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이디브라운 May 12. 2023

기록은 나를 알아가는 것

매일 쓰기, 100일 동안

아무도 안 시킨 일을 스스로 잘 시작한다. 누군가는 좋은 능력이라고 생각할테지만 스스로는 서글프다. 독립출판을 하면서 셀프로 '작가'타이틀을 얻게 되면서 기록 프리랜서가 되었지만,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까. 여전히 스스로가 소몰이하듯 꾸역꾸역 동기를 만들어 내며 쓴다. 억지로는 아니다. 억지로 할 순 없다 이런 걸. (돈도 안되고 독자도 거의 없는 글쓰기를 수년째 계속 억지로 할 순 없다) 이번 작업은 100일 동안 매일쓰기다. 올해에 열리는 언리미티드에디션에 지원할 생각이다. 독립출판물이 있어야 할테니 글을 모으고 써볼 예정이다. 100개의 글이 있으면 책을 만들 수 있다. (촤암나 안일해)


___


01 첫번째 글 시작. 


일기록을 이어오고 있다. 대충 이런 항목들로. 

1. 성취감을 느낀 일, 그리고 그때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2. 아쉬웠던 일, 그리고 그 일로부터 배운 것. 

3. 새롭게 익힌 것.

4. 기억하고 싶은 피드백 


익숙해지면 일주일에 한 번이 목표, 아직은 매일 적어보려고 한다. 습관이 되질 않아 하루를 넘기고 다음 날 적거나, 이틀치를 몰아 적거나 하고 있지만 어쨌든 빼놓더라도 꾸준히 적어보는 것이 목표다. 이런 기록을 왜 하냐고 묻는다면 무언가 잔뜩 하고 있긴 한데, (언제나)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정리가 잘 안되기 때문이다. 일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열정과 욕심이 넘쳐난다. 일로 스스로를 증명받는데 익숙해졌다. 아니 그 방법 밖에 모른다. 그만큼 부족함도 자주 느낀다. 정리가 되면 좀 일에 대해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자신감이 좀 생기지 않을까 싶어 시작했다. 


내 일을 하는 자영업자가 된 뒤로 일과 일상의 경계가 완전히 모호해져 버렸다. 내 공간을 갖게 되고 느낀 건, 내가 분리가 잘 안되는 인간이라는 거. 시간도 공간도 마음도 에너지도. 계속 연결되어 전원이 들어와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니까 이게 좋아서 이러는거겠지만. 뭔가 잔뜩 쏟고 있는데 한 번씩 스스로 ‘나 지금 뭘 하고 있지?’라는 질문을 던지고나면, ‘해야 할 걸 잘 해내고 있지’라는 명쾌함 보다는 ‘뭔가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라는 불안과 조급을 느낄 때가 많더라는거다. 이건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스스로가 만들어 낸 불안일 가능성이 크겠지만, 어쩐지 유쾌하지 않은 기분이라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써보기로 했다. 이러다 모든 걸 기록하는 사람이 되버리는 건 아닌지. 


고작 몇 달이지만, 일기록을 하며 내 눈으로 확인한 건 나에 대한 오해가 있다는 것이었다. 게으르다거나 일을 자주 미룬다고 생각했는데 해야 할 일을 꽤 다 해내고 있었다. 또 하나 목표와 방향성을 수시로 수정하는 편이라는 것. 그건 목표가 거의 부재하기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다. 내 평생에 하나, 변치 않는 목표는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사는 것] 그러니 부족한 점을 채워가며 커다란 목표를 차근차근 달성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 내가 잘 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 흠뻑 최선을 다해버리는 것이 훨씬 편안하다고 생각한다. 그걸 훨씬 즐거워한다. 예를 들어 글쓰기 모임을 계속하면서 전문가가 아닌 것에 한계를 느낄 때가 있다. 처음에는 글쓰기 스킬을 더 익혀야 하지 않을까, 자꾸 부담을 느꼈는데 계속해서 목표를 수정해서 최선을 다한 피드백과 글쓰기 교제 같은 책을 정해서 적절하게 인용하고, 자기 이야기를 충분히 써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해 나가고 있다. 부족을 느낄 때 전문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면 아마 지속할 수 없었을거다. 성장에서 중요한 건, 의외로 자신의 부족함을 참고 견디는 능력이라고 했다. 대신 꾸준히 문법에 관한 책을 아주 조금씩이라도 읽고 있는데 드라마틱한 변화가 보이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계속 하면 점점 나아지겠구나 싶다. 죽을 때까지 계속 쓸거니까 죽을 때까지 점점 더 좋아지겠지. 교정교열에 부족한 점은 언젠가 수업도 들어보려고 한다. 한 주 만에 깨달은 것이 많다. 역시 기록은 나에 대해 알아가는 것, 그래서 내가 이걸 좋아한다.  


성실히 열심히 하는 것에 대해서는 스스로 후하게 칭찬도 해보려고 한다. ‘전문가가 아니니까 모임을 할 수 없어‘ 대신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걸, 정말 하고 있다는 게 제일 마음에 든다. 며칠 전에 SNS에 이런 글을 올렸다. [계속 하겠다는 마음이 있으면 하지 않을 이유를 찾는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이유를 찾는다. 그리고 한다. 신난다.] 


어느새 기록은 습관이 되어서, 쓰지 않을 이유가 없고 쓰는 것이 그리 어렵지도 않지만 왜 쓰는지, 왜 계속 쓰고 싶은지, 어떤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는지 같은 것들이 흐려졌다. 항상 그런 것 같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흐려지는 것, 그러나 익숙해진다는 것은 쌓였다는 것. 쌓였다는 건 그만큼 또 이야기를 담게된 것이다. 언제나 모든 면에 대해 생각하려 해본다. 기록하는 사람은 좀 그래야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