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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MINO Aug 07. 2023

내가 선택하는 삶을 살겠다고 결심한 계기2 <사랑>

<내가 꿈꾸는 삶을 살기로 했다>

공연을 앞두고 연습실은 분주했다. 콘서트의 주인공인 가수는 목을 풀고 있었고, 스탭들은 오늘 연습의 내용들을 가수에게 브리핑하고 음향을 체크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연습을 준비하고 있었다. 무대감독이었던 남자 역시 연습 스케줄을 정리하고 이 후 공연 스케줄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분주한 연습실로 작은 체구의 한 여자가 묵직한 연습실의 문을 몸으로 밀고 들어온다. 환하게 웃으며 주변 스탭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그녀. 그 순간 남자는 그녀의 미소에 눈을 떼지 못했고, 그와 동시에 이상한 직감이 발동했다.


'어쩌면 이 사람과 연애를 할 수도 있겠다. 아니, 무조건 한다.' 


'영화 같았다.'라고 밖에는 표현이 안될 것 같다고 남자는 생각했다. 첫 눈에 반한다는 그런 거짓말 같은 날이 지나고 얼마 뒤에 운명처럼 그녀와 그는 연애를 시작했다. 그리고 또 얼마가지 않아 남자는 또 한 번 묘한 확신을 가졌다.


"이 사람과 결혼을 해야겠다"


그는 그녀와 짧은 시간동안 참 많은 걸 같이했다. 일도 같이했고, 운이 좋게도 제주도에 함께 내려가 6개월 동안 같이 일을 하며 그야말로 꿈같은 나날을 보냈다. 일이 끝나면 바다도 보러갔고, 쉬는 날엔 제주도를 구석구석 돌아다니기도 했다. 


그렇게 6개월을 보내고 다시 육지로 돌아왔다. 하지만, 육지로 돌아와서 둘의 관계가 삐그덕거리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흔들거리고 휘청이던 연애는 결국 끝이났다. 함께한지 1년이 채 1달도 남지 않았을 무렵쯤이었다. 육지로 돌아왔을 무렵, 남자의 상황은 여러모로 좋지 못했다. 회사의 사정과 그 안의 누군가의 사정으로 남자는 무자비하게 내버려졌고, 나름대로 계획에 맞춰 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의 인생에 큰 시련이 닥친 것만 같았다.


남자는 갈 수록 쪼들리는 형편에 자존감까지 잃어갔고, 그런 것들이 바탕이 되어 여자와 다툼이 잦아졌었다. 그러다 별 것 아닌 것들과 별 것 아닌 상황에 서로에게 가시 돋힌 말을 하게 됐고 결국 그는 그녀와 헤어졌다.




위의 이야기는 부끄럽지만 실제 나의 이야기다. 20대의 중후반쯤에 사랑했던 사람을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오는 자격지심 따위로 떠나 보낸 뒤에 나는 꽤나 많이 힘들었다. 그 때의 나는 어렸고,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그 문제로 다툼이 잦았는데 나는 '내가 돈이 없는데 내 상황은 생각해주지 않네. 왜 자꾸 나를 괴롭히나'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못했다. 나중에 돌이켜보니 경제적으로 쪼들리니 쓸데없는 자존심을 부리게 되고, 괜히 꼬아서 생각했던 것이었다. 때 마침 안 좋은 일들이 계속 겹쳤고 집에서 혼자 강아지를 붙잡고 울었다. 그 때부터 안간힘을 쓰고 뭐라도 해보려고 했지만, 한 번 주저 앉아버린 나는 다시 일어나기 쉽지 않았다. 


'내가 누군가가 주는 일감을 기다리고 있는 것에서 벗어나서 직접 내가 내 일을 찾고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내 삶의 방향성을 직접 만들어 나아가는 쪽이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지금에와서 돌이켜보면 종종 들고는 한다.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적어도 내가 내 일을 내 하루를 직접 결정하고 내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것에 적어도 위안 삼으며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고는 한다.


우습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것들을 못해주는 것에서 오는 절망감은 꽤나 크게 나를 아프게 하는 일이었다. 그 때 처음으로 생각했었다. '내가 내 인생은 결정하겠다' 라고, '다시는 돈 때문에 내 인생 전체를 흔들리게 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비단 연인 뿐만이 아니라, 내 가족, 내 친구들, 내 강아지 등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수 있으려면, 우선 나 자신 스스로가 단단하게 뿌리 내리고 있어야 한다는 믿음이 생겼다. 물론, 회사를 다니면서도 당연히 그럴 수 있겠지만, 20대의 내가 회사로부터 갑자기 내 던져졌고, 30대의 내가 입사 약 3주만에 구조조정을 겪고나니 어쩌면 나의 인생에 답은 그곳에 있지 않음을 확신하게 됐다. 


조금이라도 더 내 주변의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나는 내가 꿈꾸는 '주체적인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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