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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앨리스 May 07. 2024

n번째 다이어트를 시작합니다

본격 건강 되찾기 프로젝트

 

 건강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작년 가을 무렵이었다. 마음이 힘드니 몸도 덩달아 힘들어지고, 조금씩 불어나던 체중을 애써 무시하고 있는 동안 육안으로 봐도 확실하게 쪘구나! 싶을 만큼 제법 후덕해진 모습이 되었다. 맞지 않는 옷도 점점 늘어만 갔다. 넉넉하고 편안하게 맞는 옷만 입고 다니다 보니 자기 관리에 신경 쓰지 않는 사람처럼 보여도 할 말이 없었다.


  태생이 살찌는 체질은 아니었다. 어릴 때에는 너무 말라 걱정이 된 나머지, 엄마가 한약방에 가서 녹용을 사다 먹였다. 차마 목 뒤로 넘길 수도 없이 쓴 그 약을 잘 먹었을 리는 없다. 코를 틀어막고 꿀꺽 삼키면 엄마가 입에 쏙 넣어주던 그 사탕 한 알의 달콤함 때문에 견딜 뿐이었지.

  녹용의 힘 덕분인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부터는 먹는 족족 살이 쪘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숨만 쉬어도 살이 찌는 것 같았다. 그렇다. 나의 다이어트는 이렇게나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드라마틱한 다이어트의 성공을 맛본 것은 20대 중반, 아니 정확하게는 중후반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건강검진 결과지를 손에 들고 '당장 살을 빼지 않으면 내일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의사 선생님은 태연하게 내뱉었다. 그 충격으로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던 다이어트를 당장 실천하게 되었다.

  온갖 다이어트 서적을 다 뒤져서 처음 시도해 본 것은 '미네랄 두유 다이어트'였다. 무가당 두유에 사과와 당근, 토마토를 넣고 갈아 마시거나, 시판 야채 주스를 넣어 마시는 방법이었다. 처음 3일은 하루 세끼를 모두 미네랄 두유로 대신하고, 4일 째부터는 아침 한 끼만 마신 뒤 일반식을 먹었다.

  퇴근 후의 유일한 낙이었던 치맥도, 입에 달고 살던 초콜릿도 끊었다. 하루 2시간씩 운동도 곁들였다. 그 결과 10개월 동안 총 15kg을 감량했고, 그 뒤로도 3년 가까이 유지어터로 살았다.


  30대로 접어드니 야금야금 다시 살이 오르기 시작했다. 일에 치여 운동은 고사하고 집에만 오면 침대와 한 몸이기 바빴던 탓일 테다. 음식을 만들어 먹을 에너지도 없어 간편하게 배달식으로 때운 것도 한몫했을 테고. 생기를 점점 잃어가던 시기에 친구가 함께 다이어트를 해보자고 제안을 했다. 아빠를 닮아 백지장처럼 얇은 귀를 가진 내 귀는 이미 아슬하게 찢어질 것처럼 팔랑거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과일식 다이어트다. 말 그대로 과일만 먹는 식단이었다. 다행히도 다이어트를 시작한 시기가 여름이어서 먹을 수 있는 과일 종류가 많았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소고기를 먹으러 가기도 하고, 운동으로 1시간 정도 집에서 줌바 댄스를 췄다. 극단적 식단으로 3개월 만에 8kg를 감량하는 데 성공했지만, 역시 극단적인 것은 요요가 빨리 찾아왔다. 그래도 5kg 불어나는데 그쳤으니 성공한 것으로 쳐주자.


  내 인생 최대의 체중을 기록한 것은 역시 임산부가 되었을 때였다.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었던 것은 병원에서 권장하는 10kg까지만 찌운 것이었지만, 앞자리는 이미 바뀌어 있었고, 작은 키에 배까지 부르니 공처럼 데굴데굴 구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출산 후에 체중은 금세 돌아왔고 오히려 거기서 더 빠지기도 했는데, 육아를 하며 끼니를 제 때 챙기지 못하고 몰아서 먹는 일이 많다 보니 이번에도 요요현상이 발목을 잡았다.

  다음 해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며 일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출퇴근을 하고 편의점표 샌드위치 하나와 커피 우유로 하루를 버티다 보니 자연적으로 살이 빠졌다. 4개월 만에 12kg의 감량이니 대단한 결과였다.


  고무줄처럼 몸이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다 보니 건강에도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던 것 같다. 불과 얼마 전, 문득 자다가 갑자기 죽으면 어떻게 하지?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 불안감의 원인은 이유 모를 가슴 통증 때문이었다. 증상을 검색했더니 허혈성 심장질환, 급성 심낭염, 협심증 등 이름만 들어도 무서운 질병들이 줄을 이었다. 더 심각한 것은 팔이 뒤로 돌아가지 않아 효자손이 없으면 등을 긁을 수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이쯤 되니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앞에 '미운'이 붙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여우 같은 아들의 나이가 이제 고작 네 살이다. 이대로 갑자기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일단 유튜브에서도 난리인 CCA 주스라는 것을 먹어보기로 했다. 양배추(Cabbage)의 C, 당근(Carrot)의 C, 사과(Apple)의 A를 따서 '까주스'라고도 부르는데, 1:1:1의 비율로 넣고 갈아 마시기만 하면 된다.

  효과는 이튿날부터 바로 나타났다. 몸이 천근만근이라 아침에 늘 일어나기가 힘들었는데, 그날은 가뿐하게 일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효자손 없이도 등을 긁을 수 있어서 놀라웠다. 이게 얼마만의 시원함인지.

  그뿐만이 아니다. 칙칙하던 안색이 맑아졌고, 몸에 꽉 끼던 옷이 숨쉬기에 편안할 만큼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 하루에 무엇을 얼마나 먹는지, 물은 얼마나 마셨는지 식단도 자세히 기록하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물을 적게 마신 날은 간식을 많이 먹었고, 끼니를 충분히 잘 챙겨 먹은 날은 오히려 체중이 줄었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 2주가 된 현재, 5일 차에 기록했던 -2kg을 유지 중이다. 덕분에 확실하게 내 몸에 독소가 쌓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루에 한 끼 밖에 먹지 않는데 자꾸 살이 찌던 것에 대한 의문이 이제야 속시원히 풀렸다.


  이번 다이어트의 가장 큰 목적은 그저 살을 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평생 지속 가능한 건강관리에 있다. 내 몸의 신호에 더 민감히 반응하고, 더욱 세심하게 나를 돌보는 것. 그것을 하지 않아 나는 지금까지 건강하지 않은 습관으로 나를 괴롭혀온 것이다. 살이 찐 내 모습에 실망하고 자책하며 또 극한에 몰아넣는 방법으로 되돌려놓아도 그때뿐이다. 그 무한의 굴레 속에 더 이상 나를 빠뜨리지 않고 건강하게 잘 늙을 수 있도록, 건강 되찾기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꾸준히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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