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만큼 아름다운 : 클레리구스 성당

포르투의 명소 클레리 구스 교회와 거리를 거닐다

by 노니

" Bom dia"
낯선 이로부터 아침 인사를 받을 수 있는 아침 산책, 하루도 거를 순 없다. 오늘은 도우루 강변 반대쪽으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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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벽에 붙은 타일의 조합을 보며 감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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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 타일에 감탄하고, 핑크 타일과 진핑크 건물. 잉크색 타일과 보라색 꽃의 조화, 깔 맞춤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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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도 예쁘고 창문도 예쁘고, 하늘색 타일과 부드러운 브라운 컬러의 색감도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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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도 예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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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그것만 예쁘게, 심지어 차도 너무 귀엽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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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길거리에 작품들이 널려 있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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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들도 예쁘고, 가게 창에 붙은 폰트도 예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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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도 누군가에겐 슈퍼복이 필요한 밤이었으리라. 밤의 흔적을 발견하며 걷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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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상점들도 다 너무 예쁘다. 종이가방에 적어 놓은 영업시간, 겁나 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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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유럽이다' 평범한 유럽의 거리. 흔한 코블 스톤(울퉁불퉁한 자갈길), 걷기는 불편해도 참 근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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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걸어서 도착한 곳은 오늘의 첫 번째 목적지 클레리구스 교회(Clerigos Church)였다. 첨탑에 올라가서 포르투 시내를 내려다보고 싶어서 일찌감치 별표를 쳐뒀다. 다른 블로그에서 미리 얻은 정보에 의하면 첨탑을 올라가는 계단이 비좁아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에 가면 오르내리기 힘들다는 말을 보았기에, 일찌감치 문 여는 시간에 맞춰 가기로 마음먹었다.
성당은 유명 관광지(?)라기엔 외관이 굉장히 소박했다. '내가 잘 못 찾아왔나, 여기 다른 성당인 거 아니야'라는 마음이 들 만큼 낡고 평범했다. 제대로 찾아왔다는 걸 지도에서 확인하고, 주변을 맴돌다가 오픈 시간인 9시에 맞춰 입구로 올라갔다. 입장 시간이 5분도 채 안 남았는데, 관광객도 아무도 없고, 교회 문도 꽉 닫혀있는 것이 '아니 오늘 정기 휴일인 거 아니야?라는 마음이 들 만큼 한산했다. 의심 많은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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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를 몇 분 남기고 몇 명의 관광객들이 나타났고, 꽉 닫혀 있던 교회 문도 열렸다. 어쩜 이렇게 손님맞이가 급박한지. 그런데 입장권 끊어주는 직원 넘나 훈남인 것. 입장료는 4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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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손님맞이의 흔적, 쓸다가 채 치우지 못한 계단 위 빗자루가 귀엽다. 탑의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계단은 듣던 대로 좁고 어두웠다. 딱 한 명씩 서서 올라갈 정도의, 올라가다가 맞은편 내려오는 사람을 만난다면 벽으로 바짝 붙어서야 할 정도의 폭이었다. 일찍 오길 잘했다. 빼곡히 사람들이 계속 이어서 오르고 내려오는 건 생각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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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탑 안 계단에서는 이렇게 작은 창으로 바깥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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꺅 예뻐, 예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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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탑의 높이는 75.6m(6층 정도의 높이)인데, 240여 개의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한 번에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게 아니라 중간에 바깥으로 나가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오르기가 아주 힘들지는 않다. 누구라도 오를 수 있는 정도의 난이도. 에펠탑도 걸어 올라가 봤으니 이 정도는 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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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전 유랑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었다. 혼자 클레리구스 교회 첨탑 꼭대기에 올라가서 음악을 듣다가 눈물을 펑펑 흘렸다고. 그때 그분이 적어 놓은 대로, 나도 허스키한 음성의 남자 가수 노래를 틀어놓고 함께 올라온 사진 속, 이 풍경을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컴퓨터 화면 속의 풍경을, 그냥 방 안에 앉아서 보고 있는데도 뭔가 울컥울컥 했던 그 날의 마음도 생각났다. 그때와 같은 음악은 아니었지만, 오늘의 흐린 아침에 어울릴 만한 음악을 선곡해서 귀에 꽂고, 낯익으면서도 낯선, 처음으로 마주하는 풍경을 감상했다. 뿌옇고 무겁게 가라앉은 하늘과 끝도 없는 주황색의 지붕들. 온통 주황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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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글 뺑글, 360도를 돌며 사방의 모든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어느새 사람들이 계속 올라와 첨탑 위가 사람들로 꽤 빽빽해졌다. 그래도 아직은 여전히 여유가 있는 전망대에서 음악을 듣는 여유를 부렸다. 혹 클레리구스 탑에 오를 예정이시라면, 그곳에서 들을 음악을 선곡해가시길.

어디서 한국말이 들려서 돌아봤더니 엄마와 딸이었다. 딸이 엄마를 세우고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내가 먼저 두 분 사진 찍어드리겠다고 말을 걸었다. 보기가 너무 좋아서.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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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4월 28일에 여기에 올라왔던 메리와 안드레아(?) 여전히 예쁜 사랑하고 계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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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다. 내려올 때 보니 올라오는 사람이 꽤 늘어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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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와서 교회도 구경했다. 내부는 나름대로 화려하게 장식해뒀지만, 그래도 소박한 느낌이다. 2층에서 내려다보는 교회 풍경이 참 좋다. 나가기 전, 의자에 앉아 잠깐 기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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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으로 나갔는데 교회 앞이 꽃으로 가득했다. 키가 자그마한 아주머니 한 분이 자기 키보다 큰 꽃 화환을 만들고 계셨다. 싱싱한 꽃들에 호스를 연결해 물을 끼얹어가며. 아, 교회에 생기가 돈다. 살아 있는 꽃, 그 꽃 자체의 생명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뭐랄까 이 곳은 낡고 오래되고... 역사적으로는 분명 의미 있는 곳일지언정, 살아 있는 곳같이 느껴지지 않았었다. 더 대놓고 말해 죽어 있는 곳 같았다. 그런데 이 낡고 온기 없는 교회에, 아주머니께서 정성껏 생기를 불어넣고 계셨다. 기분 좋게 교회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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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교회 로고도 너무 예쁘지 않나요. 아 진짜, 포르투갈 폰트랑 로고랑 다 취향 저격. 그냥 다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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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거리로, 클레리구스 교회 근처는 상점도 많고 맛 집, 예쁜 카페들도 많다. 다시 또 거리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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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가렌더만 걸어 놓은 것뿐인데 이 풍경들 너무 사랑스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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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분한 골목, 지저분한 낙서, 그런데도 사랑스럽고. 쓱쓱 그린 아이스크림 로고와 폰트에 또 감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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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길을 벗어나 조금만 골목으로 들어가도, 바로 이렇게 적나라하게 빨래가 널려 있다. 좋게 말하면 빈티지, 나쁘게 말하면 스산하고 낡았다. 나는 이 느낌이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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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을 사려고 알아 놓은 가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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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같기도 한 것이, 물감 같기도 한 것이. 어마어마한 패키지의 정체는 다름 아닌 '잼'. 잼, 쵸코, 꿀, 페스토 등을 저렇게 튜브형으로 만들었다. 다양한 종류의 상품들이 있는데 테이블 위에 시식해 볼 수 있게 개봉해둬서 하나하나 먹어보고 고를 수 있다. 테이블 위에 없는 맛이더라도 먹어보고 싶다고 말하면 새 걸 뜯어서 시식하게 해주신다. 점원 언니 세상에서 제일 친절. 덕분에 특별히 영업을 하신 것도 아닌데 겁나 많이 샀다. 선물하기에 너무 편하고 패키지도 예쁜 것이, 여자들이 딱 좋아할 만한 선물이었다.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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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선물 쇼핑 뒤, 나를 위한 커피 타임. 샵에서 작은 카페가 함께 운영되고 있는데, 카페는 아직 오픈 전이었으나 혹시 지금 커피를 마실 수 있겠느냐 물으니 망설임 없이 만들어 주셨다. 카푸치노 홀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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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ia dúzia]
상점 이름을 검색해보니 6이란 의미였다. 더 정확히는 반 타스, 그러니까 한 타스가 12개이니 반 타스 곧 6개라는 의미. 뭐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여진 걸까. 노천 테이블에서 마셔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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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 철제 테이블 컬러와 의자 매트 패턴의 조화로움에 또 감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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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근처에는 포르투 최고의 관광 명소인 '렐루 서점'이 있었다. 포르투갈에 왔다 하면 한 번쯤은 가봐야 할 곳으로 꼽는 곳, 안 기다리면 들어가 봐야겠다 마음먹었으나 서점 앞에 길게 늘어서 있는 줄을 보고는 고민도 없이 발을 돌렸다. 얼마나 어마 어마 하냐면, 서점인데 입장권을 사서 들어가야 한다(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면 입장권 값을 빼고 계산한다). 더 어마 어마한 것은 입장권을 입구에서 끊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서점 옆에 입장권을 끊는 곳에 아예 따로 있다. 그곳에는 렐루서점 관련 굿즈들도 판매하고 있다. 렐루 서점이 이렇게까지 유명해진 데는,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작가 로앤 롤링이 해리포터를 집필할 때 영감을 받은 곳이기 때문.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는 해리포터 관련 굿즈들도 있었다.

렐루 서점을 지나처 근처에 힙한 잡화점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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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화점 2층 발코니에서 본 서점 대기줄.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할 것 같... 줄이 정말 길게 이어졌다. 포르투 여행하는 동안, 그 어디에서도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을 보지 못했는데, 유일하게 줄 서서 기다리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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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에서 아까 올라갔던 클레리구스 교회 첨탑도 보이네, 안녕 -
고만 고만 다 여기 근처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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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발코니에서 셀카 찍는 사랑스러운 가족들을 보고 도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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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화점 인테리어와 디스플레이, 두말할 것도 없이 최고. 2층에 있는 발코니 풍경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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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편 소파에 앉아서 좀 쉬었다. 내 옆에서 책을 읽고 있던 남자아이. 가족들이 쇼핑하는 동안 쇼핑에 관심 없는 이 쿨가이는 동화책을 읽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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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코너도 있고, 그림책 표지를 좀 보셔요. 정말 예쁘다. 포르투갈은 그림책으로도 유명한 나라다. 패턴의 천국답게 예쁜 패턴의 노트들이 정말 많았다. 문구 매니아에게는 정말 고역인 도시, 사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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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입 벌어지는, 센스 터지는 패키지들. 벽돌을 싸놨데도 다 사버리고 싶을 만큼 유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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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안에 탐스러운 꽃들도 예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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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 자전거 타고 있는 장난감, 예쁜 장난감들도 너무 많았다. 모두 판매하는 상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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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규모가 있는 잡화점이다. 1-2층으로 되어 있다. 기념품 쇼핑하기에도 좋은 곳일 듯.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A vida Portugue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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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도 예쁘네. 리스본에도 있고, 포르투에도 있는데 포르투점이 훨씬 물건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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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디피도 예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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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비긴 어게인을 보면서 포르투갈이 너무 그리워졌다. 그리움 때문에 한동안 놓고 있었던 여행기를 다시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중에 뭐가 제일 그리운가 생각해보니, 거리의 사소한 풍경들이 온통 설레는 기억으로 떠오른다. 거리의 아름다움에 취해 정처 없이 쏘다녔던 시간들 하며.

화려하지 않지만 자기 색이 확실하고, 거기서 스며 나오는 단단한 내공이 느껴지는 사람들은 얼마나 매력적이던가. 늘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포르투가 딱 그런 느낌이었다. 더 친해지고 싶다고, 오래도록 알고 지내고 싶은 곳. 언젠가 다시 꼭 또 올 거라고. 우리 인연이 이렇게 끝나지는 않을 거라고, 아직 그곳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내내 그리워했었다. 이제 여행을 다녀온 지 거의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사진 속 풍경에 매우 생생하다. 하 그리움이 조금도 가시질 않았구나, 오랜만에 꺼내 본 풍경들이, 내 그리움만큼이나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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