 고팠다. 자욱한 담배연기와 고기냄새가 섞여 앞을 볼 수 없을만큼 흐렸다. 현지 사람이 많은 걸로 봐서는 맛집인 듯 했다. 양고기를 많이 먹는다고 해서 우리도 고민 없이 양고기를 주문을 했다. 그리고 맥주와 함께 우리에 여행 첫날을 기념했다. 양꼬치는 많이 먹었는데, 양고기를 구워 먹는 것은 익숙치가 않았음에도 기대가 됐다. 담배에 관대한 일본에서는 식당에서도 담배와 술을 마시는 것이 자유로워 보였다. 물론 비흡연자에게는 고통스럽지만 말이다. 소시민들로 가득한 이 식당은 서로 웃고 떠들며, 즐기는 그런 분위기였다. 마치 우리 내 삼겹살집이 생각이 들었다. 다만, 앞에 놓인 술들이 소주가 아닌 하이볼과 맥주라는 것이 다르지만 말이다. 


스스키노에 밤거리는 선선한 바람만이 우리를 맞아준다. 고기 냄새가 날라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거리에 이곳저곳을 걸어본다. 9시가 지났을 때 거리에 분위기도 조용해졌다. 다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같이 즐기는 것 같다. 거리가 한산하니 우리도 얼른 들어가야 하는 것만 같았다. 쇼핑으로 무거워진 가방을 짊어지고 두손 가득히 오늘의 호텔로 돌아간다. 반나절도 하지 않은 여행인데, 하루에 에너지를 다 써버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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