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다루는 방법 (1)

불안은 어디서 오는가, 현대인의 생존 본능

by 성민기
“이유는 모르겠는데, 그냥 불안해요.”


불안은 늘 애매한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분명히 무슨 일이 일어난 건 아니지만, 일어날까 봐 마음이 흔들린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이미 마음속에서 현실처럼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불안은 원래 생존 본능이다

심리학자 폴 길버트(Paul Gilbert)는 불안을 ‘경고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과거 인간은 정글과 초원에서 살아남기 위해 작은 위협도 크게 감지해야 했다. 삐걱하는 소리, 작은 동물의 눈빛 하나에도 긴장하고, 위험을 예측해야 생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작동하는 것이 바로 뇌의 편도체(Amygdala)다.
편도체는 위험을 감지하면 즉각적으로 몸에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게 만든다.
이때 심장은 빨라지고, 숨이 가빠지고, 근육은 경직된다. 몸은 이미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Fight-or-Flight’ (투쟁 또는 도피) 반응이라고 한다.

출처 = http://cbt4panic.org/anxiety-symptoms-stem-from-the-very-helpful-fight-or-flight-response/

문제는, 현대 사회에서는 도망가야 할 맹수는 사라졌는데, 편도체는 여전히 민감하게 작동한다는 점이다.
그 대상이 바뀌었을 뿐이다.
맹수 대신, 이제는 “사람들의 시선”, “성과 압박”, “나보다 잘 나가는 친구”새로운 위협이 되어 우리의 뇌를 자극한다.


알랭 드 보통: “지위 불안은 현대인의 감기다”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은 『불안에 대하여(Status Anxiety)』에서 불안을 이렇게 정의한다.

“불안은 우리가 사회적 성공을 이루지 못할까 봐 느끼는 고통이다.”

즉, 불안은 실패 그 자체보다, 그 실패로 인해 내가 무가치해질까 봐 느끼는 부정적 감정이다.

왜 나는 이 나이에도 이 자리에 있을까?

왜 나만 이런 대접을 받을까?

왜 아무도 나를 인정해주지 않을까?


그는 이 모든 질문 속에 ‘지위(Status)’라는 키워드가 숨어 있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출신 계급에 따라 삶이 고정되어 있었지만, 현대 사회는 “너도 할 수 있어”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모든 실패를 개인 책임으로 돌린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며 조용한 패배감을 안고 살아간다.


불안을 키우는 건 ‘비교’라는 상상력이다

불안은 때때로, 현실보다 상상 속에서 더 커진다.

홈쇼핑 생방송을 하다 보면 이유 없는 불안을 자주 느끼게 된다. 매출성패가 분초 단위로 나오는 현장이기 때문에 순간 욕심이 생긴다. 가끔은 상품 구성도 좋고, 반응도 나쁘지 않은데도 마음 한쪽이 계속 불편할 때가 있다.

“이번엔 매진 못 하면 어쩌지?”
“동시간대 다른 방송보다 매출이 떨어지면?”
“이 방송이 내 커리어에 흠이 되지는 않을까?”

돌이켜보면, 그건 실제 상황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낸 상상 속의 위협’이었다. 그리고 그런 상상은 대부분, ‘비교 대상’에서 시작된다.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어(Leon Festinger)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을 평가한다”라고 말했다. 비교가 멈추지 않는 한, 불안도 멈추기 어렵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이어진다.

“내가 더 잘했어야 하는데.”
“왜 나는 아직도 이 위치일까.”
“이건 내 능력의 한계 아닐까?”

이처럼 불안은 외부 상황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던지는 질문들에서 시작되곤 한다.


불안은 줄이는 것이 아니라, 다루는 것이다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건 우리가 아직도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불안을 없애려 하기보다, 그 출처를 이해하고 그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접근일지도 모른다.

“지금 이 불안은 어디서 왔을까?”
“실제 상황인가, 내가 만든 상상인가?”
“지금 내 마음은 무엇을 그렇게 걱정하고 있을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 그게 불안을 줄이는 첫 번째 연습일지도 모른다.

https://youtu.be/c6saL55Z0dU?si=ceTLTD5LpZOnumIf


참고문헌

Alain de Botton, Status Anxiety (2004)

Paul Gilbert, The Compassionate Mind (2009)

Sapolsky, R. M. (2004). Why Zebras Don’t Get Ulcers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APA). (2023). Anxiety: What it is and how to manage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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