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은 숲 : 세랄베스 미술관

포르투 serralves 미술관

by 노니

카사다 뮤지카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세랄베스로 갔다. 너무 많은 미술관은 가지 않으리라 다짐한 여행, 포르투에서는 '세랄베스(serralves)' 한 곳만 가기로 정했다.

들어가는 문, 문도 느낌있다.

입구에는 타이어 화분, 이것도 느낌있다.

바깥은 숲.

오늘 참 볕 좋은 날이다.

그림 보는 사람을 보는 나

그림 보는 사람을 보는 나 2,


마침 내가 서 있는 자리가 참 그림 같다. 넓은 전시장에 넓은 창, 커다란 그림. 누가 서 있어도 다 그림 같아서, 이 그림같은 구도를 보느냐고 꽤 오래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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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감 좋은 작품

작품 보다 쉬는 부자, 보기 좋아.

창 밖은 숲,

작품보다가 쉬는 가족,

창 밖은 숲

창 밖은 숲

마음에 쏙드는 공간들을 발견하고

또 눈을 돌려 밖을 보면 말이지. 창밖은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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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현실적인 공간이다 이 곳은.
입구에서 바로 정원과 미술관으로 각각 통로가 나뉘는데, 나는 먼저 미술관으로 향했다. 건물이 근사하다. 꽤 넓은 공간 대비 작품 수가 많지 않았다. 사람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공간이 워낙 넓으니 어느 곳도 붐비지 않았다. 머무는 내내 작품에 압도 당할 것 같지 않아서 좋았다. 죽 돌아 미술관을 보고 나오면 기프트샵(1층)과 레스토랑(2층), 카페테리아(지하), 도서관(지하)이 있는데 레스토랑은 비추. 물론 레스토랑에서 보는 창 밖의 정원 뷰는 정말 근사하지만 이 곳 어디에서도 그런 뷰를 볼 수 있으니 아쉬울 건 없다. 차라리 지하의 카페테리아를 가는 편이 나았을 뻔 했다. 어디서고 전시 공간안에서, 외부와 연결되어 있는 넓은 창을 통해 바깥을 볼 수 있었다. 바깥은 숲이었다. 푸르렀고 맑았다. 어쩌면 작품보다 창으로 자꾸 눈이 갈 만큼,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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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의 매력은, 실내보다는 실외에서 더 발견할 수 있었다(미술관도 물론 좋음). 내가 갔을 때는 8월 중순, 초록이 우거질대로 우거진 여름이었다. 무심히, 있는 그대로 뻗어나가고 있는 자연을 마주하는 건 그 자체로 행복한 일이니까. 정원은, 아니 그냥 숲이라고 하고 싶다. 숲은 상당히 넓었다. 상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처음엔 미술관을 빙둘러, 걷기 좋게 조성해 놓은 정도일까 생각했으나 규모가 그 규모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걷다보면 몇 번이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 돌아갈까 계속 가도 될까 여기가 길일까 숲일까, 계속 고민하게 된다. 무사히 돌아온 지금에서 하는 말, 어디도 가도 괜찮다. 진짜로. 가다보면 끝이 있긴 있다. 다른 마을로 이어지는 건 아닐까 몇 번 심각해질만큼 걷다보면, 몇 번쯤 누구라도 시야에 사람이 있는가 뒤 돌아 보다 보면, 내가 이 안에서 길을 잃은 건 아닐까 불안해지다보면, 한번씩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을 마주치곤 했다. 한번씩 표지판이 나오곤 했다.


놀라지 마시라. 머리 꼭지가 등에 닿을 듯 고개를 홱 젖혀 위를 올려다 봐야 끝이 보이는 나무들 사이를 지나 걷다보면, 진짜 예전 어렸을 때 이름 없는 뒷산에 가서 놀다 봤을 법한 다듬어 지지 않은 수풀들을 만나고, 또 뜬금없이 이제 막 조성해 놓은 것 같은 정돈된 장미 정원을 지나서 계속 걷다보면 갑자기 잘 만들어 놓은 오솔길이 나오고, 그 길을 따라 타박 타박 걸어가면 조랑말과 양들이 뛰어다니는 드넓은 목장을 맞닥뜨린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또또 걷다보면 허브꽃을 피워낸 정원이 보이기도 하고, 그 옆으로 동화 속에서나 나올 것 같은 숲속 작은 오두막집이 보이기도 한다.

길을 잃은 것 같아 하고 되돌아 걷다가 그만 아쉬워서 또 못 가본 사잇길로 빠지면, 금새 요정이 나올 것 같은 말도 안되는 신비한 분위기의 연못을 만나기도 한다. 스쳐가며 만났던 사람들은 어땠을까? 난 혼란스러웠다. 아니 이곳을 뭐라고 설명해야할까. 재차, 홀린 듯 걸었다. 어딘지 모를 숲 길을 정신없이 쏘다녔다. 이건 분명이 산책은 아니었다. 처음 시작은 산책이었는지 몰라도 어느 순간부턴가는 내 눈앞에 무엇이 펼쳐질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채로 홀린듯 숲을 탐구해나갔다. 그러다가 뜬금없음의 결정판, 마치 병원이라고 해도 믿을만큼 깔끔하고 정돈된, 그러니까 지금까지의 숲이나 미술관과는 1도 연관성 없어보이는 건물이 눈 앞에 나타난다. 멀쩡한(?) 건물인가 싶어 가까이 가보니 건물 외벽이 온통 핑크색 페인트로 칠해져있다. 마음 가득 의심을 품고 다가갔는데,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다. 건물은 입구를 찾기도 어려웠다. 두바퀴를 빙글대로, 뒤로 돌아가 찾은 입구안으로 들어가 보니 무슨 의미인지 모를 작품 몇 개가 걸려 있었다. 이상한 나라에 다녀온 앨리스가 된 기분이었다. 지하에 내려가 찬물을 얼굴에 축이고 전신 거울에서 내 얼굴을 들여다보자 정신이 좀 돌아왔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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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입구, 귀요미 버섯들

정원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시그니쳐 조형물

멋대로 자라난 자연들

조르륵 장미가 심겨진 작은 정원

수풀이 우거져 있기도 하고

갑자기 넓은 목장이 펼쳐지기도 하고

어느새, 물의 요정이 살고 있을 것 같은 환상의 공간으로 들어와 있기도 하다가

마법의 성(?)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만나게 된다

꽃을 무겁게 달고 있던 나무

뒤로 돌아 만난 숨겨져 있는 입구의 문

안에서 내려다보는, 잘 정리 되어 있는 정원은 좀 쌩뚱맞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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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길은 의외로 가까왔다.

내가 정말 serralves의 정원, 아니 숲 안에서 길이라도 잃었던 걸까. 다음 번에 이 곳을 또 들른다면 그때는 길을, 아니 정신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혼자 허허 웃으며 길고 길었던 탐험을 마무리 했다. 정말 어디 다른 세계라도 다녀온 듯 돌아오는 짧은 길, 택시 안에서 그렇게 피곤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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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서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찾은 미술관의 정보를 고객를 끄덕이며 읽었다. 분명 떠나기 전에도 한번쯤 읽었을텐데, 막상 미술관에서는 이 내용이 굳이 생각나지 않았다.

포르투 현대 미술관은 비젤라(Vizela) 백작의 사저 및 정원으로 1930년대에 조성된 땅에 있다. 가장 큰 저택을 전시공간으로 사용했는데, 이를 새로운 미술관으로 대체하는 프로젝트였다. 여러 차례의 계획안 변경 과정을 거쳐 알바루 시자는 기존 나무의 희생이 최소한이 될 수 있는 곳과 대중의 접근이 용이한 곳으로 미술관의 위치를 잡는다. 알바루 시자는 여기서도 특유의 대지와 건축을 결합하는 방식을 보여 준다. 넓은 공원의 자연을 맘껏 포용하는 단아한 미술관을 선보인 것이다. 자연과의 조화를 위해 알바루 시자는 우리의 절이나 서원의 배치와 유사한 방법을 사용했다. (...) 관람객은 인간이 만든 예술과 신이 만든 예술을 동시에 경험하는 것이다. 그제야 우리는 알게 된다. 평범한 듯 단순한 외관 속에 보석들이 숨어 있다는 것을.

대지와 건축의 결합, 직접 숲과 미술관 안에서 경험해본터라 정확하게 이해가 되었다. 넓은 자연 안에 그대로 미술관이 폭 안겨 있었다. 높은 산 속에 새끼 손톱만큼 작은 암자가 보일 듯 말듯 감춰져 있는 동양화가 떠올랐다.
여행 얼마 전, 우연히 들렀던 파주의 카페가 알바루 시자의 작품이란 걸 알게 되었다. 작지만 카페 마당에 나무들이 있었다. 건물의 완만한 굴곡 사이 구름이 걸려 있었다. 건물 외관의 독특한 선을 따라 시선을 돌리다 보면 맞닿아 있는 하늘이 제대로 보였다.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던 건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신이 만든 예술 작품을 참으로 섬세하게 건축물 곳곳에 이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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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험에서 무엇보다 신기했던건 내가 알고 있는 단어를 건축물에서 정확하게 발견한 것이었다. 이런걸 아마 '조화'라고 하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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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곳곳에 내 발이 닿지 않은 곳이 훨씬 많을 것이다. 좀 더 차분히 걸을만한 지도나 안내서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냥, 아무렇게나 발길 닿는대로 걸어도 좋다. 넉넉히 시간을 들여 생각 없이 긴 탐험을 즐기다가, 어느 사이 뜬금없는 곳에서 온통 핑크빛으로 칠해진 건물을 발견하거나 믿을수 없을 만큼 커다란 빨간 삽을 발견한다면. 정확히 현실로 돌아온 것이니 더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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