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싱 디코딩 시대, 가격과 가치 사이에서 흔들리는 브랜드
380만 원에 판매되는 크리스찬 디올 가방의 원가가 8만 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 소비자 반응은 두 갈래로 갈렸다.(출처: 트렌드 코리아 2026)
“이제 명품을 살 필요가 없다”는 회의론과 “브랜드에는 원가를 넘어서는 가치가 있다”는 옹호론
실제로 명품업체들의 영업 마진(영업이익률)은 50%에 육박할 정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급격히 올렸던 가격 덕에 마진이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
이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오늘날 브랜드가 직면한 가격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브랜드 자산은 프리미엄을 정당화하는 힘이지만, 동시에 그 프리미엄이 소비자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 상품의 가격은 정말 가치 있는가?”
브랜드 자산의 딜레마
브랜드 자산은 원래 “쌓을수록 강해진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설명되어 왔다.
인지도, 연상, 지각된 품질, 충성도, 독점적 자산은 기업의 가장 큰 무형 자산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이 자산은 양날의 검이 되고 있다.
자산의 힘: 높은 가격을 정당화하고, 프리미엄 이미지를 만든다.
자산의 딜레마: 그 프리미엄이 오히려 소비자의 의심을 불러온다.
브랜드 자산이 클수록 소비자는 “이 가격이 정당한가?”를 더 깊이 파고든다.
프라이싱 디코딩과 가격 딜레마
책 <트렌드코리아 2026>은 이를 “프라이싱 디코딩(Pricing Decoding)”이라 명명했다.
소비자는 이제 상품에 대해 단순히 가격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원가, 유통, 마케팅, 브랜드 프리미엄이 어떻게 얹혀 있는지를 디코딩(해석)한다.
과거: “100만 원 일 때 브랜드 가치를 구입했다.”
현재: “이 100만 원 안에는 원가, 브랜드 값, 마케팅 비용이 어떻게 섞였는가?”를 따진다.
브랜드 자산이 클수록 가격은 프리미엄을 가질 수 있지만, 동시에 그 가격은 소비자의 해부 대상이 된다.
즉, 요즘의 브랜드 자산은 가치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가성비 논란을 키우는 딜레마를 품고 있다.
현상에서 이론으로
브랜드에서 소비자 인식 관점으로
브랜드 자산의 힘이 가격을 만들어내지만, 동시에 그 가격을 소비자의 시험대 위에 올려놓는다.
이 현상을 더 깊이 이해하려면, 단순히 사례 차원이 아니라 소비자가 브랜드를 어떻게 인식하고 가치를 평가하는가라는 학술적 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케빈 켈러의 CBBE 피라미드, 발레리 자이탐의 지각된 가치 이론, 그리고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전망이론은 서로 다른 각도에서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브랜드 자산이 쌓일수록 소비자는 더 세밀하게 인식하고, 더 복합적으로 해석하며, 더 날카롭게 의심한다는 것이다.
즉, 브랜드 자산의 딜레마는 단순히 시장에서 일어난 에피소드가 아니라, 소비자 행동 연구 속에서 이미 예견된 결과다.
(1) Keller의 CBBE 피라미드
케빈 켈러(Kevin Keller)는 브랜드 자산을 고객 기반 브랜드 자산(Customer-Based Brand Equity, CBBE) 피라미드로 설명했다.
아래의 그림은 소비자의 마음속에서 브랜드 자산이 쌓이는 과정은 네 단계다.
1. 브랜드 정체성 – 인지도(존재를 아는 단계)
2. 브랜드 의미 – 연상과 이미지, 성능
3. 브랜드 반응 – 태도와 충성도
4. 브랜드 관계 – 공명(Resonance, 심리적 동일시와 커뮤니티 참여)
그러나 공명 단계에 도달한 브랜드일수록 더 큰 시험대에 오른다. 충성도가 높을수록 작은 결함이나 가격 인상에도 불신이 증폭된다.
(2) Zeithaml의 지각된 가치(Perceived Value)
발레리 자이탐(1988)은 지각된 가치를 “얻는 것과 제공하는 것에 대한 소비자의 총체적 효용 평가”로 정의했다.
즉, 소비자는 항상 혜택(get)과 희생(give)을 저울질하며 가치를 판단한다.
네 가지 가치 인식 방식:
1. 가치는 낮은 가격이다.
2. 가치는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이다.
3. 가치는 가격 대비 품질이다.
4. 가치는 제공한 것 대비 얻는 것(총체적 균형)이다.
이 네 가지는 프라이싱 디코딩 시대에 소비자가 브랜드 프리미엄을 더 까다롭게 해석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3) Prospect Theory & Reference Price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전망이론은 소비자가 손실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한다. 원가와 가격 괴리를 알게 되면 소비자는 ‘손해’라는 감정을 크게 느낀다.
참조가격(reference price) 대비 큰 프리미엄은 자산의 힘이 아니라 불신의 계기가 된다.
국내외 브랜드 사례
루이뷔통: 로고 자산은 희소성을 만들어 가격을 높였지만, 동시에 “가격만 비싸다”는 역풍을 맞는다.
애플: 충성도 높은 브랜드지만, 혁신이 정체되면 “브랜드 값만 남았다”는 비판에 직면한다.
국내 식품 브랜드: 프리미엄 김치, 프리미엄 생수는 원가 대비 가격 괴리로 소비자의 의심을 샀다.
무신사 프리미엄 라인: 한정판 협업으로 프리미엄을 강화했지만, “무신사가 정말 프리미엄일까?”라는 가격 저항이 발생했다.
스타벅스 가격 논란: 독보적 자산을 가진 브랜드지만, 매년 반복되는 가격 인상은 “공간 경험”이라는 프리미엄이 여전히 설득력을 가지는지 시험대가 되고 있다.
요약
브랜드 자산은 가격을 올릴 수 있는 힘이지만, 동시에 그 가격을 의심하게 만드는 딜레마다.
앞으로의 마케팅은 단순히 자산을 쌓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소비자가 가격을 디코딩할 때, 그 해석에 설득력을 제공할 수 있는 프라이싱 내러티브를 준비해야 한다.
브랜드 자산의 시대에서, 이제는 브랜드 자산의 딜레마의 시대다.
소비자는 더 똑똑해지고, 더 세밀하게 해석하며, 가격 뒤에 숨은 스토리를 요구한다.
참고문헌
Aaker, D. A. (1991). Managing Brand Equity. Free Press.
Keller, K. L. (2013). Strategic Brand Management. Pearson.
Kotler, P., & Keller, K. L. (2016). Marketing Management (15th ed.). Pearson.
Zeithaml, V. A. (1988). Consumer perceptions of price, quality, and value. Journal of Marketing, 52(3), 2–22.
Kahneman, D., & Tversky, A. (1979). Prospect theory: An analysis of decision under risk. Econometrica, 47(2), 263–291.
김난도, 전미영, 최지혜, 이향은, 이준영, 이수진, … & 권정윤. (2025). 트렌드 코리아 2026. 서울: 미래의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