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는 파도소리로 대화하며 긴 침묵을 보냈다. 담배가 두어 개 남을 때까지, 멀리서 사온 커피가 얼음이 달각거릴 때까지.
인적 없는 도로가 숲에 가린 이 해변에는 힘들여 가져온 나무벤치가 자리를 지킨다. 그 자리에 앉아야 비로소 해변이 되는 세상 둘만의 조각 해변.
목적지 없었던 그 여행길 잠시 기지개를 위한 정차에서 나무에 가려진 이곳을 찾았다. 그곳에서 무료한 일상을 벗어나는 대화로 시작해 벤치가 만들어지는 길었던 그 시간 동안 우리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작았던 자동차에 조각을 맞추듯 아슬아슬하게 벤치를 채워 놓고는 그간의 기대와 기쁨 함께 우리의 해변에 내려놓았다.
기대만큼 자주 찾지 않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조각 해변 그곳을 그리워하곤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곳에 앉는다면 별 준비도 필요 없이 지독히 무료한 만족 속에서 하루 종일도 괜찮다는 듯이.
단단하던 벤치가 삐끅 소리 낼 만큼 시간이 흐르니 많은 것들이 조금씩 모두 변한다. 꼭 함께 찾았던 그곳도 언젠가부터 각자 혼자서도 가곤 한다. 지난번 눈이 왔던 날 조금 몰래 찾은 벤치에서 그녀 자리의 흔적을 보고는 너도 그렇구나 알았다.
오늘은 어색한 콧노래를 내곤 멈칫했다. 항상의 파도소리도 달각거리는 얼음도 놀란 듯 조용해졌다. 마지막 남은 담배에 불을 붙이며 다음을 준비한다. 다음의 조각 해변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