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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에다 Feb 07. 2022

눈과 아이들 그리고 바람

“엄마 정말 재미있었어요”

 올 설엔 눈이 많이 내렸다. 아이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썰매 타기 딱 좋은 날이었다.


썰매를 타기 전부터 들떠있는 아이들의 모습에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 썰매를 끌고 집 앞 경사진 언덕으로 향했다. 본격적인 놀이를 시작하기  시계를 보았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지금 12시네, 우리 점심 먹어야 되니까 한 시간만 타자!"


듣지 못했는지 못 들은 척하고 싶었는지, 대답 없이 언덕으로 뛰어가는 아이들. 올해로 아홉 살이  첫째는, 언덕으로 썰매를 끌고 올라가고 내려오는 일을 스스로   있었다. 하지만 여섯  선하는 썰매를 올려다 주는  물론, 타고 내려올 때도 옆에서 신경을 써주어야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의 에너지는 더 넘쳤고, 전 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나는 조금씩 지쳐갔다. 구원의 손길이 필요한 나는 시계를 보았다. 마침, 1시가 넘어 있었다. 약간의 안도감과 함께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1시가 넘었네, 이제 집에 가자!"


이 말을 듣고 "네~ 엄마"라고 순순히 응할리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몇 번을 말해도 반응이 없는 아이들을 보며, 내 안에서 조금씩 올라오는 화를 알아차렸다.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크게 말할까? 조금 더 강한 어조로?’ 아니면 ‘“집에 먼저 갈게"하고 말하며 썰매를 끌고 조금씩 가고 있을까?’




그때, 내 볼로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차가웠다. 잠깐 시간이 멈춘듯했다.

가야 한다는 마음, 밥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과 걱정을 내려놓고 아이들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이들은 눈사람을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곁눈으로 내가 있는 쪽을 보았다. 아마 "엄마가 가지 않을까? 화나지 않았을까?"하고 걱정은 된 모양이다.

생각했다.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 정말 아이들을 걱정해서 한 말일까? 아이들은 지금 놀고 싶어 하는데, 왜 내 마음은 여기에 없고 다른 곳에 가있을까?'

그리고 아이들에게 다가가 눈사람 만드는 것을 도왔다. 그렇게 십여분이 지났을까? 눈사람이 완성되었고, 아이들은 흡족해했다.


“와 눈사람 왕국도 완성되었네, 우리도 집에 가서 밥 먹을까?"


현서 선하 모두 밝은 목소리로 "네~~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이어 "엄마, 오늘 정말 재밌었어요"라고 말했다.


", 엄마도 재미있었어"

오는 길에 나에게 다시 한번 다짐해 보았다. 아이들과 있을 때도 그곳에 온전히 마음을 두기로. 노력해 보기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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