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숨결 Oct 24. 2021

농사도 장비빨? 초보 농부의 왓츠 인 마이 백

실습 밭에 갈 때마다 꼭 챙기는 아이템 소개

"농사짓는 거 그까이꺼 대충 땅 파고 심으면 되는 거 아잉교?"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생각보다 장비가 많이 필요해서 밭에 갈 때마다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다니고 있다.


선글라스

밭은 정말 가림막이 1도 없다. 한여름 작열하는 태양에 눈이 따끔한 적이 있다. 선글라스를 쓰는 순간 몸은 뜨겁더라도 눈은 시원한 것 같은 느낌이다. (가을부터는 없어도 됨)


여분 덴탈 마스크

각자에게 할당된 실습 밭이 서로 붙어있고 사람들이 오가기 때문에 사방이 트인 공간이라고 방심하지 않고 마스크를 늘 끼고 있다. KF94는 밭일하기에 답답하므로 덴탈 마스크를 끼고 작업하고 작업 마친 후에 버린다.


챙 넓은 모자

모자가 안 어울리고 싫어도 별 수 없다. 선크림을 바른다고 해도 땡볕에서 최소 2시간 작업하려면 모자만큼 필수템이 없다. 내가 배넷 스타일 모자를 쓴 것을 유치원 아이들이 보더니 애기 모자라고 놀리기도 했지만, 머리 이음새 부분은 찍찍이에 챙 부분은 철심으로 구부러져서 부피도 적어 가지고 다니기 좋다.


쿨토시

반팔에 쿨토시 끼면 패션을 해친다고 싫어할 순 있다. 그래도 반팔 차림으로 밭일을 하다간 통구이가 되기 십상이다. 찜통더위일 때도 착용했다. 쿨토시를 끼지 않던 대학생 동기에게도 전파했다. (가을부터는 긴팔 상의로 대체)

 

큰 손수건

뒷목이 타기 쉽고, 땀이 날 때 닦기에 좋다. 세모나게 길게 접어서 목에 두르고 쓴다.


기능성 목장갑

흙을 만지는 일인데 결코 맨손으로 할 수 없다. 그립감이 좋도록 고무처리가 된 장갑을 쓴다.


긴 양말

풀에 쓸리거나 벌레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는 맨살이 노출되지 않도록 긴 양말을 신는다.


풍덩한 긴 바지

쭈그렸다 앉았다 활동량이 많은데 청바지는 불편하다. 카키색 카고 바지를 구매했는데 흙먼지가 묻어도 티도 안 나고 활동하기 편하다. 게다가 요새 유행하는 아이템이다.


패딩조끼, 바람막이

양수리 밭은 서울보다 몇 도 정도 기온이 낮을 때가 많다. 봄가을 무렵, 낮에는 더운 듯해도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하다. 추위와 바람을 막아줄 아이템을 챙겨 다닌다.


우비

밭일을 하러 왔는데 비가 오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작업을 하려면 두 손이 자유로워야 하므로 우산은 쓸 수 없다. 2시간 걸려서 밭에 왔는데 비가 오면 낭패이므로 우비를 꼭 챙긴다.


양산

밭일하고 나면 쿨토시, 손수건이 땀에 절어 버린다. 밭에서 나갈 때 쿨토시와 손수건을 벗고 양산을 쓴다. (여름 한정 아이템)

호미

세계적인 온라인 마켓 '아마존'에서도 원예 분야 베스트셀러라는 호미.

천주교 농부학교 공동구매로 구입했는데, 안 쓰는 날이 하루도 없는 것 같다.

두둑 만들 때, 두둑에 북 줄 때, 모종 심을 때, 구근 작물을 캘 때, 작물을 철수하기 위해 뿌리를 캘 때 주로 쓴다.


농부학교 개근상 부상으로 득템.

한 여름철 밭을 정글로 둔갑하게 하는 모든 풀을 순삭할 수 있는 치트키.

여름에 이거 없으면 밭일 못한다.


엉덩이방석

밭에 쭈그리고 오랜 시간 작업을 하다 보면 그냥 밭고랑에 주저앉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벌레가 있고 흙이 젖어있을 때도 있으므로 엉덩이방석을 쓰는 게 좋다.

벨크로 찍찍이로 허리에 둘러주고 착 앉으면 끝. 훨씬 피로도도 덜하고 무릎에 무리가 덜 간다.

기본 사이즈, 긴 사이즈가 있는데 기본 사이즈 추천. 긴 사이즈는 가지고 다닐 때 부피를 많이 차지한다.


장화

비 오고 땅이 진 날, 땅을 갈아엎는 날, 장화를 신으면 좋다. 이 역시 부피를 많이 차지해서 더러워져도 괜찮은, 막신는 운동화를 주로 신고 간다.


종이봉투, 종이 쇼핑백

수확물을 비닐에 담으면 쉽게 물러진다. 코팅되지 않은 종이 재질에 담아 오면 통풍이 되어서 오래간다.


여분 비닐봉지

자기가 가져온 쓰레기는 자기가 가져가는 규칙을 지키며 실습밭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있다. 쓰레기가 나왔을 때 바로 담아버릴 수 있고 또 여분의 짐을 소분할 수 있어서 챙긴다.


접이식 장바구니

밭에 다녀오면 늘 짐이 는다. 집으로 돌아올 무렵, 짐을 다시 한번 싸는데, 수확물이든 뭐든 여분의 짐을 튼튼하게 담아내고 또 안쓸 때는 부피가 촥 줄어드는 접이식 장바구니는 꽤 쏠쏠한 아이템이다.


물티슈, 휴지

농수용 물탱크가 있기는 하지만 빗물을 받아쓰기에 마냥 깨끗하지는 않고 밭 가까이에 수돗가가 없다. 손을 닦을 때, 물건을 닦을 때 쓴다.


생수

편의점은 20분 거리에 있는 역 앞에 가야 있다. 밭에서 일을 하고 나면 목이 마르기 때문에 500ml 물을 꼭 챙긴다. 여름에는 탈수 증상이 생기므로 얼린 생수, 일반 생수를 500ml씩 1L 정도 챙겨간다.


유성매직 또는 네임펜

작물 이름표를 만들거나, 농사 아이템에 이름을 쓰거나 할 때 쓴다. 지워지지 않게 글씨를 써야 할 일이 종종 생기기 때문.


지끈

지주대 사이에 줄을 띄울 때, 한데 묶을 때 쓴다. 작물이 휘지 않고 자랄 수 있도록 줄을 띄우거나 묶는다.


커터칼

지끈을 자르거나, 뭔가를 잘라야 할 때 매우 유용하다. 칼이 없을 때는 낫으로 끊어내기도 한다.


빵끈

지주대에 작물을 묶어줄 때 주로 쓴다. 예전에는 그냥 버리곤 했는데 안에 철심이 있어서 야무지게 고정이 잘된다.


힙색

요새 유행하는 나이키라던지 브랜드 힙색이면 참 예뻤겠지만 시장 아주머니들 쓰는 그런 류의 힙색이다. 할머니께 물려받았다. 밭에 가면서 작물을 사진 찍거나 연락할 수도 있어서 휴대폰을 챙기는데 요즘 휴대폰은 무겁고 사이즈도 크다. 바지 주머니에 넣고 쭈그리면 엄청 불편하다. 힙색에 넣어서 허리에 매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빵끈이나 매직 등 간단한 물건을 휴대하기도 좋다.


에코백

낫이나 호미 등 밭에 바로 가져가서 쓸 물건들을 주로 나눠 담아 놓는다.


큰 배낭

이 모든 걸 다 담아가지고 또는 에코백에 나눠 들고 등에 지고 다닌다.

어깨에 메는 게 양손으로 드는 것보다 훨씬 가볍다.


'예쁜 농부'하고 싶다던 동기 언니, 이제 수수한 농부가 되었다.

예쁜 것보다 실용성을 추구한다. 밭인데 일하기 편한 게 최고다.

매거진의 이전글 농사도 결국 공동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