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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msk Mar 28. 2021

대기업 출신 인재의 함정. Key or Scrap.

사춘기 "당신의 Title은 당신이다."

우리 회사가 대기업이 아니라면, 대기업까지 갈 길이 너무 멀다면, 우수인재를 육성하거나 영입할 여력이 없다면 마지막으로 쓰는 방법으로 검증된 인재가 충분한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대기업에서 인재를 영입하기도 한다. 스타트업에서는 확실한 즉시전력을 기대한다. 그렇다면 대기업 출신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대기업 출신에게 바라는 것은 대기업에서의 경험이다. 구체적으로 대기업의 체계(System)을 원한다. 경험을 통해 간접적으로 그 체계의 뼈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임을 알아도 투자 없이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기 위함이다.


세부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수많은 사연들이 있지만 크게 시스템 선진화, SCM 정보 확보, 시장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주요 목표다.


사례.

튼튼한 원천기술 바탕의 사업 아이템과 모기업의 막대한 자금력으로 창사 이래 장기 성장을 거듭해오다 침체기를 맞은 기업이 있다. 시장의 요구는 변화하는 시대에 따른 새로운 아이템이다. 하지만 그 새로운 뭔가를 찾기가 당연히 쉽지 않다. 신사업을 찾아 헤매던 경영진은 결국 대기업 고객사에서 인재를 영입하고자 한다. 헤드헌터를 활용할 지 재계 인맥을 활용할 지 고민을 거듭하다 고객사 모임원으로부터 소개받은 인재를 영입한다.


사실 이런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과장급 이하에서 경력공채를 통해 알아서 찾아오는 경우도 있지만 과장급 이상의 직급자들은 헤드헌팅을 통하거나 고객사로부터 소개받아 영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고객사 출신이라는 커다란 이점이 생긴다. 공정, 제품, 설계, 자재, SCM 등등을 가늠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한편, 기업의 목적과는 달리 영입대상인 인재들의 생각은 항상 다르다. 당연히 기업과 개인의 목적이 같을 수는 없다.


개인의 생각

  I 연봉과 직책을 바란다. 역시 or 다를 것이 없다. 가치는 확실히 떨어진 느낌.

  I 또 다른 기회를 노린다. 가능성이 보인다. or 아, 괜히 나왔다.

  I 뜻대로 일하고 싶다. 이제 좀 숨통이 트인다. or 여러장의 얇은 벽이 한장의 두꺼운 벽으로.

  I A Player가 아닌 이유로 설자리를 잃고 있다. 나 좀 받아줘. or 여기서도 A Player가 될 수 없다.

  I 일과 삶의 균형을 원한다. 여유가 넘친다. or 집이 코앞인데 전보다 더 힘들다.

  I 낙하산이다. 여기라면 내가 득세할 수 있겠지. or 내 말을 듣지 않는다.

  I 내쳐졌다. 에이씨. or 그래도 고맙다.


대기업은 많은 사람들에게서 필요한 능력을 추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기 위해 준비한 Infra가 있고 그 Infra를 갖추기 위한 자금이 있다. 하지만 그 Infra가 반드시 자금이 필요한 것은 아닐 수 있다. 그 부분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 대기업이 아닌 기업의 과제다. 그 일환으로 대기업 출신을 영입하는데 목적과 준비가 분명해야 한다. 막연히 데려오기만 하면 뭔가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영입하려는 시도는 많은 조직 문제를 내포하게 된다. 기업의 목적과 개인의 목적은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말을 남기고 들어왔든 목적은 다르다.


더구나 그 인재가 무조건 위에서 말한 기업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요소들을 모두 내포하고 있지는 않다. 생각보다 별 것 없다는 의미다. 철저한 체계 안에서 본인의 능력을 발휘할 최적의 여건 안에서 일을 해온 인재들은 오히려 체계를 모른다. 그저 일하기에 좋다고 느꼈을 뿐 그 체계가 어떤 원리를 가지고 움직이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오히려 내부 인재에 비해 모자르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허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대기업의 인재들은 갖추어진 환경에서 주어진 부분에 대해 연마를 거듭한 점이 무서운 것이다. 연마를 거듭해 한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한 경험은 중요하다. 어떤 분야에서도 소요시간이 다를 수 있다 하더라도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의 훈련된 지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 강점이다.


그래서 우수한 인재라고 데려왔지만 제대로 그 능력을 뽑아낼 능력이 안되는 조직이라면 손가락만 빨다가 영입인재의 몰락을 바라볼 수 밖에 없게 된다. 대기업 출신 인재라고 하지만 결국은 능력있는 개인에 불과한 인재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기만 할 것이라면 영입은 포기하고 아예 전직원이 모여 워크샵을 하든 대토론회를 하든 회사의 문제를 자체 발굴해서 구성원들의 뜻에 따라 개선하는 솔직한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직급, 전문분야, Rotation 경험, 평판 모든 것을 종합해서 어떻게 그 능력을 활용할지 어떤 식으로 이끌어 낼지 그리고 어떻게 우리의 간판으로 육성시킬지를 연구하고 더불어 그를 계기로 내부인재 육성책도 새롭게 이끌어내야 한다.


정답은 없다. 그만큼 외부인재 영입에 있어서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기업 자체의 약점이나 강점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문제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기업 스스로 문제를 파악하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대기업 인재를 영입한다면 그 인재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 될 수 있다.


어느날 어느 대기업 출신이 영입된다는 소문이 돌면 스카우트를 했다, 낙하산이다, 공채로 들어왔더라, 누구의 친인척인가 등등 말이 무성해진다. 구성원들은 조직에 대한 자조가 섞인 경계의 태도를 보이게 된다. 하지만 그럴 것 없다. 대기업에서 왔다고 해도 특정 분야 외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똑같이 배우고 경험하고 익숙해져야 하는 당신과 똑같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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