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이면 그곳에서 다시 태어난다.
특별한 곳은 아니다.
작은 뒷동산으로 가는 길목에
요즘은 보이지 않는
아카시아 나무가 무성한 자리에
낮은 턱의 콘크리트 벽이
앉기에 알맞은 곳.
볕이 뜨거워 그곳이 반가울 때
금세 송골 맺힌 땀방울이
바람결에 시원할 때
그런 안도감에 불현듯
추억이 눈앞을 흐릴 때
다시 일어나 걸으면 망각할
이 행복함처럼 무심히 이어가던
나는 다시 태어나게 된다.
그렇게 다시 내가 새로워질 시간을
기약하며 아쉬운 걸음을 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