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이 아니라 브랜드를 산다
우리는 브랜드를 떠올릴 때 단순히 로고나 이름만 생각하지 않는다. 그 안에는 이미 더 많은 경험, 감정, 신뢰가 쌓여 있다.
미국의 사회과학자 데이비드 아커(David Aaker)는 이것을 ‘브랜드 자산(Brand Equity)’이라 불렀다.
그리고 브랜드 자산은 다섯 가지로 설명된다.
앞의 네 가지는 소비자 마음속에, 마지막 하나는 시장과 관계 속에 존재한다. 이 다섯 가지는 따로 떨어진 항목이 아니라, 서로 맞물려 하나의 생태계를 이룬다.
1. 브랜드 인지도 (Brand Awareness)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기억나는 이름.
“치킨” 하면 BBQ, 교촌치킨이 그렇고, “라면” 하면 신라면이 떠오른다.
이처럼 인지도가 높으면 다른 브랜드와 비교조차 하지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얼마나 빨리 그 브랜드가 떠오르는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름이 자주 언급되고, 기억에 먼저 떠오르는 순간, 그 브랜드는 경쟁자보다 한 발 앞선다. 그리고 이때 붙는 이미지가 있다면, 그것은 곧 연상으로 확장된다.
2. 브랜드 연상 (Brand Associations)
브랜드를 들었을 때 따라오는 이미지와 감정.
볼보는 안전, 스타벅스는 제3의 공간, 레고는 창의력과 같이 이 연상이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든다.
그 밖에 '일회용 반창고' 하면 대일밴드, '면도기' 하면 질레트, '인스턴트 커피' 하면 맥심이 떠오르는 것. (특정 브랜드가 해당 제품군을 대표하게 됨)
이는 단순히 이름만 기억되는 인지도를 넘어, 특정 이미지와 강하게 결합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즉, 인지도가 ‘얼마나 자주 떠오르는가’라면, 연상은 ‘떠오를 때 무엇과 연결되는가’다.
3. 지각된 품질 (Perceived Quality)
지각된 품질은 실제 성능과 동일하지 않다.
소비자가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것이 곧 품질이 된다.
도요타/렉서스 자동차: '고장 없이 오래가는' 내구성에 대한 신뢰.
독일산 제품: '정교한 기술력과 장인정신'에 대한 믿음.
애플의 아이폰은 언제나 ‘최고 기술’이라는 인식을 지켜왔다. 실제 성능이 떨어지더 라도, 이 믿음은 가격을 지켜주는 힘이 된다.
제주 삼다수의 “깨끗하다”는 이미지는 단순한 품질이 아니라 청정 제주라는 연상과 결합한다. 연상(청정함, 자연)이 곧 지각된 품질(안전하고 믿을 만함)로 전환된 것이다.
지각된 품질은 결국 브랜드 연상이 촉발한 인식의 결과다.
두 요소는 별개가 아니라 서로 보완하며, 신뢰의 사다리를 완성한다.
4. 브랜드 충성도 (Brand Loyalty)
충성도는 브랜드 자산의 핵심이다.
소비자가 다시 찾고, 주변에 추천하며, 쉽게 떠나지 않는 힘이다. 요즘 가장 중요한 핵심 키워드 중 하나다.
코스트코의 회원제는 ‘나는 회원이니까 간다’는 습관을 만든다.
나이키 런클럽은 일상 속에서 브랜드와 함께 달리게 한다.
이마트의 ‘노브랜드(No Brand)’는 소비자들은 단순히 저렴해서가 아니라, “나는 합리적인 소비자”라는 자부심을 얻기 때문에 꾸준히 찾는다.
그러나 진정한 충성도의 힘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예를 들어, 애플을 쓰는 사람들은 단순히 제품이 좋아서가 아니다.
“나는 혁신을 지향하는 사람이다”라는 정체성의 일부로 애플을 소비한다. 이 감정적 동일시는 충성도를 넘어, 브랜드와 자아를 겹치게 만든다.
그래서 충성은 습관을 넘어선 애착과 동일시일 때 가장 강력하다.
5. 독점적 자산 (Other Proprietary Brand Assets)
브랜드 자산을 보호하는 보이지 않는 성벽이다.
특허, 상표권, 유통 채널, 그리고 관계적 자산까지 포함된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상표권과 디자인 특허.
제약회사의 신약 특허 → 매출을 보장하는 보이지 않는 성벽 등.
방송국의 송출 채널권 → 신생 브랜드가 쉽게 들어올 수 없는 울타리.
하지만 독점적 자산은 유형적 장치에만 있지 않다.
관계적 자산(Relational Assets), 즉 사람과 신뢰로 맺어진 네트워크도 여기에 포함된다.
예컨대, “어떤 유명한 셀럽이 상품을 소개한다”는 말은 시청자에게 곧 신뢰를 보장하는 독점적 신호가 된다.
이는 브랜드 연상(신뢰)과 충성도(개인에 대한 애착)가 결합된, 무형의 독점 자산이다.
독점적 자산은 결국 앞의 네 가지 자산이 법적·제도적·관계적 층위에서 고착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요약
이렇게 5가지의 브랜드 자산에 대해 다양한 사례와 함께 살펴봤다.
데이비드 아커 브랜드 자산은 기업의 시장 경쟁력과 재무적 가치를 직접 키운다고 말한다.
인지도는 광고비를 줄여주고,
연상은 신제품 확장을 쉽게 만들며,
지각된 품질은 프리미엄 가격을 가능하게 하고,
충성도는 매출을 안정시킨다.
독점적 자산은 경쟁사의 진입을 어렵게 한다.
다섯 가지는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
시간과 경험 속에서 맞물려 복리처럼 불어나는 자산의 생태계와 같다.
인지도는 연상과 품질 인식을 강화하고, 충성도는 독점적 자산으로 제도화되는 순환고리다.
결국, 브랜드 자산은 한 번의 구매를 넘어서, 계속해서 사게 만드는 힘이다.
그렇게, 소비자는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를 산다.
참고문헌
Aaker, D. A. (1991). Managing Brand Equity: Capitalizing on the Value of a Brand Name. Free Press.
Keller, K. L. (2013). Strategic Brand Management. Pearson.
Kotler, P., & Keller, K. L. (2016). Marketing Management (15th ed.). Pear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